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역사 (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관의 수난사, '도난에서 기생의 면류관까지' 1921년 9월, 경주 봉황대 바로 아래서 운영하던 박문환의 주막집은 장사가 무척 잘됐다. 사세확장’을 해야 했다. 그는 주막을 늘리기로 하고 뒤뜰의 조그마한 언덕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9월 23일 이상한 유물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소문이 삽시간에 경주 전역에 퍼졌다. 당시 경찰서 순경(미야케 요산·三宅與三)이 이 풍문을 듣고 곧바로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노서리 일대를 순시 중이던 미야케의 눈에 심상찮은 장면이 목격됐다. 어린아이 3~4명이 매립된 흙 속을 열시히 찾고 있는 것이었다. 가까이 가보니 아이들의 손에 청색 유리옥들이 들려 있었다. 1926년 10월10일 서봉총 발굴 현장에 온 구스타프 스웨덴 황태자 부처가 노출된 황금유물들을 쳐다보고 있다. 황태자는 이날 황금허리띠와 황금관을 .. 잘못 출제된 입시문제 '흑역사' 최근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 파동을 보면 역사는 돌고 돈다는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꼭 50년 전으로 돌아가니 말이다. 때는 바야흐로 1964년 12월 7일 서울시 전기중학 입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도 수능일이면 전국이 들썩거리지만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치른 다음날, 각 신문에는 전날 치른 문제가 이른바 ‘가리방으로 긁은 글씨체’ 그대로 전제되었다. 당시만 해도 코흘리개 국민학생(초등학생)들까지 입시지옥을 겪었으니 아찔한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큰 사단이 일어났다.. 1964년 12월 7일 벌어진 전기중학 입시 자연문제 17번과 18번 문제,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재료를 고르는 문제이다. 전기중학 시험문제는 도하 각 신문에도 그대로 전제됐다. |경향신문 자료.. 포석정의 비밀…경애왕은 '놀자판'이 아니었다. “옛날 견씨(견훤)이 왔을 때는 승냥이나 범을 보는 것 같더니 지금 왕공(왕건)이 이르러서는 마치 부모를 보는 듯 하구나.”( ‘신라본기·경순왕조’ 931년 3월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이 경주를 방문하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감읍한다. 는 이어 “왕건의 부하 군병들은 엄숙하고 조용했으며 어떤 조그만 물건에도 손대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경순왕이 ‘승냥이나 범’으로 치부한 견훤 때는 어땠는가. “견훤이 927년 겨울 11월에 경주에 들이닥쳤다. 견훤은 후궁에 숨어있던 경애왕을 핍박하여 자결케 하고 왕비를 강음(强淫)했다. 부하들은 경애왕의 비첩들을 난통(亂通)했으며 공사의 재물을 노략질했다.”( ‘신라본기·경애왕조’) 경주 포석정. 경애왕이 견훤이 침략하는 사실도 모르고 술판을 벌이다가 비참한.. 1974년의 '김수현', 최불암의 CF 모델료 “지난 몇해동안 우리나라 TV 수상기 보급 증가율은 파천황적이다.” 경향신문 1974년 10월 12일자는 ‘부쩍 는 TV수상기 보급-전국 150만대 돌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TV수상기 증가율을 ‘파천황적(破天荒的)’이라는 표현을 쓰며 놀라워했다. 파천황은 혼돈의 상태(天荒)을 깨뜨리는(破) 천지개벽의 상황을 일컫는다. 기사는 “KBS에 등록된 TV 수상기 대수가 150만대를 돌파했다”면서 “등록되지 않은 음성대수를 포함하면 200만대가 보급됐을 것”이라 전하고 있다. 당시 기사는 “TV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모나코(1위)이며. 미국(2위), 캐나다(3위), 쉬든(스웨덴·4위)이 뒤를 잇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대략 25위로 추산된다”고 추정했다. 기사를 보면 ‘파천황’이 그렇게 과장된 표현이 아..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민족정권입니다' “고구려는 조기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정권입니다.” 중국 지안(集安)의 광개토태왕릉 위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면 누구든 감상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그야말로 절대 넘을 수 없는 군사분계선 철책을 돌고 돌아 중국대륙으로 우회해서 온 길이 아닌가. 압록강엔 철책이 없다. 북한 땅, 북한 사람들이 손에 닿을듯, 마음에 닿을 듯 가깝다. 그러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릉을 내려와, 그 거대한 광개토대왕비를 바라보면 또 한 번 상념에 젖을 수밖에 없다. 7m에 가까운 비석에 새겨넣은 1800자에 이르는 명문…. 명문에 표현된 대로 비문의 주인공은 바로 ‘광활한 영토를 개척한’(廣開土) ‘왕중의 왕’(太王)이 아닌가. 압록강 이남 한반도로 쪼그라들고, 그 조차 군사분계선으로 양분된 .. 자유분방한 성(性)의 나라 신라 “선생님 이게 뭔가요. 목간 같은데요.” 1974년 11월 어느 날, 경주 안압지 바닥을 조사중이던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속 여성조사원이 윤근일 조사팀장에게 달려갔다. 뻘 속에 막 찾아낸 유물을 갖다준 것이다. 문제의 유물을 본 윤근일은 깜짝 놀랐다. 유물이 양물(陽物), 즉 목제 남근이었으니까…. 윤근일은 아무 소리하지 않고 여성조사원을 현장으로 돌려 보낸 뒤 깨끗이 세척했다. 맞았다. 1300여 년 동안 안압지 바닥의 뻘 속에 묻혀있던 남근 목제품이 현현한 것이다. 이 목제품의 길이는 17.5㎝에 달했다. 유물을 본 여성조사원들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안압지가 어떤 곳인가. 통일신라시대인 7세기 후반 문무왕 때 조성된 연못이다.( ‘신라본기·문무왕조’) “674년(문무왕 14년) 궁성 안에 못을 파고.. 조선 최초의 흡연자…어전에서 감히 담배를 피우다 “남초(南草·담배)는 남쪽 오랑캐 나라에서 유래해서 일본에서 번성했다. 무오 연간(1618년)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장유가 가장 먼저 피웠다.”(, 등) 우리나라 담배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계곡 장유(張維·1587~1638)이다. 장유가 누구인가. 그의 선조는 1275년 충렬왕비인 원나라 제국대장공주를 따라 고려에 왔다가 귀화한 위구르족 출신인 장순룡이었다. 장순룡은 덕수 장씨의 시조가 됐는데, 12대 손인 장유는 조선 중엽의 4대 문장가(이정구·신흠·이식·장유)로 명성을 얻었다. 바로 그 장유가 담배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물인 것이다. 우선 이 언급하고 있듯 장유는 조선에서 가장 먼저 담배를 피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신윤복의 '청금상련'. 사대부가 기생과 의녀를 연꽃감상을.. 골초 대왕 정조임금이 꿈꾼 '담배의 나라' 1560년쯤 유럽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담배는 그야말로 요원의 들불처럼 전세계로 퍼진다. 결국 60년도 안되어 극동지역으로 몰려온다. 이른바 ‘담뱃길’은 여러 곳으로 추정된다. 우선 청나라 초기 사람인 왕포가 쓴 를 보면 담배는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 연간(1628~1644)에 중국으로 전해졌다는 기록이 나온다. 담뱃잎이 여송(필리핀 루손섬)에서 전래됐다는 것이다. 담배의 전래를 연구한 중국의 사상가 우한(오함)은 담뱃길을 대략 3가지로 요약한다. 즉 일본→조선→랴오둥(요동)이 한 갈래이고, 필리핀(루손)→푸젠(복건)→광둥(광동)이 또 다른 갈래, 그리고 남양(남태평양)군도→광둥(광동)→중국 북방 등이 또 하나의 갈래였다는 것이다. 중국 광저우(廣州)→조선→일본으로 거쳤다는 ‘역 담뱃길’의 주장도 있지..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