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역사 (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정종의 장남 '불노'와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 고려 태조 왕건의 ‘훈요 10조’ 중 3조는 ‘맏아들의 왕위계승 원칙’을 천명했다. ‘맏아들이 불초할 때는 둘째가, 둘째가 불초할 때는 형제 중에서…’라는 단서 조항도 따른다. 조선시대 들어 특히 ‘적자와 장자’의 의미가 강조됐다. 1차 왕자의 난(1398년) 후 정권을 잡은 이방원은 “적장자가 뒤를 이어야 한다”면서 둘째형인 방과(정종)을 옹립한다. 첫째형(방우)은 고려의 충신으로 남았던 인물이었고, 술병에 걸려 죽었다. 그래서 둘째인 방과가 적장자를 계승했다는 것이다. 태종의 속셈은 뻔했다. 정종과 정부인인 정안왕후 김씨가 묻혀있는 후릉. 정종가 정안왕후 사이엔 자식이 없었다. 정종은 9명이 첩으로부터 15남 8녀를 두었다. 그러나 동생인 이방원의 존재 때문에 슬하의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켰다. 둘째형.. ‘애모솝다’ '흐운하다'와 ‘낄끼빠빠’ '안궁안물' “네 형(자매)이 노리개를 나눠 가졌는데… 네 몫은 없으니… 악을 쓰더라도 네 몫의 것일랑 부디 찾아가라….” 여염집 부모가 주고받은 편지가 아니다. 조선조 효종 임금이 셋째딸 효명공주(1649~99)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외아들(현종)외에 딸 6명을 둔 딸부자였던 효종은 “하필 노리개를 나눠줄 때 너는 왜 없었느냐”고 짐짓 애달파하면서 “악다구니를 써서라도 네 몫을 찾으라”고 은근히 부추긴다.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 지엄한 군주가 아니라 영락없는 여염집 ‘딸바보’의 모습이다. 예전엔 한글을 언문(諺文)라 낮잡아보고 부녀자나 쓰는 ‘암클’이라고도 했다. 한글을 모독하고, 여성까지 폄훼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백성을 위해) 언문 28자를 지었다”고 했고, ‘재주있는 자는 하루아침에.. 신안보물선의 '닻', 그리고 도굴범 이야기 1972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주민 최씨의 그물에 갈퀴 4개가 달린 쇠닻이 걸려 올라왔다. 길이 2m30㎝에 무게가 140㎏이나 되는 대형 닻이었다. 최씨는 “정치망 어장의 그물추로 쓰라”고 이웃 주민 박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2㎞ 떨어진 죽도 해역까지 쇠닻을 끌고가 어장의 그물추로 썼다. 청나라 궁중화가 서양의 . 신안선과 같은 모양의 닻이 그려져 있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4년 뒤인 1976년 10월부터 신안앞바다에서 보물선의 본격 발굴이 시작되었다. 박씨의 동생은 4년 전 이웃 주민 최씨로부터 선물받은 쇠닻의 존재를 떠올리고 즉시 신고했다. 전문가의 감정결과 송·원나라 시대에 사용된 중국제 닻이었다. 쇠닻의 크기와 무게에 비추어 볼 때 신안선의 규모가 400t에 이르는 중국산 대형무역.. 명문가로 거듭난 신라 최고의 재벌 김유신 가문 신라 전성기에 경주엔 무려 39곳의 호화저택이 있었다. 이른바 금테두른 저택, 즉 금입택(金入宅)이다. 그 금입택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김유신의 재매정(財買井)이다. 를 쓴 일연 스님은 39금입택 명단을 정리하면서 ‘재매정’ 기사에 ‘이곳은 김유신공의 조종(祖宗·종가)’라는 각주를 달아놓았다. ‘재매정’은 집 안에 있는 우물을 근거로 붙인 이름임이 틀림없다. 39개 금입택 중에서 물과 관련된 집이름은 지상택(池上宅), 천택(泉宅), 수망택(水望宅), 곡수택(曲水宅), 정상택(井上宅), 지택(池宅), 정하택(井下宅) 등 여러 곳이다. 특히 우물과 관련된 이름만 3곳(재매정·정상택·정하택)이나 된다. 그런데 김유신 장군의 우물과 관련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김유신 가문의 종가터인 재매정택터.. 신라엔 금테 두른 집이 39채나 있었다 얼마전 흥미로운 발굴기사가 떴습니다. 김유신 장군의 집터(종택)인 재매정지(財買井址·사적 246호)에서 갑옷이 출토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김유신 장군이 입었던 갑옷은 아니었으므로 호사가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발굴을 보면서 새삼 김유신 가문의 종가인 ‘재매정택’을 떠올리게 됩니다. 재매정택은 최전성기 신라를 대표하는 가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친다면 권력형 축재로 성공한 제벌가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한마디로 신라 최고의 재벌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돈만 좇는 탐욕의 재벌은 아니었습니다.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던 가문이고자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명문가였습니다. 김유신의 '재매.. 조작된 영웅과 심일 소령의 무용담 데이비드 크로켓(1786~1836)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이끈 전쟁영웅이다. 크로켓은 1836년 벌어진 멕시코군과의 알라모 요새 전투에서 일약 미국의 레전드로 발돋움했다. 멕시코군 7000명의 포위 공격에 텍사스군 187명이 13일간이나 저항했는데, 최후의 1인으로 버티다 쓰러진 영웅이 바로 크로켓이었다는 것이다. 크로켓의 이야기는 존 웨인의 ‘알라모’(1960) 등 6번이나 영화로 제작됐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은 1968년 “나의 고조할아버지가 알라모 요새에서 전사했으며, 베트남 전쟁에서 꼭 필요한 모범적인 군인상은 바로 크로켓 같은 영웅”이라고 추앙했다. 그러나 ‘고조 할아버지 운운’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고, 크로켓의 영웅담 또한 ‘조작’이었다. 존슨 대통 멕시코와의 알라모 전투에서 최후까지.. 미국의 77대성인 '김씨'와 9848위 성인 '트럼프'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전체 성씨는 5582개 정도다. 그 중 4075개가 한자 성씨가 아니니 단일 민족이니 뭐니 하는 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성씨와 비교해보면 새발의 피다. 지난해 말 미 연방 센서스국이 분석한 미국인의 전체 성씨(2010년 기준)는 무려 630만개였다. 이 가운데 390만개의 성씨는 단 한 사람씩이다. 작성 오류를 감안하더라도 다양한 성씨로 구성됐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부동의 최대 성씨인 스미스(244만명)의 비율이 전체인구(2억9500만명)의 0.82%에 불과하다. 미국의 전체 성씨 중 김씨는 콕스와 워드, 리처드슨을 제치고 77위에 올랐다. 박씨는 289위에 랭크됐다. 2~4위인 존슨(193만명)과 윌리엄스(163만명), 브라운(144만명.. 고려 조선의 '덕후', 그 기묘한 '덕질' 요즘 ‘덕후’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일본어인 오타쿠(御宅)를 우리 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라는데요. 원래는 집이나 댁의 높임말인데 그 뜻이 바뀌어 집안에 틀어박혀 취미생활에 몰두하는 사람을 지칭했답니다. 요즘엔 특정 분야에 몰두해서 취미생활을 하는, 좋은 의미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런 ‘덕후’들은 왕조시대에도 있었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괴상한 취미라는 의미에서 ‘벽(癖)’이라 했습니다.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땅을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을 ‘전벽(田癖)’ ‘지벽(地癖)’이라 했고, 남을 고소 고발하는 게 취미인 자를 ‘소벽(疏癖)’ 이라고 했습니다. 책을 너무 좋아하면 ‘전벽(傳癖)’ 혹은 ‘서음(書淫)’ 이라 했으며, 술과 시에 탐익하는 사람을 ‘주벽’ ‘시마(詩魔)’라 했습니다. 물론..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