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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당나라 국제회담장이 된 철옹성 3국통일 주춧돌 쌓고, 나·당 국제회담이 열린 철옹성(보은 삼년산성) 한반도 중원의 요충지였던 보은 삼년산성 해발 35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성. 하지만 10~20m의 성벽 위에 오르면 충북 보은 일대를 한눈에 꿰뚫을 수 있다. 서문을 거쳐 성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처음 만나는 아리따운 이름, 즉 ‘아미지(蛾眉池)’라고 새겨진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신라의 서성(書聖)인 김생이 썼다지 아마….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 같은 매력적인 연못이었으리라. 혹여 김생이 반달처럼 생긴 연못을 아름다운 여인의 윙크로 착각하고 이 감상적인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조선말 학자인 박문호(1846~1918년)도 절로 시상을 떠올렸나 보다. “삼년성에 달이 떠오를 때 고을 남쪽 다리에 머물며 바라보니, 산..
KKK단과 '제복효과'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R D 존슨과 L L 다우닝이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여학생 60명에게 한번은 간호사 제복을, 한번은 백인우월단체인 KKK 복장(사진)을 입혔다. 그런 다음 문제를 냈다. 상대방이 틀린 답을 말하면 여학생들이 6단계의 버튼 중 하나를 골라 전기쇼크를 가하도록 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간호사복을 입었을 때는 비교적 약한 충격의 버튼을 눌렀던 여학생들이 KKK 복장을 입자 강한 쇼크의 버튼을 힘껏 누르는 성향을 보인 것이다. 옷에 따라 천사가 될 수 있고, 악마도 될 수 있는 이 현상을 ‘제복효과’라 한다. 가만 생각하면 다른 데서 찾을 필요도 없다. 사회에서는 더할 수 없는 신사들에게 예비군복을 입혀놓으면 공중도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매너남’으로 표변하기 일쑤가 아..
국민MC 유재석이 SNS 안하는 이유 “내가 어디서 훈련하는 지 알지? 기다릴테니 당장 뛰어와. 내가 10초 안에 기절시켜줄게.” 2011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스타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라이벌인 리버풀의 축구팬이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비난글을 달자 맞대응 끝에 그만 폭발해버린 것이다. 루니는 “농담이었다”고 진화했지만 전세계로 퍼진 뒤였다. 그러자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서 루니를 꾸짖었다. “그것(SNS) 아니라도 인생에서 할 일이 태산같아. 차라리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퍼거슨 감독의 다음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I’m serious. What a waste of time” ‘진심인데, SNS는 정말 시간 낭비야’로 해석될 이 말은 국내에서 ‘인생의 낭비’로 의역되면서 디지털 시대 최고의 명언 반열에 ..
딜쿠샤와 은행나무 1896년 광산업자인 아버지(조지 테일러)를 따라 조선에 온 미국인이 있었다. 21살 청년 앨버트 테일러였다. 테일러 일가는 ‘노다지(No touch)’의 어원이 된 평안도 운산금광을 관리하다가 충북 직산탄광을 직접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 대목이라면 테일러 일가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서술할 수 없다. 당시 금광채굴권이 모두 외국인에게 넘어갔고, 조선의 백성들이 외국인들의 ‘노 터치’ 으름장에 터전을 잃고 쫓겨났으니 말이다. 1920년대 딜쿠샤 건물과 은행나무. 앨버트 테일러 부부(아래 사진) 하지만 앨버트에게 조선은 ‘엘도라도’ 이상의 의미였다. 그는 아버지(조지)가 1908년 사망한 뒤에도 조선에 남았다. 단순히 돈만 번 것이 아니었다.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 등 식민지 조선에서 자행된..
바둑 간첩, 한성백제를 멸망시켰다 오는 3월9일부터 역사적인 바둑대결이 펼쳐집니다. 구글이 개발한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의 5번기입니다. 이미 1990년대 후반 체스 세계챔피언을 무릎꿇린 인공지능은 이제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는 바둑에서 입신, 즉 신의 경지라는 9단, 그것도 세계최정상급 기사인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인공지능, 즉 컴퓨터가 경우의 수가 10의 180제곱, 즉 무한대라는 바둑에서 인간에게 도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감정, 직관, 통찰력이 집중되는 바둑에서조차 승리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을 열렬히 응원하는 이유입니다. 인간의 마음마저 컴퓨터에게 빼앗긴다는 게 끔찍하지 않습니까.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팟캐..
동래전투, 끔찍한 아비규환의 현장 지금으로부터 1424년 전 이맘 때 조선에서는 큰 변란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임진왜란이었습니다. 당시 1592년 4월13일 30만명으로 무장한 왜병 가운데 선봉대 2만이 700척에 분승해서 부산 앞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첨사 정발이 부산진전투에서 중과부적으로 전사했고, 왜병은 파죽지세로 동래성을 포위했습니다. 당시 동래부사는 송상현이었습니다. 송상현은 백성들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항복을 권하는 왜병에게 송상현 부사는 “네놈들하고 싸워 죽기는 쉽지만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백성들과 함께 전사하고 맙니다. 그 중에는 제 몸만 지키려고 빠져나온 자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것이 동래성 전투입니다. 이 싸움의 참상은 영조 때 동래읍성을 수축..
동래에서 확인한 왜병의 만행 지금으로부터 1424년 전 이맘 때 조선에서는 큰 변란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임진왜란이었습니다. 당시 1592년 4월13일 30만명으로 무장한 왜병 가운데 선봉대 2만이 700척에 분승해서 부산 앞바다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첨사 정발이 부산진전투에서 중과부적으로 전사했고, 왜병은 파죽지세로 동래성을 포위했습니다. 당시 동래부사는 송상현이었습니다. 송상현은 백성들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가 죽기를 각오하고 싸웠습니다. 항복을 권하는 왜병에게 송상현 부사는 “네놈들하고 싸워 죽기는 쉽지만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백성들과 함께 전사하고 맙니다. 그 중에는 제 몸만 지키려고 빠져나온 자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이것이 동래성 전투입니다. 이 싸움의 참상은 영조 때 동래읍성을 수축..
삐라, 적의 마음을 쏘는 종이폭탄 요즘 북한이 뿌린 삐라가 서울시내 한복판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50대 이상 사람들이라면 어릴적에 한 번 쯤은 비라를 주워보았을 것입니다. 삐라를 파출소가 갖다주면 연필 같은 학용품을 주었지요. 옛날 생각이 납니다. 역사서에 등장하는 삐라는 어지러웠던 신라 말기 진성여왕 때 서라벌 시내 한복판에 떨어진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진성여왕이여! 신라여! 망하리라!’하며 저주했던 삐라였습니다. 그후 47년만에 정말로 신라는 망했습니다. 한국전쟁 때도 삐라는 마치 눈처럼 뿌려졌습니다. 미군은 25억~40억장의 삐라를 뿌렸다고 합니다. 전쟁 후에도 삐라의 제작기법은 체제유지를 위한 대중홍보수단으로 사랑받았습니다. 물론 남북한 모두 상대방을 겨냥한 냉전의 수단으로 삐라를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삐라는 왜 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