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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의 탄생 흔히 골뱅이로 통하는 @기호가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견해가 분분하다. 우선 상인들의 거래에서 흔히 쓰는 ‘each at~’을 ‘e 안의 a’로 표시한 상업부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예컨대 ‘1달러짜리 사과 12개’임을 뜻하는 ‘12 apples @ $1’의 가격은 12달러지만, ‘1달러에 사과 12개’를 가리키는 ‘12 apples at $1’의 가격은 1달러이다. 14세기 성경 필사본에 표현된 @. 아멘의 a표시로 썼다. 상인들이 이렇게 헷갈리는 계산을 피하려고 @부호를 써서 구별했다는 것이다. 중세 성직자들이 라틴어 ad(at, toward, by, about)의 축약어로 @부호를 썼다는 주장도 있다. 즉 중세 성직자들은 수 천 쪽에 달하는 성경을 값비싼 파피루스나 가죽에 필사했다. 그 과정..
다산도 율곡도 당했던 조선의 신입생환영회 해마다 이맘 때만 되면 대학가가 몸살을 앓습니다. 이른바 신입생 환영회 때문이죠. 작년에도 어떤 대학에서 신입생들이 묶는 방 이름을 무슨 '아이 러브 유방'이니 '자아도 만져방'이니 짓고 이상한 춤을 추도록 강요한 일이 일어나더니 올해도 유사성행위를 묘사하는 몸동작을 제시하는 게임을 하고, 여학생을 암학생 무릎 위에 올려놓는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그 추태가 드러난 대학이 생겼습니다. 각 언론의 단골 제목은 '술에 찌든 대학'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새내기들에게 술을 강제로 먹이고, 성희롱을 자행하며, 군기를 잡는 행위는 도댜체 어디서 배운 버릇일까요. 뿌리가 깊습니다. 기록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고려 우왕 때 처음 생긴 신입관리 신고식이 시간이 갈수록 추태로 변했답니다. 심지어 9번이나..
아하! 문외한도 이해하는 중력파 얼마전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견한 중력파가 마침내 검출됐다. 세계과학계는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고 흥분했다.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이 중력파 검출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눈에 침침하도록 들여다봐도 역불급이었다. 필자도 머리나쁨을 한탄하면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 어떤 책에서 다소간 위안이 되는 구절을 찾았다. 아인슈타인도 중력이론(일반상대성 이론)을 체계화하는데 8년 이상 걸렸으며, 그 이론을 이해한 과학자가 전세계를 통틀어 12명도 안된다는 대목이었다. 무릎을 쳤다. 그래, 연작이 홍곡의 뜻을 그리 쉽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고차원의 이야기를 고작 원고지 몇 장으로 정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중력파를 필자 같은 문외한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는 있지..
선죽교 핏자국은 정몽주의 피인가 “선죽교에 낭자한 핏자국을 보고(善竹橋頭血) 사람들은 슬퍼하지만 난 슬퍼하지 않으리.(人悲我不悲) 충신이 나라의 위기를 맞아(忠臣當國危) 죽지않고 또 무엇을 하겠는가.(不死更何爲)” 1947년 백범 김구 선생은 개성 선죽교를 탐방한 뒤 비분강개했다. 만 35년 간의 일제강점기가 끝났지만 외세에 의해 두 갈래로 찢긴 나라의 처지를 생각하면 울컥했을 것이다. 특히나 선죽교 다리 위에 지금도 남아있는 듯한 포은 정몽주의 핏자국을 보고 시 한 수 떠올리지 않는다면 어찌 의리와 충절의 후손이라 하겠는가. 개성 선죽교.포은 정몽주의 절개를 상징하는 유적이다. 북한에서도 국보(159호)로 지정했다. ■"포은의 피로 진혼가를 쓰겠다" 150년 전 인물인 18세기 실학자 이덕무(1741~1793) 역시 그랬다.( ‘아정..
신라-당나라 국제회담장이 된 철옹성 3국통일 주춧돌 쌓고, 나·당 국제회담이 열린 철옹성(보은 삼년산성) 한반도 중원의 요충지였던 보은 삼년산성 해발 35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성. 하지만 10~20m의 성벽 위에 오르면 충북 보은 일대를 한눈에 꿰뚫을 수 있다. 서문을 거쳐 성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처음 만나는 아리따운 이름, 즉 ‘아미지(蛾眉池)’라고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신라의 서성(書聖)인 김생이 썼다지 아마….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 같은 매력적인 연못이었으리라. 혹여 김생이 반달처럼 생긴 연못을 아름다운 여인의 윙크로 착각하고 이 감상적인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조선말 학자인 박문호(1846~1918년)도 절로 시상을 떠올렸나 보다. “삼년성에 달이 떠오를 때 고을 남쪽 다리에 머물며 바라보니, 산..
KKK단과 '제복효과'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R D 존슨과 L L 다우닝이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여학생 60명에게 한번은 간호사 제복을, 한번은 백인우월단체인 KKK 복장(사진)을 입혔다. 그런 다음 문제를 냈다. 상대방이 틀린 답을 말하면 여학생들이 6단계의 버튼 중 하나를 골라 전기쇼크를 가하도록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간호사복을 입었을 때는 비교적 약한 충격의 버튼을 눌렀던 여학생들이 KKK 복장을 입자 강한 쇼크의 버튼을 힘껏 누르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옷에 따라 천사가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 이 현상을 ‘제복효과’라 한다. 가만 생각하면 다른 데서 찾을 필요도 없다. 사회에서는 더할 수 없는 신사들에게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공중도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매너남’으로 표변하기 일쑤가 아..
국민MC 유재석이 SNS 안하는 이유 “내가 어디서 훈련하는 지 알지? 기다릴테니 당장 뛰어와. 내가 10초 안에 기절시켜줄게.” 2011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스타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라이벌인 리버풀의 축구팬이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비난글을 달자 맞대응 끝에 그만 폭발해버린 것이다. 루니는 “농담이었다”고 진화했지만 전세계로 퍼진 뒤였다. 그러자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서 루니를 꾸짖었다. “그것(SNS) 아니라도 인생에서 할 일이 태산같아. 차라리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퍼거슨 감독의 다음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I’m serious. What a waste of time” ‘진심인데, SNS는 정말 시간 낭비야’로 해석될 이 말은 국내에서 ‘인생의 낭비’로 의역되면서 디지털 시대 최고의 명언 반열에 ..
딜쿠샤와 은행나무 1896년 광산업자인 아버지(조지 테일러)를 따라 조선에 온 미국인이 있었다. 21살 청년 앨버트 테일러였다. 테일러 일가는 ‘노다지(No touch)’의 어원이 된 평안도 운산금광을 관리하다가 충북 직산탄광을 직접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 대목이라면 테일러 일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서술할 수 없다. 당시 금광채굴권이 모두 외국인에게 넘어갔고, 조선의 백성들이 외국인들의 ‘노 터치’ 으름장에 터전을 잃고 쫓겨났으니 말이다. 1920년대 딜쿠샤 건물과 은행나무. 앨버트 테일러 부부(아래 사진) 하지만 앨버트에게 조선은 ‘엘도라도’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아버지(조지)가 1908년 사망한 뒤에도 조선에 남았다. 단순히 돈만 번 것이 아니었다.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 등 식민지 조선에서 자행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