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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옥, 평강공주…호화혼수의 원조들 “위로는 벼슬아치부터 아래로는 여염에 이르기까지 한번의 혼례에 들어가는 비용은 중인(中人) 열 집의 재산보다 많습니다. 한 차례의 잔치에 드는 비용도 가난한 백성의 1년치 양식거리가 넘습니다. 이외에도 의복과 음식, 집, 식기 등이 분수에 넘칩니다.” 1834년(순조 34년) 지평 이병영이 망국적인 호화혼수를 비판하는 상소문을 올린다. 혼례비용으로 일반백성도 아닌 중인 10명의 재산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 액수는 가난한 백성의 1년치 양식거리가 넘는다니 할말을 잃게 한다. 혼수문제의 뿌리가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옛 자료를 찾아보니 고구려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매우 질박했다. “연애결혼도 인정한다. 결혼할 때는 남자 집에서 돼지와 술을 보내는 것으로 끝난다. 재물이 없이 결혼하는 것이 예..
'트럼프에 대한 하늘의 견책?' 99년만의 개기일식 하늘에 더 있는 해와 달을 보면 크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해보인다. 간단하지만 오묘한 우주의 조화가 숨어있다. 즉 해의 지름이 달의 지름보다 400배나 크지만 거리는 달보다 약 400배 떨어져 있다. 그래서 지구-달-태양이 일직선에 놓인다면 개기일식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1년에 12번 일어나지만 그 때마다 개기일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면이 5도 정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보통 4년에 3번 꼴로 발생하지만 이마저 관측 가능한 곳은 대부분 바다 위이다. 미국대륙을 횡단한 99년만의 개기일식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간) 그렇게 관측하기 어려운 개기일식이 서부 태평양 해안부터 동부 대서양 해안까지 횡단했다. 1918년 이후 99년 만에 처음이라니 미국 전역이 흥분에 휩싸일만 ..
대변초, 야동초, 물건중… 학교이름 어떠십니까 “우리는 즐거운 야동 어린이…어디서나 떳떳한 야동 어린이…” 충북 충주에 있는 야동 초등학교의 교가이다. 아동문학가 윤석중의 작사곡이니 남부러울게 없는 교가다. 이 지역에 솥을 만드는 풀무가 있어 풀무골이라 했는데, 1914년 주변의 마을을 통폐합해서 풀무, 혹은 대장간을 뜻하는 야동리(冶洞里)로 거듭났다. 이 유서깊은 동네가 요즘 심심찮게 참새들의 입방앗거리가 되고 있다. 언젠가부터 신조어가 된 ‘야동’(야한 동영상)을 뜻한다는 것이다. 본의 아닌 피해도 발생한다. 야동초등학교 학생이나 교직원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위해 소속학교 이름을 입력할 때 금지어인 ‘야동’ 때문에 불편한 일이 종종 생긴다. 그러나 학교나 마을 주민들은 아직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한다. 대변초교 학생과 학부모가 부산 해운대구..
임청각, 이상룡, 그리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경북 안동 낙동강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임청각은 1515년(중종 10년) 지어진 가장 오래된 민가이다. 어느 방에서나 아침 저녁으로 햇빛이 들도록 채광효과를 높인 배산임수의 99칸 저택이다. 영남 제일의 형승이라는 극찬과 함께 지금은 보물 제182호로 지정돼있다. 그러나 임청각의 가치는 건축사적인 의미에만 있지 않다. 대대로 이어진 임청각에는 주인(고성 이씨 가문)의 올곶은 마음이 담겨있다. 뭐니뭐니해도 일제의 참탈에 맞선 석주 이상룡 선생(1858~1932)을 빼놓을 수 없다. 선생은 국권이 침탈되자 53살의 나이에 중대결심을 한다. 1911년 1월 5일 가문이 부리던 노비들을 해방시킨 선생은 가족 50여 명과 제자 200명 등을 데리고 서간도 망명을 단행한다. “공자 맹자는 시렁(물건을 얹어놓는 도구..
데라우치꽃과 청와대 미남석불 사내초(寺內草), 화방초(花房草), 금강국수나무, 미선나무, 새양버들…. 1922년 식민지 조선에서 자라는 식물을 샅샅이 조사해서 펴낸 일본어 식물서적 부록에 등장하는 식물 5종의 이름이다. 그런데 뒤의 세 가지 식물은 뭔가 한반도 고유종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앞의 두 식물 즉 사내초와 화방초는 어쩐지 좀 수상하다. ■조선의 꽃으로 거듭난 조선총독 데라우치 ‘화방초’는 지금은 ‘금강초롱’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한국 고유종이다. 전 세계에 2종이 있는데 모두 한국에 자생한다. 8~9월 연보랏빛 꽃을 피우는데, 청사초롱 모양으로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피어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렇다면 ‘화방초’ 이름은 또 무엇인가. 이 꽃의 학명인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에서 ..
'모범납세자' 예수와 로마 교황 가이사 이탈리아 피렌체 브랑카치 예배당에 마사치오(1401~1428)의 ‘성전세(聖殿稅)’ 벽화가 있다. ‘세금내는 예수’(마태복음 17장)를 그린 작품이다. 성전세는 성전을 관리하는 자들이 받는 일종의 인두세였다. 물론 세속의 왕과 왕자들은 성전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그 중 한 사람이 예수 일행을 시험하려고 “너희 선생은 성전세를 내지 않느냐”고 도발했다. 하나님의 아들이자 성전의 주인인 예수더러 세금을 내라 하다니…. 예수에게 모욕감을 안겨주려고 시비를 건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의 브랑카치 예배당에 있는 마사치오의 ‘성전세’ 벽화. 세금을 내는 예수님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예수의 반응은 뜻밖에도 ‘쿨’했다. “베드로야. 바다에 낚시를 던져 먼저 잡힌 고기의 입을 열면..
신라 연습생 키운 연예기획자 '우륵' “금의 길이 석자 여섯 치 여섯 푼은 366일을 상징하는 것이고, 너비 여섯 치는 천지와 사방을 뜻하며 위가 둥글고 아래가 네모난 것은 하늘과 땅을 본받은 것이다.” ‘잡지 악(樂)’편에서 현금(玄琴·거문고)을 설명한 내용이다. 옛 사람들은 악기 하나, 노래 하나에도 심원한 뜻을 새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야금도 마찬가지다. “가야금은 중국 악부의 쟁(箏)을 본떠 만들었는데, 열두 줄은 1년 12달을 의미하며, 기둥의 높이 3촌은 삼재(三才), 즉 천(天)·지(地)·인(人)을 뜻하는 것이다.” 악기 하나에 1년 12달을 새겨넣었고, 하늘과 땅, 그리고 그것을 이어주는 사람의 마음까지 담아낸 것이다. ■신라 연습생과 연예기획자 우륵 대가야의 유명한 음악가 중에 우륵이 있었다. 우륵은 가실왕의 명에 따..
'검은개 증후군'과 청와대 퍼스트도그 [여적] ‘검은개 증후군’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1874~1965)은 평생 우울증과 싸웠다. 1965년 9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도 “정말 지루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런 처칠이 자신을 괴롭힌 우울증을 표현한 말이 있다. “평생 나를 따라다닌 검은개(블랙독)가 있다.” 1911년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도 “내 블랙독(우울증)이 다시 날 찾아오면…”이라고 했다. 인류가 ‘검은개’를 터부시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검은개와 그 새끼들을 불길한 징조로 여기는 신화를 소개했다. 켈트족 속담에도 “검은 개나 검은 안개가 나타나면 겁에 질린다”고 했다. 개를 정결하지 못한 동물로 여긴 이슬람에서 검은개는 반드시 죽여야 할 악마로 간주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6일 청와대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