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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안중근' 남자현 선생 아시나요.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만 35년간 굴종의 역사를 견뎌온 우리네 어르신들의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니다. 이번 주 주제는 '여자 안중근, 독립투사 남자현 선생의 삶'입니다. 19살에 의병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47살에 만주망명을 결행했으며, 3번이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던 남자현 선생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남자현 선생은 61살이라는 나이로 중국거지 변장을 한 뒤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의 일본전권대사(부토 노부요시)를 죽이려다가 그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때 선생은 37년 전 의병전쟁에서 전사한 남편의 피묻은 적삼을 입고 있었습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현 선생을 기리며 팟케스트를 들어주십시요. 미리 썼던 기사내용을 팟캐스트에서..
'고려자기 장물'을 싹쓸이 쇼핑한 이토 히로부미 광복 70주년입니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와신상담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무자비하게 도굴된 문화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는 고려청자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대 조선통감을 지냈고, 안중근 의사에게 처단된 이토 히로부미가 도굴품, 그러니까 개성과 강화도, 파주 장단 일대에서 마구 파헤친 고려자기들을 닥치는대로 사들인 장물아비라는 것을 소개할까 합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는 무덤에 함부로 손대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무덤 속 부장품들이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었습니다. 특히나 최상급의 고려청자가 안장돼있는 고려시대 무덤들은 오죽했겠습니까. 일제의 고굴범들은 바로 그걸 노렸습니다. 백주대낮에 총검을 들이대고 100여..
지뢰, 눈없는 초병, 침묵의 살인자 ‘비무장지대 일대의 땅을 사려면 지뢰 표지판이 붙은 땅을 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뢰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쉬운, 목 좋은 곳에 매설하기 마련이기에 통일 후의 땅 가치가 그만큼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객적인 소리지만 그만큼 인명살상에 안성맞춤인 곳에 뿌려졌다는 이야기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을 답사한 바 있는 필자가 미확인지뢰지대에 빠진 적이 있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10여 년 전에 개척된 코스를 밟다가 길을 잃었던 탓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지뢰가 쓸려내려온다는 계곡의 수풀을 헤맸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지뢰는 흔히 ‘눈없는 초병’이라 한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지뢰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제1차 대전 때 매..
히로히토는 '항복연설' 하지 않았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하코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 정부로 하여금 미영중고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하토록 했다. 대저 제국 신민의 강녕을 도모하고 만방공영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함은 황조황종의 유범(遺範)으로서 짐은 이를 삼가 제쳐두지 않았다. 일찍이 미·영 2개국에 선전포고를 한 까닭도 실로 제국의 자존과 동아의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며 타국의 주권을 배격하고 영토를 침락하는 행위는 본디 짐의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교전한 지 이미 4년이 지나 짐의 육해군 장병의 용전, 짐의 백관유사(百官有司 조정의 많은 관리)의 여정(勵精), 짐의 일억중서(일본신민)의 봉공 등 각각 최선을 다했음에도 전국(戰局)이..
2028년 평양올림픽 “2028 평양올림픽은 어떨까.” 미국의 빅터 매서슨(Matheson) 홀리크로스대 교수가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뜬금없이 ‘평양 올림픽’ 이야기를 꺼냈다. 유치의 ‘유’자도 꺼내지 않은 평양을 거론한 까닭은 뭘까. 앞으로 부유한 선진국에서는 여론 때문에 더이상 올림픽을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매서슨의 주장이다. 유권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이 혈세를 펑펑 쓸 수 있는 독재국가의 홍보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평양은 어떠냐’는 냉소적인 농담을 던진 것이다. 스키를 탄 학생들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은 카자흐의 알마티와 유치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매서슨은 최근 2024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포기한 미국 보스턴을 예로 꼽았다. 3주간..
루시 여인을 만지는 오바마 1974년 11월30일, 미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에티오피아 하다르 인근의 아와시 강가를 탐사하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요한슨은 섭씨 43도의 무더위를 뚫고 샅샅이 뒤진 끝에 강비탈에 박혀있는 수백개의 화석을 보았다. “믿을 수 없어. 이건 호미니드(사람과 사람 가까운 종)가 분명해!” 정신없이 수습해보니 한 개체 분의 40%에 이르는 엄청난 화석이었다. 발굴단은 그날 밤 맥주를 마시며 자축연을 즐겼다. 그때 카세트테이프에서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화석의 주인공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분석결과 화석의 주인공은 지금부터 320만년 전에 살았던 여성으로 추정됐다. 골반과 엉치뼈를 분..
김무성 대표의 큰절이 왜 과공비례인가 “그야말로 상상에서나 나올 기묘한(peculiarly fanciful) 모습이었다.” 1883년 9월 18일 미국 뉴욕 23번가 피브스 에버뉴 호텔 1층 대연회장에서 역사적인 행사가 열렸다. 조·미 수호조약 체결(1882년 5월22일)과 외교관계수립(1883년 5월13일)을 기념하여 조선정부가 파견한 사절단(보빙사) 일행의 국서제정식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말하자면 고종황제의 국서를 채스터 아서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행사였다. 미국 당시 미국언론은 정사 민영익, 부사 홍영식 등 11명으로 구성된 보빙사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있었다. “조선보빙사의 옷은 오페라 합창단에 등장하는 고위 성직자의 옷차림과 비슷했다. 높고 검은 원추형 모자를 쓰는데 마치 알프스 산맥의 농부가 쓰고 있던 모자와 흡사했다..
소인배와 군자 사이, 삼전도 비문 논쟁 “황제가 우리나라(조선)에서 화친을 무너뜨렸다고 해서 혁연(赫然)히 노해서~곧바로 정벌에 나서~우리나라 임금(인조)과 신하의 죄는 더욱 피할 길이 없다.” 높이가 395㎝, 너비 140㎝에 달하는 삼전도비, 즉 ‘대청황제공덕비(大淸皇帝功德碑)’에 새겨진 비문은 쓰라린 역사의 상징이다. 비문을 쓴 이는 병자호란 당시 도승지와 예문관제학을 역임한 백헌(白軒) 이경석(李景奭·1595~1674년)이다. 이경석이 현종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궤장. 일흔살 이상의 명망 높은 노신에게 내리는 최고의 상급이다. 그러면 이 ‘치욕의 비문’을 쓴 이경석 역시 ‘치욕의 인물’인가. 그가 찬술한 이 삼전도비문은 그가 죽은 지 30~40년이 지난 뒤부터 벌어지는 노·소론 간 치열한 이념논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 참에 이경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