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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행낭과 반기문 1948~63년 두 차례나 주한 미대사관 문정관으로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문화재 수집광이었다. 헨더슨은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된 1962년 이후 가야~조선시대에 이르는 보물급 문화재 1000여점을 아무런 제지없이 반출해갔다. 외교행낭을 이용한 것이다. 1984년 7월 9t짜리 트레일러를 단 소련의 트럭이 스위스 국경선에 도착했다. 외교 분쟁이 일어났다. 소련측은 외교행랑이라 했고, 스위스측은 ‘9t짜리 행낭이 어디 있냐’고 반격했다. 트럭은 지루한 실랑이 끝에 서독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도 11일간이나 옥신각신했다. 서독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트레일러)가 어떻게 외교행낭일 수 있냐”고 주장했다. 결국 ‘9t 외교행랑’은 본에 있는 소련의 공관 안에서 세관검사를 받았다. 트레일러 안에는 207개의..
세종이 특별사면을 주저했던 까닭은 632년(정관 6년) 당태종(재위 626~649)이 천하의 사형수 390명을 방면했다. 그러면서 “이듬해 가을 사형을 집행할 때 다시 돌아오라”는 다짐을 받았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모든 사형수가 이듬해 약속한 날짜에 돌아온 것이다. 태종은 이를 가상하게 여겨 사형수들을 모두 사면해주었다.() 당대 시인 백거이는 ‘칠덕무(七德舞)’라는 시에서 당태종의 치세에 찬사를 보냈다. “원망하는 궁녀 삼 천 명을 궁궐에서 내보내고, 사형수 사백 명이 자진해서 옥으로 돌아왔다오.(怨女三千放出宮 死囚四百來歸獄)”() ■당태종의 셀프미담 만들기 그런데 좀 미심쩍다. 뭔가 미담을 꾸며낸 듯한 냄새가 난다. 형제들을 참살한 이른바 ‘현무문의 정변’(626년) 끝에 즉위한 태종의 ‘셀프미담’일 가능성이 짙다. 굳이 사형수..
비호감 몽골말(馬)의 세계제패 '상당한 시간’을 뜻하는 ‘한참’ 단어에 몽골말(馬)의 체취가 남아있다. 예전에 몽골제국이 세계를 호령한 으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역참제도였다. 도로 40㎞마다 말을 갈아 탈 수 있는 참(站)을 마련했던 것이다. 그러니 매번 팔팔한 말을 갈아타는 몽골인들은 지금의 기준이라면 가히 LTE급 속도로 유라시아 동서의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참과 참 사이의 거리(40㎞)를 ‘한참’이라 일컬었던 것이다. ‘한차례 일을 하거나 쉬는 동안’의 뜻에서 나온 말이다. 쉬면서 먹는 밥을 새참이니 밤참이니 한 것도 예서 나왔다. 몽골의 말은 몸집도 작고 볼품도 없다. 털복숭이에 머리가 크고 목도 굵으며, 눈은 작고 다리가 굵고 짧다. 성질까지 더러우니 비호감의 전형이다. 몽골의 남자아이들은 3살이 되면 말 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3000년도 넘은 속담입니다. ‘여자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핑계입니다. 를 쓴 김부식은 어땠습니까. 최초의 여성지도자인 선덕여왕을 두고 “아녀자가 정치를 하다니,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당장 파면당해도 시원치않을 지독한 ‘여혐발언’입니다. 그러나 김부식은 옛날 남자라 칩시다. 요즘도 걸핏하면 ‘여자탓’하고, 툭하면 ‘여자가~’하는 못난 남자들이 곧잘 보입니다. 최근들어 브렉시트 후유증과 글로벌 경제 침체, 테러 다발 등 혼란에 빠진 지구촌을 지켜낼 구원투수들이 등장했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룹니다. 그 구원투수들은 바로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가 어지럽힌 쓰레기는 여자나 나서서 치운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
여성들은 언제나 남자가 버린 쓰레기를 치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3000년도 넘은 속담입니다. ‘여자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핑계입니다. 를 쓴 김부식은 어땠습니까. 최초의 여성지도자인 선덕여왕을 두고 “아녀자가 정치를 하다니, 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지금 같으면 당장 파면당해도 시원치않을 지독한 ‘여혐발언’입니다. 그러나 김부식은 옛날 남자라 칩시다. 요즘도 걸핏하면 ‘여자탓’하고, 툭하면 ‘여자가~’하는 못난 남자들이 곧잘 보입니다. 최근들어 브렉시트 후유증과 글로벌 경제 침체, 테러 다발 등 혼란에 빠진 지구촌을 지켜낼 구원투수들이 등장했다는 기사가 봇물을 이룹니다. 그 구원투수들은 바로 여성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자가 어지럽힌 쓰레기는 여자나 나서서 치운다”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
모기가 피를 빠는 이유 “넌 몸통도 작고 종자도 천한데(汝質至묘族至賤) 어찌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는고.(何爲逢人輒流涎)…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하는고(血食豈由賢).” 모기 하면 주로 인용되는 다산 정약용의 시(‘얄미운 모기·憎蚊’)이다. 자기 몸 무게의 2~3배인 최고 10㎎까지 피를 빨아들이는 모기가 얄미울 수밖에 없다. 모기는 혈액의 원활한 섭취를 위해 사람의 피부에 타액을 주입한다. 이 때문에 견딜 수 없게 가려워지는 것이다. 이 순간 바이러스와 말라리아 원충 등이 동반 주입된다. 1년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기가 옮기는 학질 때문에 죽는다니 백해무익하다는 오명이 붙을 수밖에 없다. 모기 잡으려고 칼까지 뽑았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사자성어가 나올만 하다. 하지만 모기가 죽음을 무릅쓰고 사람의 피를 ..
‘축알못’ 펠레의 지긋지긋한 저주 축구황제 펠레는 오래전부터 ‘축알못’(축구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신조어)의 낙인이 찍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의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은 ‘축구도 모르는 사람이 까분다’는 독설까지 퍼부었다. “브라질은 예선통과도 어려울 것”이라던 펠레의 예측과 달리 떡하니 우승을 차지했으니 큰소리 칠만 했다. 1990년대 스타 호마리우마저 “제발 입만 다물고 있으면 시인일텐데…”라며 “펠레의 입에 신발을 쳐넣어야 할 것”이라 욕할 정도였다. 둘 다 “우승팀을 꼽으려면 펠레의 예상과 반대로 걸면 된다”고 비아냥댔다. 이른바 ‘펠레의 저주’라 할만한데, 축구용어로는 없던 말이다. ‘펠레’는 원래 하와이 킬라웨이아산의 분화구에 사는 화산여신이다. 펠레 여신이 여행기념으로 하와이의 돌과 화산재를 가져가려는 ..
황룡사 9층목탑, 콘크리트로 복원할 뻔 한 사연 경주는 1000년을 버틴 신라 왕국의 서울이었습니다. 실로 장구한 세월이었습니다. 전성기 때는 무려 18만호에 이르는 사람들이 경주에 살고 있었으며 35채의 ‘금입택’, 즉 황금이 드나드는 저택이 있었다고 합니다. 880년 헌강왕 때는 “서울 백성들의 집은 모두 기와집이었고, 그 기와집이 끊임없이 이어져 있으며, 밥을 짓는데 장작이 아니라 숯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53년 뒤 신라는 멸망하고 맙니다. 이후 경주, 특히 834년 동안이나 궁성이 자리잡고 있던 월성 지역은 금단의 땅이 되고 맙니다. 신라 삼국통일의 정신적인 지주였고 상징건물이자 랜드마크였던 황룡사와 황룡사 9층탑는 덩그러니 남아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몽골군 침략 때인 1235년 불타버리고 맙니다. 그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