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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중 항복한 일본인은 1만명이었다 일본인 출신으로 귀화한 인물 가운데는 사야가(沙也加·김충선)이 첫손가락으로 꼽힌다. 사야가는 1592년 4월15일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 제2진의 선봉을 맡아 부산포에 상륙했다가 곧바로 부하들과 함께 귀순했다고 전해진다. 그의 을 보면 단순한 항복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출정 전부터 “의롭지 못한 전쟁에 나섰지만 동방예의지국인 조선에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요순삼대(요순시대와 하상주 3대를 일컬음. 예의가 넘치는 태평성대를 의미함)의 유풍을 사모해서 동방 성인의 백성이 되고자 귀화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야가는 특히 “난 힘이 없어 항복한 게 아니다”라고 애써 강조한다. 동래부사 순절도에서 보이는 왜군들. 가토 기요마사군의 선봉에 선..
'나쁜' 쇼트트랙과 '꿀잼' 쇼트트랙 지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3000m 계주에 출전한 한국여자팀은 무난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하지만 잔치집이어야 할 팀 분위기가 일순 초상집으로 바뀌었다. 심판이 한국 선수의 임페딩(밀치기) 반칙을 선언함으로써 실격처리한 것이다. 상대인 중국 선수와 외신들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어리둥절한 판정이었다. 여자쇼트트랙선수들의 3000m 계주 경기 예선. 이유빈 선수가 넘어지자 최민정 선수가 잽싸게 터치하고 있다. 한국 선수의 메시지가 심금을 울렸다. “분명 우리가 1등이야. 하늘아 오늘만큼은 너무 밉다. 눈물난다.” 111.12m의 트랙(스피드스케이팅은 400m)을 4~6명이 나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쇼트트랙에서 신체접촉은 숙명일 수밖에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광화문 현판, "아니 어떤 X의 작품이야"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서예솜씨를 자랑한 이는 누구일까. 일단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가장 뛰어난 서예실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년기부터 한학을 배우고 서예를 연마했으니 그럴만 하다. 기교가 뛰어나고 기운이 웅혼하다는 평을 받는다. 윤보선 대통령의 글씨에서는 소박한 필의가 느껴진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 대구사범 시절부터 김용하(1896~1950)로부터 서예를 배웠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소전 손재형(1903~1981)을 사사했다. 손재형 앞에서는 담배도 피우지 않았을 정도로 깍듯하게 대했다고 한다. 전문교육을 받았던 박정희 대통령의 글씨는 군인출신답게 굳세고 강하다는 평을 듣는다.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유명한 김영삼 대통령은 독창적인 글씨체를 자랑했으며, 대자서(大字書)를..
아이스하키에도 골품제도가 있다 골품제도가 있는 스포츠라면 아이스하키를 꼽을 수 있겠다. 나라별 실력차에 따라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축구에서는 동남아국가와 브라질이 하다못해 친선경기라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스하키에서는 있을 수 없다. 세계수준의 팀 16강(여자는 8강)은 톱디비전에, 2부리그격인 디비전 1그룹 A와 3부리그격인 디비전 1그룹 B에 각각 12팀(여자는 6팀)씩이 소속돼있다. 신분은 디비전별 세계선수권대회의 결과로만 뒤바뀔 수 있다. 해마다 상위그룹의 꼴찌 2팀과 하위그룹 상위 2팀이 자리를 맞바꾼다.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는 몇 팀을 빼면 캐나다·미국·러시아·핀란드·스웨덴·체코 같은 팀은 아이스하키의 성골계급이다. ‘성골’의 팀들은 하위계급 팀과 친선경기조차 벌이지 않는다. 다른 이유는 ..
귀화 골리 맷 달튼의 '이순신 마스크' 아이스하키에서 가장 불쌍한 포지션이라면 역시 ‘골리(골키퍼)’를 꼽을 수 있다. 두께 2.54cm, 지름 7.62cm의 원형압축고무를 얼려 만든 무게 150~170g의 퍽이 시속 160~180㎞의 총알속도로 날아오는데, 이것을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아이스하키 골리는 맨 얼굴로 경기에 나섰다. 1927년 여자선수인 엘리자베스 타일러(퀸즈대)가 치아보호를 위해, 1930년 클린트 베네딕트가 부러진 코를 보호하려고 각각 마스크를 썼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된 후에는 곧바로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시야를 가리는 그 무엇을 얼굴에 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대와 당당히 맞서야 할 선수가 얼굴을 가리고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거야말로 불성실한 겁쟁이 아닌가. 그러던..
현충사, 꼭 박정희 현판이어야 하나 “노인을 봉양하는 연회를 베풀면 어떻겠사옵니까.” 1771년(영조 47년) 20살이 된 세손(훗날 정조)이 임금(영조)에게 ‘노인봉양잔치’를 권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그런데 할아버지 영조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상소문의 내용보다는 먼저 “세손의 글씨가 어떠냐”고 대신들에게 물었다. 대신들이 한목소리로 “아주 잘 썼다”고 칭찬하자 이번에는 “문체가 어떠냐”고 하문했다. 대신들이 “아주 훌륭하다”고 하자 그제서야 “세손의 뜻대로 양로잔치를 베풀라”고 했다. 영조의 다음 한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세가지 기쁜 일이 있다. 세손이 양로연을 청한 것이 하나이고, 글을 잘 지은 것이 하나이며, 글씨를 잘 쓴 것이 하나이다.”() 영조는 훌륭한 왕재로 성장한 세손(정조)의 글씨를 특별히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1966년..
아주 특별한 아이스하키 단일팀…무엇이 특별한가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아이스하키팀은 ‘아주 특별한 의미의 단일팀’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귀화인 3명 및 입양아 출신 1명과, 여기에 분단으로 찢긴 한국과 북한(12명) 선수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룬, 결코 단일하지 않은 연합팀이다. 북핵 위기에 따른 대북제재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원팀’이 구성되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다. 4일 오후 인천 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평가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 관중석에 '우리는 하나다'라고 쓰인 응원 대자보가 걸려 있다. 물론 북한 선수 12명이 뒤늦게 합류한 단일팀의 구성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한국계 귀화 및 입양아 출신 선수들의 ‘대표팀 합류기’ 또한 파란만장했..
문재인 대통령은 왜 장군들에게 양날의 칼을 내렸을까 검(劍)이란 무엇인가. ‘밑동에서부터 끝까지 고르고 순수하게 단련된 양날의 칼’이다. 신석기 유적인 함북 웅기군 굴포리의 서포항 패총 등에서 출토된 골제단검은 짐승의 다리뼈를 쪼개 끝부분을 갈아서 예리한 칼날을 세워 만들었다. 청동기 시대 들어서는 마제석검이 등장했다. 문자그대로 점판암을 아주 정교하게 갈아서 만든 짧은 석검이다. 이 마제석검은 중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우리 전통의 무기 또는 도구라 할 수 있다. 사냥용이라기보다는 개인간의 싸움이나 호신의 무기로 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청동기와 철기시대 들어 다양한 동검, 혹은 철검이 등장한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무기는 청동단검이다. 이른바 비파형 동검의 형식이 발전된 세형동검이 한반도에서는 유행했다. 비파형 동검은 검신, 즉 칼의 형태가 비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