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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캐스트-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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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이여! 제발 망해라!" 이번 팟캐스트 주제는 ‘여왕이여! 제발 망해라!’입니다. 지금부터 1200년 전 신라 서울 서라벌에 진성여왕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는 길에 비방문을 던졌다고 했으니, 전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자보는 암호문처럼 알 수 없는 주문으로 일관됐는데 한마디로 “진성여왕이여! 위홍(여왕의 숙부 혹은 정부)과 같은 간신 때문에 망하리라!”는 저주문이었습니다. 신라는 대자보가 붙은 지 47년 만에 망하고 맙니다. 조선 시대 명종 때도 양재역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를 ‘여주(女主)’라 칭하면서 ‘그 여주와 여주를 따르는 간신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자보가 붙은 지 12년 만에 임꺽정이라는 도적이 출현, 3년간이나 황해도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이복형을 ..
정도전이 꿈꾼 세상은? 이번 주 팟캐스트는 편입니다. 지난 주엔 정도전의 삶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정도전이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성계라는 군주를 택했음을 술김에 왕왕 발설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도전이 꿈꿨던 세상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정도전 자신과 같은 똘똘한 재상이 다스리는 유교국가였습니다. 그렇다면 군주란 존재는 누구였을까요. 군주란 바로 똘똘한 재상을 잘 뽑아서 그 재상과 더불어 정사를 논하는 존재라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격한 사상이 아니었을까요. 너무 앞서간 정도전은 그만 왕권 중심의 이방원 세력에게 칼침을 맞고 맙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좌절됐지만 조선은 그의 밑그림대로 그려졌습니다. 정도전, 그는 조선왕조의 설계자였습니다. 새왕조 개창을 향한 정도전의 정력은 저술에서..
정도전, "내가 이성계를 등용했다" 고려의 숨이 아직 붙어있던 1383년,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 동북면을 방문했답니다. 거기서 이성계의 군대를 보고는 이렇게 속삭였답니다. “훌륭합니다. 이 군대로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요컨대 당신의 군대는 고려를 갈아엎고 혁성혁명을 일으킬만큼 매우 훌륭한 위용을 갖추고 있다고 운을 뗀 것입니다. 그러자 이성계는 “무슨 말이냐”고 딴청을 피웠답니다. 선문답을 주고받은 셈이죠. 이로써 조선 개국을 위한 두 사람의 의기가 투합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정도전은 조선 개국 후 술자리에서 종종 이런 말을 했답니다. “한고조(유방)가 장자방(장량)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고조를 쓴 것일 뿐이야.” 이 무슨 말일까요. 조선을 개국하려고 내(정도전)가 이성계를 기용한 것 뿐이지 이성계가 나(정도전)를 ..
매맞는 남편 열전 이번 주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주제는 ‘매맞는 남편 열전’입니다. 고려 때 23살 어린 부인에게 지팡이로 맞고 그저 울기만 했던 임금이 있었답니다. 충렬왕입니다. 충렬왕은 왜 어린 부인에게 얻어터졌을까요. 왜구 섬멸의 주인공인 최운해 역시 독한 부인 때문에 식겁했답니다. 부인은 도망가는 남편을 쫓아가 칼로 내리치기까지 했다는군요. 조선 시대 어떤 부인은 “너는 추한 얼굴에 나이도 늙고 기력도 없는데 무엇을 믿고 결혼했냐. 빨리 죽어라”고 남편을 구박했답니다. 이 때문에 남편은 파직되고 부부는 강제이혼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뿐인가요. 어떤 아내는 장애인 남편을 구박하면서 “이 애꾸눈 놈아!”하고 외치는 등 못할 말을 내뱉었답니다. 태조 이성계의 사촌동생은 아내에게 급소를 잡혀 불귀의 객이 되고..
X조와 X종에 얽힌 비밀 평소 가졌던 의문점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옛 임금을 보면 어떤 분은 ‘X조’인데, 도 어떤 분은 ‘X종’일까요. 그러니까 세종은 왜 세종이고, 세조는 왜 세조일까요. 다 같은 반정으로 등극한 임금인데, 중종은 왜 중종이고, 인조는 왜 인조일까요. 또 있습니다. 원래 영조는 영종, 정조는 정종, 순조는 순종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조, 정조, 순조가 되었다지요. 무슨 곡절이 있어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또 만고의 성군인 세종은 원래 문종이라는 묘호로 역사에 남을 뻔 했다지요. 이기환의 팟캐스트 28회는 ‘X조와 X종에 읽힌 비밀’을 풀어보려 합니다. 아래의 관련기사를 참조하면서, 혹은 단행본 를 읽으면서 팟캐스트 내용을 귀담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경향신문 이기환 논설위원) “예로부터 조(祖)와 종(宗..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 이번 주 팟캐스트는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입니다. 서애 류성룡은 에서 충주 전투에서 대패한 신립 장군을 두고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군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폄훼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립(1546~1592)은…전투의 계책에는 부족한 인물이다.”라 했습니다. 명나라 사령관인 이여송도 “천혜의 요새지(조령)를 몰랐으니, 신립은 지모가 부족한 장수였다”고 촌평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1801년(순조 원년) 탄금대를 지나던 다산 정약용은 “신립을 깨워 ‘왜 문(조령)을 열어 왜적을 받아들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신립이 천혜의 요충지라던 조령(해발 642m) 대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대패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궁금증에 생깁니다. 과연 조선의 종묘사직이..
1400년의 혈맹, 한국과 이란의 끈끈한 인연 ‘불량국가(rogue state)’, ‘악의 축(axis of evil)’. 모두 이란을 지목하는 표현입니다. 미국은 소련의 붕괴로 동서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이란을 새로운 적을 규정했죠. “대량파괴무기를 생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몹쓸 나라”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미국은 그들이 짠 새로운 국제질서를 거부한 이란과 같은 나라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최근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지만 이란에 대한 이같은 좋지않은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란은 ‘불량국가’도 아니요, 더군다나 ‘악의 축’도 아닙니다. 물론 지금 우리 사회에 미국이 끼친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이란의 관계는 1400년 동안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지난 주..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과 결혼 이번 주 팟캐스트 주제는 ‘신라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아니 머나먼 나라의 왕자 공주가, 그것도 1500년 전에 사랑을 나눴고, 혼인까지 했다는 거냐. 그걸 믿으라는 거냐 하고 말씀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판 단군신화라 할 수 있는 ‘쿠쉬나메’라는 서사시에 나오는 내용이라니 어쩝니까. 그 서사시에 따르면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가 중국을 거쳐 신라로 망명합니다. 이란 왕자는 엄청 환대를 받습니다. 양국 선수들끼리 선수를 섞어 이란의 전통 스포츠인 폴로경기까지 벌였답니다. 그리고 이란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라 공주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양국은 신라-페르시아 연합군을 결성해서 때마침 침략해온 중국군대를 대파하고, 그 여세를 몰아 중국대륙까지 진출합니다. 왕자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