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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과연 바꿔야 할까 10년마다 재연되는 논쟁이 있습니다. 국보 1호 논쟁입니다. 1995·2005년 광복 50·60주년을 맞아 10년 주기로 불거졌지요.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도 해묵은 논쟁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 우리문화지킴이, 국어문화실천협의회가 5월31일 노회찬 정의당 의원과 함께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에 관한 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답니다. 문화재청은 이미 올 2월 문화재에 부여되는 관리번호지정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국보 1호(숭례문)’의 지위를 둘러싼 가열찬 논쟁이 재연되고 있습니다. 1934년 조선총독부 관보에 고시된 보물지정목록. 남대문과 동대문이 1,2호로 등재돼있다. 사실 논쟁의 레퍼토리는 뻔합니다. 국보 1호 변경을 주장..
베르됭 전투와 백마고지 전투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했던 1914년 8월4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트라팔가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충격과 공포 대신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 것이다. 비단 영국 뿐이 아니었다. 전 유럽이 전쟁을 무슨 월드컵 축구처럼 즐겼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세계제1차대전은 지루한 ‘참호전’의 양상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독일군 총참모총장인 에리히 폰 팔켄하인이 돌파구를 마련했다. 전 전선에 흩어져있는 프랑스군의 전력을 한곳에 몬 뒤 그곳만 집중적으로 때려 궤멸시키자는 작전을 폈다. 이 작전은 ‘고기분쇄기’로 일컬어졌다. 프랑스군을 모아서 한꺼번에 갈아벌인다는 뜻이었다. 공격유인목표는 고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고, 두우몽과 보 요새가 철옹성을 보호하고 있던 베르됭 지역이었다. 1916년 2월21일 새벽 4시..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미스김라일락 예전에 동료 기자가 ‘무명초’ 기사를 썼다가 독자에게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도대체 이름 없는 식물이 어디있냐’는 것이다. 하기야 ‘이름 모를 풀’이라면 모를까 ‘이름 없는 풀’이라는 표현은 어불성설이다. 식물도감을 들여다보면 기기묘묘한 이름들로 가득차 있다. “개불알꽃을 보았다. 우리 집 바둑이의 불알과 너무도 닮았다. 바둑이는 좋겠다. 불알에도 꽃이 피니까.” 정호승 시인의 ‘개불알꽃’(위 사진)이다. 일제 강점기에 열매가 ‘개의 음낭’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누노후구리(犬の陰囊)’라 망측한 이름을 붙인 것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겼다. ‘며느리밑씻개’(아래사진) 역시 일본 이름인 ‘마마코노시리누구이(의붓자식밑씻개·繼子の尻拭い)’에서 유래됐다. 어떻게 일본의 의붓자식이 어떻게 이 땅에 ..
간신과 혼군은 영원한 콤비다 얼마 전 여권에서 간신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뭐 ‘한번 간신은 영원한 간신이니, 비루한 간신이니, 입안의 혀처럼 구는 간신이니’ 하는 사나운 말이 나왔습니다. 이왕 간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간신에 담긴 모든 사연을 한번 담아보겠습니다. 살펴보니 간신이라는 낱말과 세트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혼군(암군) 혹은 폭군입니다. 간신과 혼군(암군, 폭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짝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를 쓴 편찬자들은 ‘간신열전’을 집필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간신이 존재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현명한 임금이 있으면 간신들이 술수를 부릴 수 없었다”고…. 한때 ‘개원지치’의 태평성대를 구가한 당 현종은 명재상 한휴의 존재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휴 때문에 백성..
연산군에게 직언한 신하도 있었다 통칭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는 신하를 일컬어 ‘간신(姦臣)’이라 한다. 하지만 간신이라고 해서 다 같은 간신이 아니다. 전한의 대학자인 유향(기원전 77~6)은 간신 및 아첨꾼의 특징을 6가지로 일컬었다. 이것이 유향의 육사론(六邪論)이다. “녹봉만 기다리고 사사로운 이익만 취하며 자리만 채우는 신하는 구신(具臣)이다. 임금의 눈과 귀를 가리고 말과 행동이 다 옳다고 하면서 영합하는 신하는 유신(諛臣)이다. 음흉하지만 겉으로 근면한 척 좋은 말과 표정을 지어 임금의 임용기준을 흐리게 만들고 신상필벌의 명령도 실행되지 않게 하는 자는 간신(姦臣)이다. 지혜와 말재주는 뛰어나지만 안으로는 골육의 정을 이간질하고, 밖으로 조정을 어지럽히는 자는 참신(讒臣)이다. 권세를 갖고 당파를 지어 자기 세력을 더욱 쌓아..
박태환은 약물파동의 피해자가 아니다 약물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1980년대 구 동독 여자투포환 선수인 하이디 크리거이다. 하이디는 소속클럽에서 지도자들이 주는 영양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했다. 그런데 하이디의 몸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근육이 늘어나고 온몸에 털이 나는 등 남자로 변해갔다. 198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24살(1990년)에 은퇴했다. 결국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자(안드레아스 크리거)가 됐다. 하이디가 먹은 영양제는 실은 스테로이드제 계통의 금지약물이었다. 구 동독은 정권 차원에서 하이디와 같은 1만 여 명의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스포츠강국이 됐다. 그러나 선수들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여자 ‘하이디 크리거’와 남자 ‘안드레아스 크리거’의 일화는 약물복용이 전하는 서프라이즈 이야기다...
지구 최고봉은 에베레스트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누구나 에베레스트산(해발 8848m)이라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해발’, 즉 ‘해수면에서부터’라는 조건이 붙을 때의 정답이다. 만약 지구 중심부에서 따져 가장 멀리 떨어진 산이나, 혹은 우주와 가장 가까운 산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달라진다. ‘에베레스트산’이 아니라 ‘침보라소산’(6268m)이 정답이 된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남쪽 150㎞ 지점에 솟은 침보라스산은 서기 550년 무렵 마지막 분출을 하고, 현재는 활동을 멈춘 휴화산이다.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에베레스트보다 무려 2500m 이상이나 낮은 산을 두고 이 무슨 셈법일까. 지구의 ‘찌그러진’ 모양에 비밀이 숨어있다. 지구는 완전한 구형이 아닌 타원체이다. 적도 지방의 반지름이 극 지방보다..
설탕, 인간의 살이 녹은 하얀 유혹 세종대왕과 엘비스 프레슬리…. 시대를 초월한 두 인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당뇨병에 시달렸다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은 하루에 물을 한동이씩 들이킬 정도였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땅콩버터와 꿀, 바나나, 베이컨을 얹은 샌드위치를 한 번에 4개씩이나 먹는 등 탄수화물 중독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설탕…. 그것은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6~7세기 벵골지방에서 처음 정제된 이후 인류전체를 단맛으로 물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흑인역사가 바로 이 설탕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바로 이 설탕 때문에 아프리카는 지금도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토록 달콤한 설탕 한덩어리에 바로 흑인, 즉 인간의 피와 살이 녹아있습니다. 그 설탕은 지금 이 순간엔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전세계 4억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