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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포기의 기적…진흥왕순수비 한 글자(典) 읽어냈다 “기적적으로 ‘전(典)’자’를 읽었습니다.” 박홍국 위덕대 연구교수가 12월31일 발행되는 학술지( 29호, 한국목간학회)에 실릴 따끈따끈한 논문 한 편(‘파주 감악산 고비에 남은 명문’)을 보내왔다. 내용인즉은 경기 파주 감악산(해발 675m) 정상에 서있는 비석을 면밀하게 살펴본 결과 맨 밑바닥에서 ‘법 전(典)’자를 읽어냈다는 것이었다. 아니, 겨우 딱 한자를 읽어낸게 뭐 그리 대단한 거냐고 의문을 품은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것이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살펴볼까 한다. ■조선시대 때도 판독 불가였던 비석 요즘 출렁다리로 유명해진 적성 감악산 정상 위에는 수상한 비석 한 기가 떡하니 서 있었다. 이름하여 ‘감악산비’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비석의 정체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것 같다. 1..
‘조선 미라’, 결국 ‘문화재’ 대접 못받았다…‘중요출토자료’에 그친 이유 미라 하면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왕)인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61∼기원전 1352)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죠. 9살의 어린 나이로 등극한 뒤 불과 9년 만인 18살에 죽는 바람에 별다른 업적은 기록되지 않은 군주죠. 그러나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1874~1939)에 의해 그의 미라가 발견됨으로써 일약 유명세를 탔죠. 그런데 이집트 미라는 모든 장기를 제거하고 방부 처리하는 인위적인 과정을 거쳤죠. 한마디로 ‘인공미라’입니다. ■얼음인간 외치가 나타났다 그러나 1991년 9월 알프스의 빙하지대에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자연 미라’가 발견됩니다. 독일인 등산객 부부가 알프스 빙하지대인 외츠탈에서 반쯤 녹아있던 빙하에 엎어져 있던 시신을 본 겁니다. 분석결과 기원전 33..
'신라 재력가' 남편은 ‘덩이쇠’ 깔고, 키큰 '공주' 부인은 ‘금동관’ 썼다 ‘1호(황오리 1호분), 98호(황남대총), 125호(봉황대), 126호(식리총), 127호(금령총), 128호(금관총), 129호(서봉총), 140호(호우총), 155호(천마총)…’. 일제가 1915년 고적조사사업을 벌이면서 경주 시내의 고분에 일련번호를 붙였습니다. 그후 몇몇은 이름을 얻었지만, 여전히 일제가 붙인 번호만 갖고 있는 고분들이 많습니다. 그중 황남동 120호분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에 조성된 왕·귀족 무덤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조성되어 있는데요. 해방 이후 이 120호분의 봉분을 깎아 민가가 조성되었구요. 봉분 상부와 주변의 교란이 매우 심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죠. 아무래도 ‘왕과 왕비릉’(황남대총, 서봉총, 천마총, 금관총 등)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 고분..
2000년전 밴드 공연장에 등장한 악기 5종…며칠밤낮 쉼없이 연주했다 지금로부터 꼭 30년 전인 1992년 5월이었다.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 학예연구사와 최상종 연구원이 부리나케 광주 신창동 유적으로 달려갔다. 유적 주변에 살고 있던 최 연구원이 “지금 국도 1호선 확·포장 공사가 한창인데, 신창동 유적이 훼손될 수 있는게 아니냐”고 보고했기 때문이다. 신창동은 1963년 유·소아의 무덤인 독무덤(옹관묘) 53기가 확인되어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한 2000년 된 매우 중요한 유적이었다. 그런데 도로공사가 벌어지면 유적파괴는 불보듯 뻔한 것이 아닌가. ■2000년 전의 생활도구들이 줄줄이 두사람이 깜짝 놀라 현장에 달려가보니 과연 큰일이었다. 유적 주변을 감고 돌아가던 국도 1호선의 직선화 방침에 따라 도로가 유적의 중앙부를 관통할 판이었다. 1963년 조사된 독무덤의 구릉 ..
명품 고려청자를 '참기름병', '꿀단지'로…침몰선, ‘900년만의 증언’ “무슨 무병장수? 농담이겠지!” 2020년 4월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이 일대 바다(안흥량)를 지키던 조선 수군의 지휘소 건물이 확인되었는데요. 폐가로 남아있던 건물에서 확인된 명문 기록 2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벽지 형태로 발견된 한시인데요. ‘사람이 계수나무 꽃 떨어지듯 지니(人間桂花落)…’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수군지휘소의 현판 글씨(무량수각·無量壽閣)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무명장수라고? 농담이겠지” 불교에서 ‘무량수’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수명’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무량수각은 ‘무병장수하는 집’라는 의미입니다. 대개 전란이나 재해가 심한 지역의 사찰에 주로 세워진답니다. 신진도 수군지휘소의 ‘무량수각’ 현판에는 ‘무량’ 부분에 낙관처럼 쓰인 단어가 있죠. ‘구롱(口弄·..
암각화에 새긴 ‘신석기시대 풍속화’…4000년의 삶이 조개무덤에 켜켜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고래가 인구에 회자되었죠. 고르기 힘든 것을 골라야 할 때 남들은 “산이냐 바다냐,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고 했지만 우영우(박은빈 분)는 “대왕고래냐 혹등고래냐”고 고민했죠. 특히 유명세를 탄 고래가 바로 ‘혹등고래’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등장하는 고래죠. 또 자폐 때문에 변호사 일을 더는 할 수 없어 퇴사를 결심한 우영우에게 ‘국민 섭섭남’ 이준호(강태오 분)가 대회의실에서 보여준 것도 ‘혹등고래’ 사진입니다. 그 많은 고래 중 왜 하필 ‘혹등고래’였을까요. ■이상한 변호사의 혹등고래 우선 혹등고래는 평균 몸길이가 15m, 체중이 약 30t에 달하는 대형고래이구요. 등 위에 혹 같은..
고꾸라진채 발견된 '5cm' 기적의 신라 불상…굳이 일으켜야 할까 “땅과 불상의 공간은 단 5㎝ 차이(lls’en est fallu de cinq centimetres)…(불교계 인사는) ‘기적과 같은 일’이라 했다.” 2007년 9월 13일자 프랑스 ‘르 몽드’지는 ‘1300년 전 넘어진 경주 마애석불, 원형 그대로 보존…’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대문짝만한 불상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이 불상이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엎어진채 발견된 대형 마애불’이다. 마애불의 규모는 엄청나다. 불상을 새긴 바위는 폭 4.0m, 높이 6.8m, 두께 2.9m나 되고, 무게는 무려 80t에 이른다. 그런 바위가 40도 가까운 경사면에 거꾸로 박힌 것도, 불상의 코가 지면에서 불과 5㎝이 거리를 둔채 떨어진 것도 불가사의하다. 그런 거대한 몸이 속절없이 고꾸라지면서도 코 끝 하나 다..
요절한 '5살' 어린 신라 왕자의 '초상'?…금령총 주인공은 왼손잡이였다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 2023년 3월5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이 열고 있는 특별전 이름은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어린 영혼의 길동무’라는 수식어와 함께 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연계프로그램(‘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에 시선이 꽂히더라구요. 뭔가 연상이 되죠. ‘딸랑딸랑 금방울(금령), 어린 길동무’ 등의 단어는 모두 어린이와 관련이 깊죠. 그렇습니다. 이 금령총의 주인공은 약 1500년 전인 5세기말~6세기초에 살았던 왕자인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5~6살 무렵에 요절한 것으로 추정되구요. 이 요절한 왕자 이야기를, 그 왕자를 가슴속에 묻어야 했던 신라 마립간(왕)의 심정으로 풀어봅니다. ■혈안이 된 일제의 ‘보물찾기’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24년 5월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