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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 마부도 올랐는데…' 의병장 곽재우는 왜 공신에서 탈락했을까 “호종공신이 80명이 넘는다니 과하다. 그 중에 내시가 24명이며 미천한 자들이 또 20여명이 되었다. 얼마나 외람된 일인가.”( 1604년 6월 25일) “천 것들 하고 함께 공신회맹연에 참석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소반의 피를 마시고 맹세했으니 아 어찌 비웃음을 사지 않겠는가.”( 1604년 10월 29일) 임진왜란 때의 공신책봉 관련 실록 기사를 보면 유독 사관(史官)의 ‘한탄 논평’이 많다. 공신 심사나 책봉, 그리고 공신회맹식의 과정을 기록한 사관들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쉰 것이다. 1604년 6월25일 공신교서를 발표한 사실을 적은 사관의 논평이 의미심장하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절개를 세운 사람이 없지 않다. 정인홍·김면·곽재우는 영남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김천일·고경명·조헌은 충청과 ..
경애왕은 그날 술판을 벌이지 않았다. “견훤이 927년 겨울 11월에 경주에 들이닥쳤다. 견훤은 후궁에 숨어있던 경애왕을 핍박하여 자결케 하고 왕비를 강간했다. 부하들은 경애왕의 비첩들을 난통(亂通)했으며 공사의 재물을 노략질했다.”( ‘신라본기·경애왕조’) 에 기록된 신라 55대 임금 경애왕의 최후이다. 한마디로 신라 55대 경애왕이 나라가 망해가는 줄도 모르고 927년 음력 11월에 포석정에서 연회를 열어 귀족들과 술 마시고 즐기다 후백제 견훤의 침입으로 왕이 자결을 강요당했다는 것이다. 견훤 역시 남의 나라 왕비를 강간하고, 그 부하들에게도 남의 나라 임금의 비첩들을 마음껏 겁간하도록 방임한 인간말종으로 그렸다. 포석정은 경주 남산의 서편 포석계곡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적 1호였다. 사적 1호는 결국 후백제 견훤의..
레이건의 DMZ와 트럼프의 DMZ 1952년 12월 2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을 극비 방문했다. 이승만 대통령도 처음에는 방문 사실을 몰랐다. 여의도 비행장에 아이젠하워를 태운 군용기가 내렸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았다. 아이젠하워의 잠행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대통령 선거 때 내건 ‘한국전쟁의 휴전과 전방부대 시찰’ 공약의 실천이었다. 한국전쟁 중인 1952년 12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동부 전선인 지형고지와 수도고지를 방문했다. 북진통일과 휴전반대를 줄기차게 외치던 이 대통령을 굳이 만날 이유가 없었다. 아이젠하워는 중동부 전선인 수도고지와 지형능선을 관할하는 최전방부대를 방문했다.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와 하얀 눈이 뒤덮은 고지를 망원경으로 바라보며 아이젠하워는 휴전의 의지를 다..
우리 개는 '다' 물어요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불베이팅(bull baiting)’이라는 오락이 있었다. 이름하여 ‘소 골리기’인데, 경기내용은 자못 잔인하다. 먼저 기운 센 황소를 반경 30피트(9.14m) 정도만 움직일 수 있도록 말뚝에 묶어두고 소의 코에 잔뜩 고춧가루를 묻힌다. 날뛰기 시작한 황소는 달려드는 개들을 뿔로 치받거나 마구 흔들어 내동댕이친다. 이 오락은 개가 소의 코를 꽉 물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된다. 왜 불베이팅에 ‘참전한’ 영국산 개에 ‘불도그(블독·bulldog)’란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단순한 오락은 아니었다. 1908년 오스트리아 자허 호텔을 운영했던 안나 자허 (1859~1930)가 두 마리 프렌치 불독을 애완견으로 키우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당대 영국에서..
"미라는 출산중…" 출산직전 사망한 산모 미라 “저기 무연고 무덤이 하나 있는데, 도굴된 것 같아요. 어느 분 묘인지 한번 확인하고 싶어요.” 2002년 9월 6일 경기 파주시 교하리 야산(장명산)에서 파평 윤씨 문중 묘소의 이장작업이 한창이었다. 흩어져있던 묘역 6기를 한곳에 모으는 작업이었다. 작업에는 김우림씨(당시 고려대박물관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입회하고 있었다. 파평 윤씨의 묘역이 경기도기념물(182호)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전문가 입회는 필수였다. 그때 파평 윤씨 문중 대표가 “이왕 정리하는 김에 무연고 묘를 조사해봤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문가들에게 낸 것이다. 마침 문중사람과 포클레인 장비, 장의업체까지 있었으니 해볼만 한 작업이었다. 무덤을 노출시켜보니 회곽묘였다. 금방 난관에 봉착했다. 돌처럼 굳어진 회곽묘가 너무도 단단했고, 회..
유네스코의 고민, '헤브론이냐 알칼릴이냐' 7월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팔레스타인이 신청한 ‘헤브론(알칼릴) 구 시가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주 유네스코 이스라엘 대사인 카멜 샤마 하코헨은 위원회의장석까지 달려가 휴대폰을 흔들며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파리의 내 아파트에서 ‘화장실 고장났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여러분이 방금 내린 결정은 우리집 화장실 수리보다 사소한 일이다.” 그러나 버스 지난 뒤의 때늦은 분풀이였다. 헤브론(아랍어 알칼릴)은 유대인의 성지이다. 유대인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삭·야고보의 부부가 묻혀있다는 파트리아크 동굴이 있다. 그러나 무슬림에게도 경배의 장소다. 역시 이브라힘(아브라함)을 숭배하는 무슬림들은 14세기 이 동굴 위에 ‘이브라힘 모스크’를 지었다. 문제는 유네스코가 헤브론을 ‘팔레스타인의 세계유산..
1만년전 제주도에 정착한 경계인…그들은 누구인가 제주도 하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뭍 사람들에게는 로망이지요. 뭔가 세파에 찌들어 살고 있는 육지 사람들은 한번쯤 평화롭고 아름다운 제주도에서의 삶을 상상해보곤 하지요. 최근에는 가수 이효리씨가 세상 편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TV프로그램을 보면서 한껏 부러워하게 되지요. 얼마나 부러우면 제주도 여행가서 굳이 이효리씨의 집을 찾아가는 분들도 있다면서요. 뭐 제주도까지 가서 남의 사생활을 훔쳐볼 필요가 있습니까. 그보다 훨씬 의미있는 곳들도 많은데…. 화산섬 제주도의 풍치는 말하지 않아도 유명합니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을 어떨까요. 지금으로부터 1만년전의 제주도를 가보는 그런 여행 말입니다. 제주도야 말로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를 연결하는 이른바 ‘경계인’이 살았던 곳이거든요. 그 이들..
월드컵 로맨스와 출산율 “25~26일 사이 병원 분만실에서 기록적인 수의 경막외 마취제가 사용됐다.” 지난 3월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의 란드스피탈리 대학병원의 마취과 의사인 아스게이르 페투르 토르발드손이 자신의 트위트 계정에 올린 이 글이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다. 출산 때 임산부들이 사용하는 경막외 마취제의 수가 급증했다는 것은 곧 출산율이 치솟았음을 의미한다. 3월 말은 인구 30여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가 지난해 6월 27일 열린 유로 2016년 16강전에서 잉글랜드를 2-1로 꺾은지 딱 9개월이 지난 때였다. ‘맞아.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흥분한 아이슬란드인들이 사랑을 나눈 결과야.’ ‘출산율을 높이려면 역시 월드컵이야.’ 영국의 BBC, 인디펜던트에서부터 러시아의 뉴스채널 RT, 미국의 뉴스위크에 이르기까지 앞다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