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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플러보다 4일 빨랐던 조선의 초신성 관측 최근 국제학술지 에 흥미로운 천문학 논문이 실렸습니다. 만고의 성군이라는 세종의 치세에 관측한 신성폭발 기록을 제대로 규명한 것입니다. 미국·영국·폴란드 등 6개국 공동연구진은 지난해 칠레에서 전갈자리 꼬리부분에 있는 한 별을 둘러싼 가스구름을 관측했습니다. 공동연구진은 이 가스구름을 연구하면서 1437년(세종 19년) 음력 2월5일 “미수(전갈자리 별자리)에서 객성이 14일간이나 나타났다”는 기록을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관측한 가스구름은 바로 1437년 폭발한 신성의 흔적이었음을 밝혀냈습니다. 조선 천문학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고려와 조선의 천문학자들은 당대 서양 천문학을 압도할 정도의 빼어난 천문관측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1073년과 74년 는 ..
'알라 알라 알랄라' 시리아 축구 남미 축구에서 골을 넣으면 중계캐스터는 숨 한 번 쉬지않고 “골~~~골!골!골!골…”을 포효한다. 그런데 지난 5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게 1-2로 끌려가던 시리아가 종료직전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캐스터의 맥없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시리아 오마르 알 소마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캐스터가 절규하기 시작했다. ‘골 골 골’이 아니었다. 유일신 ‘알라!’를 불러댔다. “알라~알라~알라~알라~알라”를 반복하다가 “알랄라라~”로 바뀌어 잦아드는가 싶더니 흐느낌으로 변했다. “맙소사! 누가 넣었지? 아! 잊었습니다. 소마입니다.” 2분 이상 이어진 캐스터의 절규와 흐느낌은 트위터상에서 단박에 방문자 120만명을 모았다. 물론 본선진출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등떠밀려 본선진출 당'한 한국축구 ‘이라크여 고맙다.’ 1993년 10월 29일자 경향신문 1면 축구 기사의 첫머리가 심상찮다.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진 1994 미국 월드컵 최종예선의 마지막 경기기사를 쓰면서 왜 뜬금없이 이라크에게 “고맙다”고 했을까. 저간의 사정이 있다. 북한전을 3-0으로 끝낸 한국(2승2무1패·득실 +5)은 일본-이라크전을 초조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종료 직전까지 일본의 2-1 리드였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3승1무1패가 되는 일본의 본선행이 확정될 판이었다. 그런데 종료 10초를 남기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아라크 자파르의 백헤딩이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2-2 무승부. 일본은 한국과 같은 성적(2승2무1패)이었지만 골득실(+3)에서 밀려 탈락했다. 이라크는 졸지에 ‘한국 축구의..
세종대왕도 말릴 수 없던 '소주 한잔'의 유혹 성인 1인당 1년에 소주 85병을 마신다는 2016년 통계가 있다. 일주일로 따지면 1.26병이요, 하루에 0.23병이다. 소줏병을 늘어놓으면 서울~부산(428킬로미터)을 1708회 왔다갔다 할 거리라고 한다. 거두절미하고 전국적으로 1년에 34억병의 소주가 팔렸다니 대한민국은 가히 '소주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세종이나 영조 같은 이들도 '쐬주 한잔'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소주를 어떻게 금하냐.' 1736년(영조 12년) 영조 임금이 야대(밤중에 베푸는 경연)를 끝내고 신하들에게 술을 내렸다. 그 때 검토관 조명겸이 임금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세간의 여론을 들어보니 성상(임금)께서 술을 끊을 수 없다고들 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바라건대 조심하시고 염려하시며 경계..
띨띨한 공돌이 공고 졸업생인 석환(류승완 분)과 성빈(박성빈 분)은 당구장에서 마주친 예고생들이 "공돌이'라 비웃자 '욱'한다. 패싸움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예고생 한 명이 살해된다. 류승완 영화감독의 데뷔작 (2000년)는 ‘공돌이!’ 소리에 벌인 철없던 시절의 패싸움 때문에 엇갈린 두 친구의 운명을 다루고 있다. 소설가 박완서의 작품에도 ‘공돌이’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흥, 제까짓게 유명해봤자 공돌이야.”() 사용례가 웅변하듯 ‘공돌이’는 고약한 비속어다. 이 신조어는 탄생의 배경부터 불순했다. ‘공돌이·공순이의 숨결로 공단 주변의 여관 여인숙이 초만원’이라는 선정적인 주간지 기사가 소개되고, “노동자들을 존경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필 부를 명칭이 없어 공돌이·공순이로 부르느냐”는 눈물겨운 항변이 보도됐다.(..
'대한민국' 국호엔 제국주의 냄새가 풍긴다 대한민국 17표, 고려공화국 7표, 조선공화국 2표, 한국 1표…. 1948년 6월 7일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회 위원 30명은 무기명 투표 끝에 자못 압도적인 표차로 ‘대한민국’을 국호로 의결했다. 기초위원회를 거친 국호 ‘대한민국’은 제헌헌법의 다른 조항과 함께 만장일치로 국회본회의를 통과한다.(7월12일) 하지만 국호 ‘대한민국’이 결정되기까지 실로 엄청난 격론이 벌어졌던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당시 서상일 헌법기초위원장은 국회본회의 보고에서 국호를 정할 때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호 문제가 말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이냐. 고려공화국이냐. 혹은 조선이냐. 혹은 한국이냐. 이런 4가지 안을 두고 많이 논의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대한민국 국호를 비밀투표로 의결한 제헌국회 헌법기초위원들이 ..
시인 조동진, 가수 조동진 “겨울비 내~리던 밤~ 그대~떠나갔네. 바람 끝 닿~지~않은~밤과~낮~저~편에…. 내가 불~빛 속을 서둘러 밤길~달렸을 때~내 가~슴 두드리던 아득~한 그 종소리.” 28일 아침 ‘노래하는 음유시인’ 조동진씨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맨먼저 떠오른 노래는 ‘겨울비’(1979년)였다. 그 한폭의 수채화 같은 서정적인,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겨울비~’하고 운을 뗄 때 일시에 숨이 멎고 온몸에 짜릿하게 흘렀던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새삼 휴대폰으로 재생해보니 38년 전처럼 또한번 소름이 돋았다. 그 뿐이 아니다. 다음 곡, 그 다음 곡이 절로 귓전을 떠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제비꽃) “배..
실미도 부대원의 절규…"높은 사람 만나고 싶다" 한국전쟁 이후 가장 살벌했던 해가 바로 1968년일 것이다. 1월21일 북한 124군 소속 특수부대가 청와대를 습격했고, 이틀 뒤인 23일엔 원산항 앞 공해상에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납치됐다. 1월30일 북베트남 게릴라의 ‘구정공세’가 펼쳐졌고, 10월30일부터는 울진·삼척 지역에 북한의 무장공비 120명이 침투했다. "높은 사람 좀 만나고 싶다"고 실미도를 탈출해서 중앙청 진입을 시도한 실미도 부대원들. 결국 자폭하고 말았다. 한반도는 물론 전세계가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한 해였다. 특히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이 새해 벽두부터 청와대 코앞까지 달려와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다”고 외친 이른바 1·21사태는 박정희 정권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그해 4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주도 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