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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고조선의 체취가 풍긴다-청쯔산, 싼줘뎬 유적 (이 시리즈는 지난 2007년 경향신문 탐사팀이 중국동북방과 러시아 등을 탐사하며 기록한 연재물이다. 이미
커제를 응원하는 이유 “승률이요? 0%에 가깝죠.” 23~27일 중국 저장성(浙江省) 우전(烏鎭)에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 중국의 커제(柯潔·20) 9단이 3차례 대결을 펼친다. 그러나 커제가 이길 가능성이 사실상 0%라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프로바둑기사 손근기 5단은 “커제가 (알파고의 수를 그대로 따라두는) 흉내바둑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인간바둑 9단이 인공지능을 흉내낸다? 굴욕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내밀 때의 가소로운 장면이 떠오른다. 기사들은 ‘바둑의 수가 우주의 원자수보다 많은 10의 170제곱인데 인공지능이 어찌 무궁무진한 수를 다 읽겠냐’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성을 어찌 따라올 수 있냐’고 얕잡아봤다. 결과는 1대4의 참패로 끝..
'동삼동패총'은 신석기시대 명품팔찌공장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유물 박물관이 있습니다. 기원전 6000~기원전 2000년 사이 무려 4000년간 신석기인들의 삶을 복원해볼 수 있는 부산 동삼동 패총유적입니다. 패총이란 조개무지, 즉 신석기인들이 먹고 버린 조개들의 무덤입니다. 석회질로 된 조개껍데기는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꾸기 때문에 패총 안에 들어있는 유구와 유물들이 잘 썩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삼동 패총에서는 필설로 다할 수 없는 유물들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이곳은 당대 명품팔찌의 대량생산 공장이 존재했던 곳입니다. 1999년 발굴에서는 1500여점의 팔찌가 확인됐는데, 그 중에는 완제품도 있었고, 제작도중에 깨졌거나 아니면 제작하기 전의 조개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공장이었다는 얘기죠. 흥미로운 것은 광안리산 명품인 투..
영부인, 여사, 씨… 1932년 동아일보에 실린 춘원 이광수의 소설 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이 어른은 변호사 허숭씨 영부인, 이화의 천재시오. 미인이시죠.” 영부인의 영(令)자는 ‘남을 높인다’는 의미의 접두어다. 영부인은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호칭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대통령 부인을 지칭하게 됐을까.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인 프란체스카를 ‘영부인’으로 지칭하는 기사가 1949년 11월 5일 동아일보에 실린다. “푸랑체스카 여사는 ‘더 초우즌 우-먼(선택된 부인)’으로서 최대최고의 희망인 일국 대통령의 영부인의 영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요즘의 관점이라면 엄청 시대착오적인 기사라 할 수 있다. 그래도 이 기사의 부제는 ‘이 대통령 부인의 근황’이었다. 그때까지도 영부인 호칭은 대통령 부인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
'청와대 f4'… '미남이시네요' 심리학 용어 중에 ‘블링크(blink)’가 있다. ‘2초 안에 일어나는 순간판단’을 일컫는데, 직관이나 통찰의 능력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순간판단이 틀릴 때가 있다. 편견과 차별이 눈 앞을 가릴 때이다. 이것을 ‘워런 하딩의 오류’라 한다. 미국 제29대 대통령인 하딩(1865~1923)은 미국 역사상 최고의 미남 대통령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1899년 미정가의 막후 실력자인 해리 도허티는 오하이오주의 지역신문 ‘더 매리언 스타’의 편집장이던 하딩을 처음 보자마자 홀딱 빠졌다. ‘미국 역사를 바꿀 인물’로 여겼다. 능력과 자질 때문이 아니었다. 신의 은총을 받은 듯한 신체와 남자다운 인상, 경쾌한 걸음걸이와 꼿꼿한 자세, 그리고 다른 손님에게 자리를 양보할 때의 정중함까지…. 조각미남이라는 뜻..
청와대 대통령과 광화문 대통령 청와대터의 풍수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주산인 북악산은 해발 342m에 불과한 보잘 것 없는 산이다. 그러나 막상 청와대에 서서 북악산을 치켜보면 사뭇 달라 보인다. 배를 쑥 내민채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운 독불장군처럼 오만하기 이를데 없다. 청와대 주인만 되면 ‘나홀로 우뚝 고집을 피우는 듯 서 있는’ 북악산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북악산 모습. 북악산 오른쪽 면을 보면 두 눈과 코가 있는 얼굴형상이다. 그런데 이 얼굴은 청와대를 외면하고 있는 상이다. 게다가 북악산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듯 곧추서있는 모습이다. 독불장군의 형세라 한다. 게다가 산의 오른쪽 면은 사람의 얼굴상이다. 그래서 ‘면악(面岳)’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얼굴을 뜯어보면 청와대를 외면한 형상이다. 최창조 전 서울대..
'감악산비'는 제5의 진흥왕순수비다? 진흥왕순수비. 한국사를 배울 때 놓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삼국 가운데 약소국이던 신라가 진흥왕 때 낙동강 서쪽의 가야세력을 정복하고 북쪽으로는 나제동맹을 깨고 한강유역을 차지한 뒤 함경도 이원지방까지 진출한 다음 새롭게 개척한 영토를 순행한 기념으로 세운 비석으로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순수비는 창녕비ㆍ북한산비ㆍ마운령비ㆍ황초령비 등 4곳입니다. 한결같이 개척한 새로운 영토 중에서도 요충지에 속하는 지점에 건립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4곳 뿐일까요. 역사학자들은 진흥왕순수비가 더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상한 곳을 마침내 찾았습니다. 1980년대 초 학계에 보고된 감악산비입니다. 임진강유역의 요충지, 임진강-파주-서울을 잇는 감악산..
'야한' 구석기 비너스와 전곡리 축제 1864년 프랑스 고고학자 폴 우랄은 로즈리 바스 후기구석기 유적에서 희한한 조각물 1점을 발굴했다. 머리도, 발도, 팔도 없는데 유독 음부만은 예리한 칼로 표현한 구석기 말기의 유물이었다. 금방 이 조각상에 ‘야한 비너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벌거벗은 자신의 음부를 오른손으로 살짝 가린 그리스 로마 시대의 비너스상을 흔히 ‘정숙한 비너스’라 일컫지 않은가. 2008년 발견된 홀레펠스 비너스. 3만5000년전의 작품이다. |전곡선사박물관 제공 꽁꽁 가려도 시원치않을 음부를 부끄럼없이 턱하니 내놓고 있으니, ‘야한 비너스’가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무런 상관 관계없는 비너스를 끌여들여 현대 서양인의 잣대로 구석기인의 문화를 함부로 규정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선사시대의 여신상을 ‘○○비너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