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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스트레스와 인간의 탐욕 2013년 1월 하와이 해안에서 가오리떼를 촬영하던 스쿠버다이버에게 돌고래 한마리가 다가왔다. 다이버가 돌고래의 접근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러자 돌고래는 다이버에게 몸을 돌려 왼쪽 지느러미를 둘러싼 낚시줄과 입에 걸린 낚시바늘을 보여주었다. ‘치료해달라’는 구조신호 같았다. 2014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수조에 갇힌 돌고래 모습. 서식범위가 300㎞ 정도인 돌고래는 좁은 공간에 들어가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다이버가 조심스레 돌고래의 몸에서 낚시줄과 바늘을 제거했다. 돌고래는 다이버가 작업하기 쉽게 몸을 돌려주었다. 호흡이 필요하면 수면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수중으로 들어와 다이버에게 몸을 맡겼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은 큰 화제를 뿌렸다. 돌고래가 위험에 빠진 자기 몸을 사람에게 맡길..
‘애모솝다’ '흐운하다'와 ‘낄끼빠빠’ '안궁안물' “네 형(자매)이 노리개를 나눠 가졌는데… 네 몫은 없으니… 악을 쓰더라도 네 몫의 것일랑 부디 찾아가라….” 여염집 부모가 주고받은 편지가 아니다. 조선조 효종 임금이 셋째딸 효명공주(1649~99)에게 보낸 한글 편지다. 외아들(현종)외에 딸 6명을 둔 딸부자였던 효종은 “하필 노리개를 나눠줄 때 너는 왜 없었느냐”고 짐짓 애달파하면서 “악다구니를 써서라도 네 몫을 찾으라”고 은근히 부추긴다. 효종이 숙명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 지엄한 군주가 아니라 영락없는 여염집 ‘딸바보’의 모습이다. 예전엔 한글을 언문(諺文)라 낮잡아보고 부녀자나 쓰는 ‘암클’이라고도 했다. 한글을 모독하고, 여성까지 폄훼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면서 “(백성을 위해) 언문 28자를 지었다”고 했고, ‘재주있는 자는 하루아침에..
세종 시대와 정조 시대의 범죄자 처리법 “근래 기근이 겹쳐 도적이 흥행하고 분쟁이 더욱 성하여 사형수가 예전보다 배나 된다. 내가 부끄럽게 여겨 깊이 반성한다.” 1439년(세종 21년), 세종 임금이 치세에 사형수가 많다는 것은 부덕의 소치라고 반성한다. 그는 의정부에 “고의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와 전과 3범의 절도 등은 형량을 좀 감해주면 안되겠냐”고 하문한다. 미집행 사형수가 자신의 치세에서 190명에 이르자 특별사면령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영의정인 황희를 비롯한 대신들은 격론 끝에 ‘불가하다’는 의견을 모은다. 구한말 태형을 가하는 모습. 만고의 성군이라는 세종의 시대에 사형수가 190명에 달했고, 능지처사를 당한 이도 60명에 이르렀다. ■사형수가 190명이나 되다 “전하, 송나라 주희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가벼운 형벌을 미덕..
신안보물선의 '닻', 그리고 도굴범 이야기 1972년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고기를 잡던 주민 최씨의 그물에 갈퀴 4개가 달린 쇠닻이 걸려 올라왔다. 길이 2m30㎝에 무게가 140㎏이나 되는 대형 닻이었다. 최씨는 “정치망 어장의 그물추로 쓰라”고 이웃 주민 박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2㎞ 떨어진 죽도 해역까지 쇠닻을 끌고가 어장의 그물추로 썼다. 청나라 궁중화가 서양의 . 신안선과 같은 모양의 닻이 그려져 있다.|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4년 뒤인 1976년 10월부터 신안앞바다에서 보물선의 본격 발굴이 시작되었다. 박씨의 동생은 4년 전 이웃 주민 최씨로부터 선물받은 쇠닻의 존재를 떠올리고 즉시 신고했다. 전문가의 감정결과 송·원나라 시대에 사용된 중국제 닻이었다. 쇠닻의 크기와 무게에 비추어 볼 때 신안선의 규모가 400t에 이르는 중국산 대형무역..
영토없는 나라 '몰타기사단', 교황과 싸우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는 면적 0.44㎢(13만3000평)에, 1000명도 안되는 시민이 살고 있는 바티칸시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티칸시국은 양반이다. 아예 ‘영토없는 국가’가 있다. 이름도 생소한 ‘몰타 기사단(Knights of Malta)’이다. 국가의 3요소인 영토·주권·국민 중 영토가 없는데도 국가일까. 그러나 세계 106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헌법과 여권, 화폐, 우표는 물론 차량번호판까지 있다. 게다가 유엔의 항구적인 옵저버로 인정받고 있다. 로마의 한 건물을 ‘영토’로 하는 ‘사실상의 주권국’인 셈이다. 물론 기사단장은 로마 교황청이 임명하는 당연직 추기경이 맡고 있다. 몰타 기사단은 예루살렘 성지의 순례자들을 위한 진료소에서 시작됐다. 로마 시내에 붙은 교황비방 벽보. ..
제퍼슨-존슨…. 200년 정교분리의 전통 허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늘 성경이 등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링컨 대통령의 성경과 트럼프 어머니가 준 성경 등 두 권의 성경을 올려놓고 헌법에 규정된 취임선서를 했다. 그런 뒤 뒤 “주여, 날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는 기도문으로 끝냈다. 역시 ‘기독교의 나라답다’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취임선서 때 성경을 올려놓으라는 법도, 기도문을 외우라는 법도 없다. 1954년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비영리단체의 정치관여를 막는 수정헌법을 발의한 린든 존슨. 당시 자신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상대후보 진영을 돕는 후원단체를 겨냥했다는 후문이다. 취임선서문에는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할 것을…맹세한다”는 내용 뿐이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이후 굳어진 관행일 뿐이다. 사실..
명문가로 거듭난 신라 최고의 재벌 김유신 가문 신라 전성기에 경주엔 무려 39곳의 호화저택이 있었다. 이른바 금테두른 저택, 즉 금입택(金入宅)이다. 그 금입택 중에서도 으뜸은 단연 김유신의 재매정(財買井)이다. 를 쓴 일연 스님은 39금입택 명단을 정리하면서 ‘재매정’ 기사에 ‘이곳은 김유신공의 조종(祖宗·종가)’라는 각주를 달아놓았다. ‘재매정’은 집 안에 있는 우물을 근거로 붙인 이름임이 틀림없다. 39개 금입택 중에서 물과 관련된 집이름은 지상택(池上宅), 천택(泉宅), 수망택(水望宅), 곡수택(曲水宅), 정상택(井上宅), 지택(池宅), 정하택(井下宅) 등 여러 곳이다. 특히 우물과 관련된 이름만 3곳(재매정·정상택·정하택)이나 된다. 그런데 김유신 장군의 우물과 관련해서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김유신 가문의 종가터인 재매정택터..
신라엔 금테 두른 집이 39채나 있었다 얼마전 흥미로운 발굴기사가 떴습니다. 김유신 장군의 집터(종택)인 재매정지(財買井址·사적 246호)에서 갑옷이 출토됐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김유신 장군이 입었던 갑옷은 아니었으므로 호사가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발굴을 보면서 새삼 김유신 가문의 종가인 ‘재매정택’을 떠올리게 됩니다. 재매정택은 최전성기 신라를 대표하는 가문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으로 친다면 권력형 축재로 성공한 제벌가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한마디로 신라 최고의 재벌가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유신의 재매정택은 돈만 좇는 탐욕의 재벌은 아니었습니다.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을 했던 가문이고자 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명문가였습니다. 김유신의 '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