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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한복판에 확인된 광개토대왕의 체취 고고학자라면 흔히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를 떠올리고, 그 멋진 남자의 모험담을 연상하게 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학문의 길로 접어든 고고학도들도 제법 보았습니다. 그러나 고고학은 그렇게 낭만적인 학문은 아닙니다. 한여름철 뙤약볕에 앉아 행여 발굴되는 유물이 상하고 유구가 무너질까봐 트롤(꽃삽 같은 도구)과 붓으로 감질나는 작업을 펼칠 때가 많은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획기적인 유물이나 유적을 자기 손으로 찾아내는 그 벅찬 순간을 잊지 못하겠지요. 아마 그래서 고고학 하나봅니다. 이번 주에 아주 흥미로운 발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해방 이후 우리 손으로 처음 발굴한 유물이야기입니다. 비록 패망한 일본인 학자의 귀국을 막아선 끝에, 그것도 미군정청의 예산을 받아 시작했지만 그래도 한..
해시태그 운동의 시조는 광개토대왕이었다? '#을묘년국강상광개토지호태왕호우십(#乙卯年國岡上廣開土地好太王壺우十)’ 1946년 5월 경주 노서동 140호 남분에서 흥미로운 청동그릇이 출토됐다. 그릇엔 을묘년(415년) 광개토대왕을 기리기 위해 제작했음을 알리는 명문이 있었다. 무덤은 ‘호우총’이라 명명됐다. 1946년 발굴된 호우총 청동그릇. 광개토대왕을 기려 그릇을 만들었음을 알리는 명문과 함께 #와 十 문양이 새겨져 있다. 정복군주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흔적이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확인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유물이었다. 그런데 그릇의 명문에는 70년 가까이 흘렀어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아직 숨어있다. 마지막 글자인 ‘十’자와, 명문의 윗부분에 비스듬히 새겨진 #자다. 1946년 발굴된 호우총 청동그릇. 광개토대왕을 기려 그릇을 만들었음을 알리는..
김응하 장군, 광해군 등거리 외교의 히든카드 -「충무공 김응하」,「요동백 김응하」 강원도 철원 대외리 5초소를 지나면 이른바 민통선 이북지역(민북지역)이다. 그러나 민북지역 잡지않게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논길을 따라 2킬로미터 쯤 달리면 동송읍 하갈리에 닿는다. 제법 그럴듯한 산소가 마주 보고 있다. 김응하 장군의 묘는 빈묘다. 요동전투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명황제는 파병군 장수로서 장렬하게 전사한 장군에게 요동백의 작위를 내렸다. 형제의 무덤이다. 하나는 김응해 장군의 산소이고, 다른 하나는 김응하(金應河) 장군의 무덤이다. 형제는 용감했다는 말이 딱 맞다. 형(김응하 장군·1580~1619년)은 요동파병군을 이끌고 후금군과 접전을 벌인 뒤 전사했고, 동생(김응해ㆍ金應海 장군·1588~1666년)은 병자호란 때 청군..
이완용, 그는 왜 '독립문' 글씨를 썼을까 독립문을 아십니까. 서재필 박사가 조선의 자강독립을 위해 프랑스 개선문을 본따 만들었다는 그 독립문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한가지는 알고 계시니까. 독립문의 이마에 떡하니 새겨져있는 ‘독립문’ 편액을 누가 썼는지…. 독립문이니까 아마도 독립 투사 중 명필인 분이 쓰셨겠지요. 그러나 아닙니다. 저 ‘독립문’ 글씨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조선 귀족의 영수 후작 이완용 각하’였답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동아일보 1924년 기사에 나와 있는 표현 그대로입니다. 매국노와 독립문…. 이 해괴한 조합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이완용이 ‘독립문’ 편액을 썼을까요. ‘독립문’을 공부하다보면 온갖 희한한 일들을 알게 됩니다. 서재필과 이완용이 말한 ‘독립’의 의미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청나라로부터의 독립’이었다는 것입니다. ..
연필잡기와 신언서판 중국 당나라 때부터 통용된 관리등용의 원칙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신(체모)·언(말씨)·서(글씨)·판(판단력) 등을 두루 갖춘 인물을 뽑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서·판’이었고, 이 서·판 시험이 끝나야 비로소 신·언 전형으로 넘어갔다. 옛 사람들이 판(판단력)과 함께 서(글씨)를 그 사람의 능력과 됨됨이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글씨 쓰기가 대접을 받은 이유가 있다. 조상들은 예부터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라거나 정신의 일부로 여겨왔다. 젓가락질 하나 변변히 못한다고, 연필 하나 제대로 잡지못한다고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과학적으로도 증명됐다. 뇌의 두정엽에 있는 운동중추의 30%가 손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논문이 있다. 젓가락을 사용하면 30여 개의 관절과 50..
한국 여성 90살 시대의 개막 여성은 왜 남성보다 오래 살까. 갖가지 주장 중에 성염색체설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서로 다른 염색체를 지닌 남성(XY)에 비해 X염색체가 둘인 여성(XX)이 훨씬 안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경우 X염색체 하나를 잃어도 남은 하나로 활동할 수 있다. 반면 짝을 이루지 못한 남성(XY)은 늘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호르몬의 차이도 거론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의 발생을 억제시키고 질병의 저항성을 높인다. 인간의 X염색체(왼쪽)와 Y염색체. 사람의 경우 X염색체가 둘인 여성(XX)에 비해 짝을 이루지 못한 남성(XY)은 늘 불안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흥분과 공격성을 자극한다. 두터운 피하지방 덕분에 여성이 불필요한 에너지..
지구의 7자매들 경제학 용어인 ‘골디락스’는 천문학에서도 통용된다. 영국의 전래동화()에서 유래했다. 길을 잃고 헤매던 골디락스 소녀가 오두막집에 들어가 뜨겁고, 차갑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스프 등 3가지 스프를 놓고 고민하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스프를 먹었다는 것이다.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라면 바로 골디락스의 스프처럼 물이 있고, 기온이 적당해야 하며,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빛을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억개에 달한다. 그 중 골디락스 영역을 갖춘 항성계가 있고, 지구를 쏙 빼닮은 행성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수명 10조년에 이르는 항성(왜성) 주변을 돌고 있는 지구와 같은 행성을 그린 상상도. 온도가 0~100도 사이로 추정돼 생명체가 살..
VX와 옴 진리교, 그리고 김정남… “총 맞고 죽나 독가스에 질식돼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다.”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1868~1934)는 ‘독가스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독가스 예찬론자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소금을 분해해서 치명적인 염소가스를 만들었다. 독일은 1915년 봄 벨기에 이프르 전선에서 168t의 염소가스를 살포했다. 결과는 끔찍했다. 염소에 노출된 피부와 눈 등이 타들어갔다. 흡입되어 몸속으로 들어간 염소는 물과 반응하면서 온몸의 장기를 사정없이 파괴시켰다. 연합군도 독가스로 맞섰다. 그러나 1915년 가을 첫번째 시도에서 되레 쓰라림을 맛봤다. 독가스를 살포했으나 때마침 역풍이 부는 바람에 오히려 3000명 가까운 영국군이 죽거나 다쳤다. 그럼에도 1차 대전은 통제불능의 독가스 전쟁으로 전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