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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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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비췄더니 ‘염촉=이차돈의 본명' 보였다…순교비서 79자 새로 읽었다 “79자를 새로 판독하고, 64자를 고쳐 읽었습니다.” 8월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차돈순교비’를 주제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판독문이 발표됐다. 817~818년(헌덕왕 10) 조성한 ‘이차돈 순교비’의 비문을 ‘RTI 촬영(Reflectance Transformation Imaging)’으로 읽어낸 결과물이었다. ‘RTI’는 360도 각도에서 빛을 쏘아 글자가 가장 잘 보이는 순간을 읽어내는 첨단 기법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관에 상설전시 중인 ‘이차돈 순교비’는 일반인 눈썰미로는 10자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마멸된 명문 비석이다. 그런데 세상이 좋아져서 첨단기법으로 79자나 새롭게 구별·판독해내고, 그동안 형태를 잘못 표기했거나(오기·誤記) 다른 글자로 잘못 읽은(오독·誤讀)..
"나라가 망했는데 한사람 쯤은 따라 죽어야지"…경술국치 '순국'의 변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는데 순절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1910년 9월6일이었다. 경술국치(8월26일) 소식이 뒤늦게 매천 황현(1855~1910)이 은거하던 전남 구례에 전해졌다. 이때 동생(황원·1870~1944)은 형(매천)에게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나라가 망했는데, 왜 ‘아무개 공(某公)’ 같이 인망(人望)이 두터운 분이 죽지 않고 있는거냐”고 책망했다. 매천이 씩 웃었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남이 죽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되겠느냐. 나라가 망한 날에는 사람마다 죽어야 하는 것이다.” 이틀 뒤인 9월9일 새벽 매천은 홀연히 붓을 들어 ‘절명시’ 4편과, 유서(‘순국의 변’) 등을 써내려갔다. ■내가 죽어야할 의리는 없지만… 우선 ‘순국의 변’을 보라.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다. 다..
'고려양. 마미군, 상의노출'…시대의 '핫템' 된 고려·조선의 깜짝 패션 ‘고려양, 마미군(말총 속치마), 하후상박 노출패션…’. 최근 ‘한복과 갓 등 한국의 복식(옷 꾸밈새) 문화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이 중국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바 있다. 참일까, 거짓일까. 지난 21일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한국복식문화사-한국의 옷과 멋’)가 그 논쟁의 해법을 풀어보는 자리였다. 결론은 참도 거짓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문화는 어느 한쪽의 일방통행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역 특유의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버전으로 창조된다. 그와 같은 사실을 간파하면 굳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학술대회 발표문 중 ‘고려~구한말’ 원(몽골)-중국 대륙에 전파되고, 혹은 ‘비너스 보다 아름답다’는 찬사를 들은 고려~조선의..
고구려 고분벽화 속 ‘글쓰는 사람’…최초의 스포츠기자? 사관? 흔히들 조선을 ‘기록에 진심인 나라’라 평한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하다. 1대(태조)~25대(철종) 472년 간의 역사를 기록한 만 888책에 4770만자에 이른다. 더 기막힌 기록물이 있다. 임금의 일거수일투족을 일기체로 정리한 이다. 임진왜란(1592)와 이괄의 난(1624) 등을 겪으면서 앞부분이 전부 소실됐다. 그래도 인조(1623)~순종4년(1910)의 기록(3245책)이 남아있다. 글자수는 자그만치 2억2650만자에 달한다. 중국이 자랑하는 (3996만자)와 (1600만자)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두 역사서를 기록한 이들이 누구일까. 지금으로 치면 7~9급 하위직 공무원들이었다. 은 예문관 소속 봉교(7품) 2명·대교(8품) 2명·검열(9품) 4명 등 8명이, 는 주서(7품) 2명이 교대로 ..
“고조선 준왕의 망명지인가”…2200년전 ‘세형동검 거푸집' 출현했다 1960년대초 한 골동품상이 국립박물관을 찾아와 유물 세트를 내놓으며 “사라”고 제안했다. 그것은 쇳물(청동물)을 부어 청동제품을 제작하는 틀인 ‘청동거푸집’이었다. 골동품상이 내놓은 거푸집 세트는 6쌍으로 된 12점과 한쪽만 남은 1점, 반쪽만 남은 1점 등 모두 14점으로 되어 있었다. 이 거푸집으로 세형단검·꺾창·창·낚시바늘·침·소형도끼·끌 등 8종 24점의 청동제품을 만들 수 있다. ■흠결이 있지만 국보 박물관 관계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학자들이 뭐라 강변했던가. “한반도에는 청동기시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원시적인 석기시대에 머물고 있다가 중국의 침략을 받아 청동기와 철기 같은 선진문물이 한꺼번에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석기와 금속기가 함께 쓰였다는 ‘금석병용기’ 용어..
갯벌 속 고려선박 건졌더니 ‘800년 된 붉은색 곶감 꾸러미’가 올라왔다 ‘이거, 배 같은데?’ 2014년 11월23일 경기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 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맨손어업(낙지) 중이던 어민이 옛 선박(배) 한 척을 발견했다. 육지에서 530m 정도 떨어진 갯벌이었다. 2006년 여기서 3.5㎞ 정도 떨어진 갯벌에서도 고려시대(12~14세기) 선박(대부도선)의 조각이 확인된 바 있었다. 시화호 및 주변의 해변도로 건설로 깎여나간 갯벌에서 옛 선박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듬해(2015) 6월부터 시작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정식발굴에서 고려시대 선박 1척이 노출됐다. 이것이 ‘대부도 2호선’이다. 선체에서는 접시와 주발 등 청자 21점과 청동숫가락 및 그릇 등 선상용기가 확인됐다. ■800년전 곶감의 향이 났다 6월26일이었다. 갯벌에 박힌 선체를 인양하려고 배의..
40년만에 공개된 몽촌토성 '곰발바닥'…백제판 '강남개발'의 증거? 가지런히 놓인 말머리뼈, 사람 손과 너무 닮은 발톱 잘린 곰발바닥뼈의 정체는 무얼까. 1983~89년 조사된 몽촌토성의 미정리유물 일부가 40년 만에 공개됐다. 서울대박물관은 ‘왕도한성:몽촌토성 1983~2023’ 특별전(5월23~8월31일)에서 나무상자 속에 보관해왔던 동물유체 등 유물 일부를 꺼내 정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 최초로 정리·공개되는 제사의 흔적 유구와 유물이 특히 눈길을 끈다. 특히 40년 동안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동·식물유체 400여점을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즉 소·사슴과·멧돼지·말·곰·개·꿩 등 포유류 및 조류와 대구, 숭어·백합 등의 어·패류 등으로 분류됐다. ■사람 손뼈와 똑같은 곰발바닥뼈 이중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인 치아가 보이는 말의 머리뼈가 도드라진다. 대략..
'이순신 최후' 메모한 류성룡 다이어리서 세종의 '불멸 업적' 찾았다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 중인 유물 하나가 눈에 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지니고 다녔다는 ‘경자년 대통력’이다. 요즘으로 치면 ‘1600년판 다이어리’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전에도 ‘류성룡 대통력’은 8권이나 남아있었다. 안동 하회 풍산류씨 충효당(류성룡의 종택)에 1594·1596·1597·1598·1604·1605·1606·1607년판 대통력이 소장되어 있었다. 지난해 일본 소장자로부터 구입한 ‘1600년 대통력’은 류성룡의 9번째 다이어리라 할 수 있다. ■“대장은 몸을 가벼이 해서는 안됩니다.” 이번 9번째 ‘류성룡 다이어리’에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의미가 첫장부터 담겨 있었다. 임시로 철해 놓은 표지에 빼곡한 글씨 덕분에 단박에 유명세를 탔다. “전투(노량해전·1598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