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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은퇴연령 70세인데…' 숙종·영조는 왜 50대에 노인대접 받았을까 ‘기로(耆老)’라는 말이 있습니다. ‘늙을 기(耆)’에 ‘늙을 노(老)’ 이므로 노인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곡례 상’은 “60세는 기(耆)이며, 남에게 일을 시켜도 되는 나이(六十耆指使)이고, 70세는 노(老)이며, 자기 일을 넘겨주고 은퇴하는 나이(七十曰老而傳)”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즉 ‘기로’는 예순살(60)이 넘어가면 노인 대접을 받고, 일흔살(70)이 되면 정년퇴직 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70세가 되더라도 물러나지 않는 법은 있었습니다. 임금에게서 궤장(궤丈·의자와 지팡이)을 하사받는 것인데요.( ‘곡례·상’) 예컨대 신라 문무왕은 664년 70세가 된 김유신(595~673)에게 궤장을 하사했습니다.( ‘열전·김유신’조) 존경의 의미와 함께 은퇴하지 말고 임금이 내려준 지팡..
'독서휴가'는 세종의 또다른 업적…"죽어라 책만 읽으라" 했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재위 1837~1901) 시대에 ‘셰익스피어 휴가(Shakespeare Vacation)’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관리들에게 3년에 한번씩 유급휴가를 주는 대신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이끈 군주가 독서를 나랏일의 으뜸으로 쳤다는 얘기다. 그러나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빅토리아 시대보다 무려 400년 이상 앞선 조선의 세종대왕이 그와 같은 제도를 시행했으니 말이다. 1426년(세종 8) 세종이 집현전 관리인 권채(1399~1438)·신석견(1407~1459)·남수문(1408~1442) 등에게 특명을 내린다. “나이가 젊고 전도양양한 너희를 집현관에 임명한 이유는 글을 익혀서 실제 효과를 나타내라고…. 하지만 직무 때..
임진왜란 때 항복한 일본인 1만명이었다…"우리 조선!" 외쳤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 포로의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2~3만명(일본측 자료)에서 10만~40만명(조선측 자료)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은 어땠을까요. 그 숫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597년(선조 30) 5월18일 도원수 권율(1537~1599)이 적진에 밀파된 첩자들의 보고를 정리해서 조정에 알렸는데요. “왜군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항왜(항복한 일본인)의 수가 이미 1만명에 이르렀는데, 이들이 일본의 용병술을 다 털어놓았을테니 심히 걱정된다고 수근거린답니다.”() 한 연구자가 에 등장하는 항왜(귀화 혹은 항복한 일본인)의 수를 집계했는데요. 모두 42건에 600명에 달합니다. 기록된 숫자만 이 정도이니, 갖가지 이유로 항복하거나 귀화한 왜인들이..
사명대사는 "가토 기요마사, 그대의 목이 조선의 보배"라 했다 얼마전 문화재청이 강원 고성 건봉사터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승격 지정했습니다. 그런 대접을 받을만 합니다. 건봉사는 금강산 일만이천봉 남쪽 끝인 향로봉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유서깊은 사찰입니다. 520년 고구려 여인(고도령)과 중국 사신(위나라 아굴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또한 ‘염불만일회’의 전통을 간직한 사찰이기도 합니다. 758년 발징 스님이 수행승 31인과 향도계원 1280인과 함께 1만일(27년 5개월)동안 ‘아미타불’ 염불을 외며 신생을 닦는 의식을 벌였다죠. 1만일이 되던 787년 어느날 아미타부처의 가호로 31인의 육신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961인의 향도와 함께 극락세계로 왕생했답니다. 능파교(보물)와 불이문(문화재 자료) 같은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기름 얼룩 흠뻑’, ‘산산조각’ 달항아리는 왜 ‘백자 베스트 42’에 뽑혔나 “너희 중에 뉘에 ‘군자의 기개’가 담겼느냐”(경향신문) “‘백자’쟁명 청화-철화-동화…조선백자 대표 다 모인 챔피언스리그”(동아일보) “불멍·물멍 이어 자기멍…눈 뗄 수 없는 조선백자”(서울신문) “어둠을 몰아내는 ‘조선백자의 스펙터클’”(조선일보)…. 요 며칠 사이 각 언론이 편집자의 감각을 마음껏 뽐낸 온갖 수식어와 함께 앞다퉈 소개한 특별전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리움 미술관의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특별전(2월28~5월28일)입니다. 국가지정문화재 59점(국보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보물 21점)과 일본 소재 34점 등 총 185점의 백자가 총출동한 특별전이랍니다. ■군자와 백자 특별전이 조선 백자의 매력을 ‘군자’의 덕목과 연결시켜 해석한 것이 눈에 띄더..
측우기는 장영실 아닌 문종의 작품…3단 조립에 담긴 임금의 노심초사 해마다 5월19일은 정부가 정한 ‘발명의 날’인데요. 왜 하필 이날일까요.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고안·실험한 날이 1441년(세종 23) 음력 4월29일인데요. 이것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19일’이라 이 날을 ‘발명의 날’로 삼은 겁니다. 이상하죠. 훈민정음·거북선·앙부일구·자격루·금속활자 등 세계적으로 자랑할만한 최초·최고의 발명품이 많은데 왜 굳이 ‘측우기 고안·실험 일자’를 ‘발명의 날’로 삼았을까요. 이유가 있답니다. 1957년 ‘발명의 날’ 제정 때 이병도(1896~1989) 등 심의위원들이 “발명 날짜와 발명자(세자 이향·문종)가 분명히 기록된 측우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주장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지금도 포털사이트의 각종 지식백과에서 거의 대부분이 ‘측우기 발명=장영실’로 검색..
'n분의1', 형제자매 평등상속은 고려 때부터의 전통이었다 ‘장남=1.5, 아들=1, 딸(출가)=0.25, 딸(미혼)=0.5, 부인=0.5’(1960~1978) ‘장남=1.5, 아들=1, 딸(출가)=0.25, 딸(미혼)=1, 부인=1.5’(1979~1990) ‘장남=1, 아들=1, 딸=1, 처(생존)=1.5’(1991~현재) 이것은 대한민국 민법에 정한 시기별 재산상속비율이다. 지금은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1991년 개정된 민법 1009조 1항에 따라 모든 자녀가 1/n, 어머니(생존)는 0.5가 더 많은 비율로 상속된다. 그러나 1990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장남과 어머니는 각 1.5씩을, 두번째 자녀(남녀)부터는 각 1씩을 받았다. 그러나 출가한 딸의 경우 홀대를 받았다. 다른 자녀의 4분의 1인 0.25를 상속받는데 그쳤다. 이때는 그래도 개선된 상속 배..
춤을 사랑한 '국왕대리' 효명세자는 궁중예술의 총감독이었다 같은 주제의 그림이 사이좋게 대한민국의 국보로 지정된 2점이 있습니다. 경복궁의 동쪽 궁궐인 창덕궁과 창경궁을 그린 ‘동궐도’(가로 576㎝, 세로 273㎝)입니다. 1828~1830년 사이에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림에 1828년 건립된 연경당이 보이는데, 1830년 소실된 환경전, 경춘전, 함허정 등도 함께 들어 있거든요. 동궐도를 보면 마치 드론으로 찍은 사진처럼 한 눈에 두 궁궐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천·지·인’ 도장을 찍은 3점을 1세트로 제작했습니다. 그 중 16개 화첩으로 된 고려대박물관 소장본에는 ‘인(人)’자가 찍혀있구요. 재작 후 16개 화첩을 16폭 병풍으로 꾸민 동아대 석당박물관본은 ‘천(天)’이나 ‘지(地)’ 중 하나에 해당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궐도에 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