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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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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77대성인 '김씨'와 9848위 성인 '트럼프'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전체 성씨는 5582개 정도다. 그 중 4075개가 한자 성씨가 아니니 단일 민족이니 뭐니 하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씨와 비교해보면 새발의 피다. 지난해 말 미 연방 센서스국이 분석한 미국인의 전체 성씨(2010년 기준)는 무려 630만개였다. 이 가운데 390만개의 성씨는 단 한 사람씩이다. 작성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성씨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의 최대 성씨인 스미스(244만명)의 비율이 전체인구(2억9500만명)의 0.82%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체 성씨 중 김씨는 콕스와 워드, 리처드슨을 제치고 77위에 올랐다. 박씨는 289위에 랭크됐다. 2~4위인 존슨(193만명)과 윌리엄스(163만명), 브라운(144만명..
고려 조선의 '덕후', 그 기묘한 '덕질' 요즘 ‘덕후’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우리 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라는데요. 원래는 집이나 댁의 높임말인데 그 뜻이 바뀌어 집안에 틀어박혀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했답니다. 요즘엔 특정 분야에 몰두해서 취미생활을 하는, 좋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런 ‘덕후’들은 왕조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괴상한 취미라는 의미에서 ‘벽(癖)’이라 했습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땅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을 ‘전벽(田癖)’ ‘지벽(地癖)’이라 했고, 남을 고소 고발하는 게 취미인 자를 ‘소벽(疏癖)’ 이라고 했습니다. 책을 너무 좋아하면 ‘전벽(傳癖)’ 혹은 ‘서음(書淫)’ 이라 했으며, 술과 시에 탐익하는 사람을 ‘주벽’ ‘시마(詩魔)’라 했습니다. 물론..
백제 창왕은 왜 왕흥사에서 뼈저린 반성을 했을까 2007년 10월10일, 부여 왕흥사 목탑지를 조사하던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원들은 숨이 멎는듯 했다. 이미 노출된 목탑지 초석의 남쪽 중앙 끝단에서 다른 석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단면 사다리꼴의 화강암제 뚜껑이었다. 석재는 사리구멍을 조성한 뒤 이를 막아낸 뚜껑역할을 한 것이었다. 직사각형 형태의 뚜껑(25센티미터×15센티미터×7센티미터) 표면앤 붉은 주사(朱砂)로 칠을 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런 주칠은 익산 왕궁리 오층탑에서 발견된 사리외함이나 남원 출토 사리기에서도 보이는 것이었다. 주칠을 한 이유는 벽사, 즉 나쁜 귀신을 물리친다는 의미이다. 왕흥사 목탑지에서 수습된 명문 사리장엄구. ■'백-제-창-왕!' 조사단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뚜껑을 열었다. 내부구멍(20센티미터×10센..
걸그룹의 비조는 '저고리시스터즈'였다 흔히 걸그룹의 원조라면 1997년 결성한 베이비복스나 SES 등을 꼽는다. 하지만 그보다 60여년 전에 활약한 걸그룹의 비조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저고리 시스터즈’다. 비조(鼻祖)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가장 먼저 한 사람이나 사물의 시초를 일컫는다. 동양에서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는 코부터 그 형태를 갖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래서 코 비(鼻), 조상 조(祖)를 써서 비조라 한다. 그런 의미라면 걸그룹의 비조는 저고리시스터즈라는 이야기다. 저고리시스터즈를 만든 이는 당시 OK레코드사를 설립한 이철(1904~1944)이란 인물이다. 악극단에서 김정구(왼쪽에서 세번째)와 함께 노래 부르는 걸그룹의 비조 ‘저고리시스터즈’. 왼쪽부터 이준희, 김능자, 이난영, 장세정, 박향림, 서봉희. |동아일보..
천마총이냐 기린총이냐…물러설 수 없는 논쟁 경주에 가보면 엄청난 규모의 무덤이 한복판에 늘어서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일반에 공개된 무덤이 바로 천마총입니다. 원래는 황남동 155호 고분이었다가 1973년 발굴 이후 천마총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무덤에서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금관이 발굴됐습니다. 그렇다면 국보 중의 국보인 금관과 관련된 이름이 붙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왜 천마총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요. 바로 상상의 동물인 천마가 그려진 말다래가 3벌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1벌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림 속에서 후다닥 튀어나와 하늘로 훌쩍 날 것 같은 생생한 천마그림이었습니다. 1500년전 신라인들의 빼어난 회화작품이었습니다. 그러니 천마총의 대접을 받은 것입니다. 당연히 국..
치욕의 삼전도 비문 누가 썼나 “황제가 우리나라(조선)에서 화친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혁연(赫然)히 노해서~곧바로 정벌에 나서~우리나라 임금(인조)과 신하의 죄는 더욱 피할 길이 없다.” 높이가 395㎝, 너비 140㎝에 달하는 삼전도비, 즉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에 새겨진 비문은 쓰라린 역사의 상징이다. 비문을 쓴 이는 병자호란 당시 도승지와 예문관제학을 역임한 백헌(白軒) 이경석(李景奭·1595~1674년). 이경석이 현종 임금으로부터 받은 궤장. 그러면 이 ‘치욕의 비문’을 쓴 이경석 역시 ‘치욕의 인물’인가. 그가 찬술한 이 삼전도비문은 그가 죽은 지 30~40년이 지난 뒤부터 벌어지는 노·소론 간 치열한 이념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은순(한국외대 교수)의 논문 ‘백헌 이경석의 정치사상과 대외인식’은 그동안 조명되지..
김연아 스케이트와 문화재의 자격 문화재와 문화유산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문화재(文化財) 용어는 일본이 자국의 문화자산을 법제도로 만들면서 영어의 Culture Properties와 독일어 Kulturgut를 번역하면서 생겼다. 조상이 남긴 재보와 가옥, 토지 등 재화의 뜻이 강하다. 1830년대 프랑스가 역사건축물보호감독제도를 만들면서 사용한 개념은 ‘문화유산’이다. 조상이 남긴 물질문화는 물론 관습과 언어, 규범 등 정신문화까지 망라한 개념이다.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신었던 스케이트화. 이 스케이트화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금메달을 땄으므로 장래 문화유산의 가치가 충분하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의 물품을 문화유산으로 등록하거나 지정하는 것이 오버라는 여론오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문화재는 문화유산의 범위 ..
닭의 항변, ‘닭대가리를 모독하지 마라’ 흔히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 ‘닭대가리’라 놀립니다. 서양인들도 ‘Birdbrain’이라 손가락질 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셔야 합니다. 적어도 한국인들이 새와 닭을 폄훼한다면 그것은 누워 침뱉기격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십시요. 혁거세(신라)·주몽(고구려)·수로(가야) 등이 모두 난생신화의 주인공들이 아닙니까. 따지고보면 동이계는 원래 새를 숭상하는 종족이었습니다. 닭은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박혁거세가 태어난 우물이 바로 계정(鷄井·나정)이고, 부인 알영은 같은 날 계룡(鷄龍)의 왼쪽 갈비에서 태어났습니다. 알영의 입술은 닭부리 같았답니다. 경주 김씨를 비롯한 신라 김씨의 시조인 김알지는 어떻습니까. 김알지가 태어난 숲에서 흰닭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신라를 닭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