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1373)
황룡사 9층목탑, 콘크리트로 복원할 뻔 한 사연 경주는 1000년을 버틴 신라 왕국의 서울이었습니다. 실로 장구한 세월이었습니다. 전성기 때는 무려 18만호에 이르는 사람들이 경주에 살고 있었으며 35채의 ‘금입택’, 즉 황금이 드나드는 저택이 있었다고 합니다. 880년 헌강왕 때는 “서울 백성들의 집은 모두 기와집이었고, 그 기와집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으며, 밥을 짓는데 장작이 아니라 숯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53년 뒤 신라는 멸망하고 맙니다. 이후 경주, 특히 834년 동안이나 궁성이 자리잡고 있던 월성 지역은 금단의 땅이 되고 맙니다. 신라 삼국통일의 정신적인 지주였고 상징건물이자 랜드마크였던 황룡사와 황룡사 9층탑는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몽골군 침략 때인 1235년 불타버리고 맙니다. 그후 ..
탐사선 주노, 목성의 정체 벗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주피터(제우스)는 천하의 바람둥이였다. 7번째 아내인 주노(헤라)의 감시망을 피해 이 여자 저 여자를 탐했다. 그런 주피터가 어느 날 이오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주피터는 아내의 눈을 피하려고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킨 뒤 짙은 구름을 깔아 감춰둔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이 된 아내의 촉은 놀라웠다. ‘구름속 암소’가 된 이오를 기어코 찾아내 처절한 복수극을 펼친다. 목성의 강력한 자기장을 피하기 위해 북극지방으로 접근해 남극쪽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나오는 주노. 태양계 5번째 행성인 목성을 ‘주피터’, 그 목성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주노’라 각각 이름 붙인 것은 절묘한 어휘선택이었다. 목성은 수많은 여인을 거느린 주피터처럼 무려 67개의 위성을 두고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까지는..
오바마의 일중독, 박근혜의 일중독 진시황(재위 기원전 246~210)은 ‘일중독의 전설’이다. 하루에 결재할 서류를 저울로 달아 정량(120석)이 될 때까지 쉼없이 일을 탐했다. 예로부터 황제가 하루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만가지라 해서 ‘일일만기(一日萬機)’라 했다. 그랬으니 진시황이 만기를 친람했던(萬機親覽) 것이다. 일중독하면 조선조 중흥군주인 정조(1776~1800)를 빼놓을 수 없다. 재해가 일어나면 자신의 침전에 상황판을 걸어두고 백성구휼대책이 제대로 처리되는지 일일이 체크했다. 각 도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읽느라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새벽까지 연설문을 작성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오바마 대통령. |김용민 화백 신하들이 “제발 건강 좀 챙기시라”고 통사정하면 “보고서 읽는 것이 취미인데 어쩌겠냐”고 대꾸했다. 정조는 “..
작가도 깜빡 속은 전설의 위작 “어제 수백만 길더(네덜란드 화폐단위)의 가치를 지녔던 작품이 오늘 아무런 가치가 없어졌다. 그러나 그림은 어제나 오늘이나 하나도 변한게 없다.” 네덜란드의 한 판 메이헤런(1889~1947)은 자신의 위작에 놀아난 전문가들을 한껏 조롱했다. 메이헤런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1632~1675)를 사칭한 ‘위작의 전설’이다. 메이헤런은 네덜란드 국보로 꼽혔던 페르메이르의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을 독일의 헤르만 괴링에게 700만달러(2008년 가치)판매했다는 이유로 대역죄인이 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메이헤런의 위작이었다. 메이헤런은 ‘난 조국을 배반한 게 아니라 괴링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메이헤런은 직접 붓을 잡고 페르메이르의 기법을 완벽하게..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킨 문무대왕 지난 6월18일 필자는 경향신문 70주년 기획인 '경향 70년, 70인과의 동행'이라는 답사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답사단원은 35명이었는데, 매우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답사단을 이끈 분은 저의 스승님이자 저명한 고고학자인 조유전 선생이었습니다. 조유전 선생은 서울대 고고학과 2기 졸업생으로 문화재청 전신인 문화재관리국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속으로 경주 감은사 황룡사지 안압지 월성과 백제 무령왕릉을 발굴하신 고고학자입니다. 이번 경주여행은 감은사-대왕암-장항리사지-월성-황룡사지-분황사지를 돌았습니다. 공통점은 '터'이자 '흔적'입니다. 하고많은 경주의 수많은 볼거리중에 왜 하필 터이고 흔적일까요. 저명한 고고학자와 떠나는 신라 1000년의 여행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는 2회에 걸쳐 고고학..
감은사 탑엔 문무왕의 사리가 안치돼있다 1997년 “감은사 동탑엔 문무왕의 사리가, 서탑엔 부처님의 사리가 각각 봉안됐다”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추정은 불교계를 뒤집어 놓았다. 우선 연구소 측의 주장. 문무왕은 처음으로 서역식 화장 장례를 도입한 ‘불심 깊은 왕’이었다. 왕을 화장했을 때 사리가 나왔다면 분명 그의 원찰인 감은사, 그것도 동탑에 봉안했을 것이다. 서탑의 경우 사리병 장식물이 부처님의 열반을 향연하는 주악(奏樂)의 천인(天人)들인 반면, 동탑엔 삼국통일의 위업을 완수한 문무왕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호법신중(護法神衆)인 사천왕이 장식됐다. 동탑사리기. 문무왕의 사리를 봉안했다는 설도 있다.국립문화재연구소가 그런 연구성과를 내놨다. 문무왕은 재세기간동안 사천왕사를 건립했을 정도로 사천왕 사상과 관계가 깊었던 군주였다. 또 서탑엔 ‘봉황..
보아텡 같은 이웃을 두면 좋다 “유색인종이라니 장난합니까. 저런 제품이 팔릴까요.” 지난 5월 독일의 극우단체인 ‘페기다(PEGIDA)’가 킨더 초콜릿바 포장지에 등장한 어린이 얼굴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야유를 보냈다. 포장지 모델은 독일 축구대표팀 소속인 제롬 보아텡(27)의 어릴 적 사진이었다. 보아텡은 가나 출신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단 한번도 가나에 가본 적이 없는 독일 선수다. 반이민 정서에 편승한 ‘독일대안당(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부대표가 기름을 부었다. “사람들은 축구선수로서 보아텡을 좋게 본다. 그러나 그를 이웃으로는 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보아텡(오른쪽)이 어릴적 사진을 새겨넣은 초콜릿바. 터키계 스타인 일카이 귄도간의 어릴 적 사진도 있다. 보아텡뿐이 아니었다. 가울란트는 대표팀 미..
윤동주의 서시, 어디서 썼을까 필자가 태어난 곳은 서울 종로 청운동 산1번지 13통 7반이다. 어디냐 하면 지금 청운동~부암동 사이를 뚫은 청운터널 바로 위쪽이다. 1974년 산동네가 철거된 뒤 그 상태로 놔뒀으니 지금은 수풀만 무성하다. 지금도 발굴해보면 60년대 동네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회사가 가까운 필자는 틈나면 청운동~옥인동과 인왕 스카이웨이 등을 거닌다. 자연스레 발길이 그리 간다. 옛 추억에 대한 향수라 할까. 타마구(아스팔트 찌꺼기를 코팅한 종이)를 지붕에 올려 겨우 비만 피하고 살았던 청운동 산동네 하꼬방의 추억은 늘 가슴 속을 후벼 판다. 필자의 코흘리개 시절의 기억이 선명한 청운·옥인 아파트는 최근 10년 사이 철거됐다. 북아현동 산비탈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 윤동주 시인은 1941년 11월 북아현동 하숙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