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1360)
과거 4수생 이규보의 궁색한 변명 ‘주필(走筆) 이당백(李唐白)’은 당나라 천재시인 이태백에 빗댄 고려 문인 이규보(1168~1241)의 별명입니다. 고려를 대표하는 천재문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규보를 상징하는 이미지도 많습니다. 천재, 결벽, 대쪽, 주당, 풍류, 방랑, 광기, 운둔, 거사…. 대서사시인 동명왕편을 짓는 등 평생 8000수의 시를 지은 인물이니 뭐 어떤 수식어라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규보는 당대 최고명문사학인 최충의 문헌공도를 다녔던 영재였습니다. 학창시절엔 문헌공도가 실시한 일종의 과거모의고사에서 거푸 1등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랬던 이규보도 생원·진사를 뽑는 과거시험(국자감시)에서 3번이나 거푸 떨어진 끝에 4번째 기회에 겨우 합격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뭅니다. 3전4기 끝에 국자감시에 장원급제로..
고구려와 신라가 지하에서 만난 사연 “(경북 영풍군) 순흥면 어딘가에 새로운 벽화고분이 있다던데….” 1960년대 초반부터 대구·경북지역 골동품상 사이에 이런 말이 파다하게 돌았다. 그러나 이 말을 발설한 사람이 정확한 지점을 잊었고, 그마저 몇 해가 지나는 사이 이 발설자가 타계하는 바람에 그 벽화고분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격이 되고 말았다. 진홍섭(당시 이화여대 박물관장)은 암중모색을 계속했다. “동네 사람들의 말을 참고하면서 도굴 갱이 있는 무덤이 있으면 무덤 속에 들어가 벽화의 유무를 확인하곤 했어요. 그러던 73년 영풍 순흥 태장리에서 어숙술간묘(於宿述干墓)를 발굴한 것입니다.” 이 벽화 묘는 철저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1930년대만 해도 온전한 이 벽화 묘를 구경하기 위해 각지에서 200여명이나 몰려들었다는 마을 ..
다이아몬드 별에 살겠습니까. 1981년 미국 국립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팀은 다이아몬드에 열광하는 인류의 이목을 사로잡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천왕성과 해왕성이 다이아몬드 별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다른 행성에 비해 메탄이 월등한 두 별의 내부에서 높은 온도와 강력한 압력이 메탄을 수소와 탄소로 분해시킨다는 것. 그 중 탄소가 다이아몬드 결정으로 압축된다는 이론이었다. 덕분에 두 행성의 내부에 수 천㎞에 이르는 다이아몬드띠가 형성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두 별의 표면이 ‘액체 다이아몬드’로 덮여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메탄이 풍부한 두 행성의 환경이 고체 다이아몬드가 액체로 녹는 순간의 온도·압력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천왕성·해왕성이 ‘다이아몬드 바다’로 뒤덮였다니 얼마..
인공지능과 바둑을 둬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뜨거웠던 5번기가 끝난 지금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대체 인간은 왜 바둑을 두는 것일까. 정답은 바둑의 역사에 오롯이 담겨있다. 우선 바둑을 두고, 바둑을 보는 첫번째 이유는 ‘들고 있던 도끼자루(柯)가 썩어도(爛)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다른 말로 난가(爛柯)라 하는 것이다. 더 근원적인 해답이 있다. 4300년 전 요 임금이 바둑을 만든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부덕하고 싸움만 좋아하는 맏아들 단주(丹朱)를 가르치기 위해서’( 등)였다. 하지만 불초한 단주는 끝내 바둑의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다. 요임금은 결국 단주 대신 덕으로 가득찬 순(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요임금은 ‘한사람(단주)만을 위한 천하가 되서는 안된다. 만백성을 위한 군주(순..
올빼미 같은 인간…그 치욕적인 욕 요즘 남편들은 ‘오징어’라는 소리를 곧잘 듣습니다.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못생긴 남자’라는 뜻이랍니다. 왜 하필 ‘오징어냐’고 또 물으니 평면적이고 윤곽도 뚜렷하지 않는 오징어를 닮았으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고금을 통틀어 오징어 이미지는 좋지 않습니다. 그 어원이 ‘까마귀 도적’ 즉 오적어(烏賊魚)에서 비롯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먹물로 바다를 흐리게 해서 먹이를 잡는다는 비열한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처음엔 선명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이 떨어져나가 나중엔 빈종이로 변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징어 먹물은 ‘사기계약’ ‘거짓약속’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징어는 억울합니다. 그렇게까지 폄훼될 동물이 아니기 때..
'오징어' 남편의 절규와 송중기 요즘 남편들은 ‘오징어’라는 소리를 곧잘 듣습니다.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못생긴 남자’라는 뜻이랍니다. 왜 하필 ‘오징어냐’고 또 물으니 평면적이고 윤곽도 뚜렷하지 않는 오징어를 닮았으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고금을 통틀어 오징어 이미지는 좋지 않습니다. 그 어원이 ‘까마귀 도적’ 즉 오적어(烏賊魚)에서 비롯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먹물로 바다를 흐리게 해서 먹이를 잡는다는 비열한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처음엔 선명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이 떨어져나가 나중엔 빈종이로 변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징어 먹물은 ‘사기계약’ ‘거짓약속’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징어는 억울합니다. 그렇게까지 폄훼될 동물이 아니기 때..
광종의 어머니 사랑이 담긴 절터, 그곳에서 발견된 밀봉그릇 1978년, 당시 충주지청으로 발령받은 유창종(검사)과 장준식(당시 충주북여중 국사교사·현충청대 교수) 등 5명이 만든 답사모임이 있었다. 정식 이름도 없이 그저 기와를 주으러 다니는 모임 정도라고나 할까. 당시만 해도 기와는 문화재 축에도 끼지 못하고 천대받고 있었다. 다른 고미술을 사면 덤으로 끼워주는 게 바로 기와였으니까. 숭선사에서 발견된 밀봉된 그릇. 그 안의 액체가 무엇인지 수수께끼다. ◇예성동호회의 잇단 쾌거 그런데 78년 9월5일 어느 날, 이 ‘기와를 줍는 모임’이 어느 식당에 들렀을 때였다. “이거 이상한 돌이네요.” 식당에 디딤돌 같은 돌이 있었는데 그 돌에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지 않은가. 연꽃무늬라. 사람들은 ‘고려사’ 기록을 언뜻 떠올렸다. 1277년 충렬왕 3년에 충주성을 개축하..
카이저 베켄바워 몰락하나 흔히 ‘축구황제’의 수식어가 펠레에게만 붙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71)의 별명도 ‘카이저(Der Kaiser·황제)’다. 선수 시절의 화려함만 따진다면 펠레(브라질)나 마라도나(아르헨티나), 크루이프(네덜란드) 등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곧잘 ‘헛다리 예측’으로 비웃음을 사는 펠레나 마약 복용 등으로 망가진 마라도나에 견줄 수 없다. 선수(주장)와 감독으로 월드컵을 제패했고, 클럽(바이에른 뮌헨)에서 유러피언컵 3연패를 이룬 유일한 축구인이다. 2006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장, 바이에른 뮌헨 회장 등 축구행정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레전드 업계’에도 급이 있다면 베켄바워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야 할 것이다. ‘리베로(자유인) 시스템’을 완성시킨 전술혁명가로도 유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