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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결번'된 국보 보물들, 무슨 까닭인가 영구결번이라는 게 있다. 스포츠나 항공기, 철도 등에서 특정 번호를 다시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의 경우엔 명예의 뜻을 지니고 있지만 항공기나 철도의 사고에 따른 영구결번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국보와 보물에도 ‘영구결번’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국보는 274호와 278호, 두 건이지만 보물은 5호·163호·341호·458호·476호·479호·864호 등이 모두 ‘영구결번’ 문화재다. 그렇다면 문화재의 ‘영구결번’은 명예의 의미일까 불명예의 뜻일까. 먼저 국보 274호 영구결번 이야기부터 해보자. ■“한발을 쏘면 반드시 적선을 수장시킨다(一射敵船 必水葬)” 1992년 8월10일 경남 통영시 한산면 문어포 앞바다까지 고무보트를 타고 온 해군 소속 대령과 하사 1..
현정화가 단일팀 논란에 묻는다. '그럼 통일은 안할건가요?' “언니랑 밥 한번 먹고 싶어요. 꼭 둘이서만….” 현정화 렛츠런(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49)은 설레는 마음으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다리고 있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꺾고 단체전 우승을 일궈낸 ‘코리아 단일팀의 짝궁’ 북한의 리분희(50)가 평창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리분희는 북한 장애자 체육협회 서기장으로서 평창 패럴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이 짙다. 27년전 취재기자로 33일간 일본전지훈련장과 본대회를 취재했던 필자가 현정화 감독과 리분희와 관련된 추억과 단일팀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봤다. 1991년 지바탁구선수권대회에서 코리아 단일팀 소속으로 만나 단체전 우승을 이끈 현정화와 리분희. 46일간 한솥밥을 먹으며 작은 통일을 이뤄냈다. ■27년간 이뤄지지 ..
신발 흙 털다 발견한 신라 진흥왕의 포고문 “ 내 너에게…” "별것 없을 겁니다. 여태껏 여러 대학과 여러 학자들이 조사했지만 허탕만 쳤습니다." 1978년 1월6일. 정영호 교수가 이끄는 단국대조사단이 충북 단양을 찾았다. 온달의 유적을 찾고, 죽령을 중심으로 신라와 고구려의 관계를 밝히는 학술조사를 벌이기 위함이었다. 맨먼저 단양군청을 찾았는데 시큰둥한 반응만 얻었다. 지금까지 많은 조사단이 오갔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새해벽두부터 뭐 그렇게 헛걸음 했느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조사단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단양 읍내 뒷산인 성재산(해발 323m·적성산성)을 찾았다. 오후 2시. 조사단은 간밤에 내린 눈이 하얗게 뒤덮은 산에 올랐다. 정영호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가지 약속을 했다. “성 안에는 옛날 식의 기와편과 토기편이 흩어져 있었지. 대부분이 ..
별을 단 장군은 왜 '양날의 삼정검'을 받았을까 “나에게 사인(四寅)이라는 칼이 있어… 땅신도 두려워하고 하늘신과는 통해…내 몸을 방어하니 두려울 게 무엇인고….”() 조선 중기의 문신인 신흠(1566~1628)은 장남(신익성)에게서 사인도(四寅刀)를 선물받고서 ‘어떤 귀신도 나를 범할 수 없다’는 자신감 넘치는 시를 남겼다. 영조 때의 문신 유언호(1730~1796)는 믿기힘든 일화를 자신의 시문집()에 기록한다. 즉 유언호의 집에 아무렇게나 방치해서 무뎌진 삼인검이 있었다. 어느날 밤 귀신이 은근슬쩍 찾아와 유언호의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유언호는 무딘 삼인검을 찾아 던졌다. 그런데 삼인검은 귀신의 이마 정확하게 꽂혔다. 귀신은 땅에 엎어져 울부짖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악몽에서 깨어난 유언호가 새삼스레 칼을 갈자 물에 햇빛이 반사..
문무왕은 왜 망국의 태자 부여융과 취리산 조약을 맺었을까 “665년 8월 문무왕은 당나라 칙사 유인원과 웅진도독 부여융과 취리산에서 회맹했다.” 가 기록한 ‘취리산 회맹’ 기사의 시작이다. 기사가 전하는 취리산 회맹의 전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신라·당나라 연합군이 (무도한) 백제를 평정했다. 그러나 당나라 소정방이 군사를 돌려 귀국하자 남은 백제의 무리가 반란을 일으켰다. 당 고종은 당나라에 끌려간 부여융(백제 의자왕의 아들)에게 “귀국해서 백제의 남은 무리를 다스리며 신라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명을 내렸다. 이미 4개월전 신라 문무왕에게 계림도독의 관작을 내린 당 고종은 부여융을 웅진도독으로 임명했다. 결국 665년 8월 당나라를 대표한 유인원의 주도아래 계림도독(문무왕)과 웅진도독(부여융)의 회맹이 이뤄진 것이다. 신라 문무왕, 백제 부여융이 당나라 ..
ㅈㅇㅎㄱㄷ ㄱㅈㅅㅇㅇㅇ ㅈㄱㅇㅌㅎㄹ ‘ㅇㄷㅇ ㅈㅎㄱ’ ‘ㅇㄷㅇ ㅂㅅㄱㄷㄹㄱㅇㅇ’ ‘ㅃㄹㅇ!!’ 한 2년 전 딸과 재미삼아 나눈 카톡의 초성문자 대화다. ‘어디야 집? 학교?’ ‘연대 앞, 버스 기다리고 있어!’ ‘빨리와!!’까지는 그래도 소통이 가능했다. 그러나 딸이 보낸 다음의 카톡은 해득불능이었다. ‘ㅇㅇㅂㅅㅈㅉㅇㅇㄴ!!’ 도저히 해득할 수 없던 필자가 ‘ㅁㄹ(뭐래)’라 핀잔을 주었더니 ‘응응, 버스진짜안오네!!라는 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딸과의 소통은 거기서 한계를 드러냈다. 그저 시도를 해봤다는 데 만족했을 뿐이다. 그나마 츤데레(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사람)나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 안궁안물(안 궁금해서 안 물어봄) 같은 신조어는 인터넷 사전을 찾아 해득할 수 있다. 하지만 초성문자의 나열은 차원을 달리한..
'섹스심볼' 메릴린 먼로가 읽은 책은 '율리시스'였다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마를 펄럭이던 금발미녀, 풍만한 몸매와 뇌쇄적인 입술, 게슴츠레 반쯤 감은 눈…. 메릴린(마릴린) 먼로하면 떠오르는 말이 ‘백치미 섹스심벌’이다. 그러나 ‘섹스심벌’은 맞지만 단언컨대 ‘백치미’는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독서광이었으니까 말이다. 굳이 붙인다면 ‘독서광 섹스심볼’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1962년 약물과다 복용 등으로 죽은 먼로의 서재를 둘러본 이들은 심지어 사회주의 금서까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독서에 열중한 메릴린 먼로. 먼로는 그 어렵다는 제임스 조이스의 까지도 달달 외울 정도였다고 한다. 먼로의 연기코치였던 나타샤 라이테스는 “먼로는 다른 이의 지적 토대 위에 좋은 것을 취해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정신적인 비치코머(해변에서 물건을..
돌리, 스너피, 룽룽…복제시대의 명암 1996년 7월 영국의 이언 윌머트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한 새끼양에게 ‘돌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미국의 팝스타 돌리 파튼의 이름에서 땄다. 돌리 이전에도 동물복제는 있었다. 그러나 수정란을 이용한 ‘생식세포 복제’가 고작이었다. 수정란이 분할하면 그 세포를 분리해서 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한 뒤 같은 개체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저 인위적으로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격이었다. 쌍둥이일지언정 똑같은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윌마트 연구팀은 양(羊)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탈핵난자를 만들었다. 복제양 돌리. 포유동물 가운데 최초의 체세포 복제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다음 다른 양의 유선(젖샘) 세포에서 꺼낸 핵을 탈핵난자에 옮겨 심었다. 엄청난 시행착오 끝에 핵과 난자를 융합하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