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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오케'와 교회의 1000년 분열 1054년 7월16일 교황 레오 9세가 파견한 사절단이 콘스탄티노플의 하기아 대성당에 들이닥쳤다. 사절단을 이끈 훔베르토 추기경은 케로라리우스 총대주교좌가 보는 앞에서 중앙 제단 위에 파문교서를 올려놓고는 외쳤다. “하느님께서 심판하실지어다(Videt Deus et judicet).” 파문 당한 케로라리우스 역시 “이단자여, 주님의 포도밭의 파괴자”라고 받아쳐 교황사절단을 맞파문했다. 로마가톨릭 교회와 동방정교회의 대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동서 교회의 분열은 395년 로마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기반으로 한 동로마와 로마를 축으로 한 서로마로 갈라지면서 잉태됐다. 교황 다마수스 1세(366~384)는 라틴어를 공식언어로 지정해버렸다. 그러나 동방교회는 서방의 압박에도 희랍어를 고수했다. 동서방 교회간 ..
박제가, '조선은 똥덩어리'라 셀프디스한 까닭 실사구시, 이용후생의 실학자 초정 박제가는 무던히도 '중국타령'을 해댔습니다. 그의 에는 중국을 배우자는 뜻의 '학중국(學中國)'이라는 표현이 20번도 더 나옵니다. 박제가가 말하는 중국이란 당시 조선 사대부가 오랑캐라 폄훼했던 '청나라'였습니다. 박제가는 대체 왜 중국, 즉 청나라의 문물을 배우자고 노래를 불렀을까요. 반면 박제가는 조선을 똥투성이의 더럽고 지저분한 나라라 손가락질했습니다. 박제가, 그 분은 왜 그토록 자신이 태어난 조선이라는 나라를 '셀프디스'했을까요. 그가 조선의 버팀목이라 하는 사대부를 왜 그토록 '조선의 좀벌레'라 비난했을까요. 박제가는 아예 조선말을 금하고 중국어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망언에 가까운 주장을 폅니다. 왜 그는 그토록 중국어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면서 중국어를 ..
모기박멸? 패배가 뻔한 싸움이다 다산 정약용도 모기 때문에 어지간히 괴로웠나보다. ‘얄미운 모기(憎蚊)’이라는 시까지 남겼다. 다산은 “호랑이와 뱀이 다가와도 코를 골 수 있지만 모기 한마리가 왱 하면 기가 질려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리를 박아 피를 빨면 족하지(揷자전血斯足矣) 어찌하여 뼈속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吹毒次骨又胡然)”고 책망했다. 조선 후기 문신인 윤기(1741~1826) 역시 ‘모기에 시달리며(苦蚊)’라는 시에서 “하느님이 어찌 너를 살려두겠느냐(天帝胡寧忍汝生)”고 저주를 퍼부었다. 모기가 얼마나 귀찮고 무서운 존재였으면 ‘견문발검(見蚊拔劍)’이란 고사성어까지 생겼겠는가. 모기는 사람의 피부를 찌르면서 혈액의 응고를 막으려고 히루딘이란 타액을 주입한다. 이 타액 성분 때문에 가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
신라는 고구려의 속국이었다(하) “옛 기록을 보면 의미심장한 일화가 많아요.” 고고학자 조유전 선생이 빛바랜 책을 하나 건넨다. 1979년 중원고구려비 발견 직후 단국대가 만든 학술지 ‘사학지(史學志) 제13집’이다. 당대를 풍미했던 학계원로들의 발표논문이 수록돼 있다. 30년 남짓 지난 지금, 당시의 논문들을 능가할 만한 연구가 진전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기자의 눈에 띈 것은 1979년 6월9일 7시간 동안 펼쳐진 중원고구려비 학술좌담회 내용이다. 중원고구려비문의 해석문 ■“대박사는 없고 소박사만 왔나봐” 이병도·이기백·변태섭·임창순·김철준·김광수·진홍섭·최영희·황수영·정영호 등 학자들이 막 발견된 중원고구려비문을 해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잘 보이지도 않는 글자와, 잘 연결되지 않은 문장을 두고 고뇌에 찬 해석을 하고..
충청도에서 발견된 '광개토대왕비'(상) “중원 고구려비를 말할 때 절대 잊어서는 안될 사람들이 있어요.” 고고학자 조유전 선생이 지목한 사람들은 바로 ‘예성동호회’라는 향토연구회 사람들이다. “이 분들이 아니었다면 그 중요한 국보(중원 고구려비·국보 205호)와 보물(봉황리마애불상군·보물 1401호)을 찾지 못했을 겁니다. 그뿐인가요. 고려 광종이 954년 어머니 신명순성왕후를 기려 지은 숭선사의 위치를 알려주는 명문도 확인했잖아요.” 예성동호회라. 이 모임은 1978년 당시 충주지청 유창종 검사와 장준식 전 충청대 교수 등이 만들었다. 향토연구회인 ‘예성동호회’가 기념사진이나 찍으려고 모여 중원 가금면을 답사하던 중 발견한 중원 고구려비. ■ 예성동호회의 개가 당시에는 문화재 축에도 끼지 못했던 기와를 주우러 다녔고, 모임의 이름도 없었다...
민족반역자 연남생의 무덤을 찾은 까닭 지난해 10월 중국 역사에서 13개 왕조가 도읍지로 정한 낙양을 방문했습니다. 강남문화원 답사팀과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소림사도, 용문석굴도, 백양사도 아니었습니다. 북망산 인근의, 옥수수 수확을 막 끝낸 들판을 찾아 헤맸습니다.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가 듬성듬성한 봉분 3개였습니다. 농가 가건물에 강아지까지 묶여서 짖어대던 곳에 있던 봉분 3개의 주인공은 바로 연남생, 연헌성, 연비 등 연개소문 후손들의 무덤이었습니다. 1920년대에 비석이 출토됐고, 지난 2005년에 정확한 무덤의 위치를 찾았지만 지금은 그냥 방치된 채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답사단은 왜 이 초라한 무덤, 아니 민족반역자 연남생 일가의 무덤을 찾았을까요, 이번 주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스트 주제는 ‘민족반역자..
영화속 100대 명대사 1위는? “솔직히 당신,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사진)의 엔딩이다. 레트(클락 게이블)가 스칼렛(비비안 리)에게 증오와 경멸을 담아 쏘아붙인다. 마지막까지 레트의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스칼렛도 의연함을 되찾고 홀로 다짐한다. “그래,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거야.(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2014년 이 영화의 또다른 결말을 담은 시나리오가 발견돼 경매시장에 나왔다. 레트의 이별통보에 스칼렛이 “레트! 돌아올거지! 돌아올거지!”하며 매달리는 대본이다. 1957년 역사적인 개봉을 알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광고. 상영시간이 4시간에 달한다는 내용과, 30여개국에 번역되어 6..
이세돌 대 인공지능, 누가 이길까 바둑의 ‘경우의 수’는 사실상 무한대다. 한번 놓을 수 있는 가짓수만 361개(19X19)에 달한다. 흑과 백이 첫수를 주고 받는 경우의 수만 12만9960(361X360)가지에 이른다. 두 번 씩만 주고받아도 167억 가지(361X360X359X358)가 되고, 모든 경우의 수를 굳이 계산하면 ‘10의 170제곱’에 이른다. 우주의 원자수 10의 80~100제곱 보다 훨씬 많다. 요순시대부터 시작됐다는 바둑의 5000년 역사에서 똑같은 판이 나왔을 리 없다. 옛 사람들이 바둑을 우주에 견줘 바둑판의 한가운데 점을 하늘의 중심인 ‘천원(天元)’이라 한 것은 천고의 혜안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수학의 ‘경우의 수’니 확률로 계산할 수 없는 ‘패’나 ‘먹여치기’ ‘되따기’ 등의 요지경 같은 바둑룰까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