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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표절작가였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종종 모방작가라는 소리를 듣는다. 디에고 벨라스케스(17세기)와 외젠 들라크루아·에두아르 마네(이상 19세기)의 작품들을 ‘모방한’ 연작시리즈를 냈으니 말이다. 모든 사물과 사람을 게걸스럽게 짐어삼켜 소화하는 작가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물론 그는 “천재성은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엊그제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한화 1968억원)에 낙찰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Alger)’이 그런 작품이다. 18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대표주자인 들라크루아(1789~1863)의 동명작품을 패러디했다.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1832년 알제리를 방문한 들라크누아는 이슬람 여성들만의 공간인 ‘하렘’을 구경하..
'부(負)의 유산', 어떤 것들이 있나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은 모두 1007건(161개국)이다. 절대 다수는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인류의 자랑스런 유산들이다. 하지만 절대 반복돼서는 안될, 그래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유산들도 있다. 이른바 ‘부(負)의 유산(Negative heritage)’이다. 대표적인 ‘부의 유산’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1979년 등재)가 꼽힌다. 나치의 집단학살과 반인간적 범죄행위의 증거라는 게 등재이유였다. 대표적인 부의 유산인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나치 독일이 자행한 진단학살과 반인간적 범죄행위의 증거로서 세계유산이 됐다.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될, 그래서 인류가 영영토록 짊어지고 갈 유산이라는 뜻에서 등재됐다. 세네갈의 고레섬(1978년)과 마셜제도의 비키니섬(2010년)도 ‘부의 유산’들이다. 고레섬은 인..
X조와 X종에 얽힌 비밀 평소 가졌던 의문점 하나를 풀어보겠습니다. 옛 임금을 보면 어떤 분은 ‘X조’인데, 도 어떤 분은 ‘X종’일까요. 그러니까 세종은 왜 세종이고, 세조는 왜 세조일까요. 다 같은 반정으로 등극한 임금인데, 중종은 왜 중종이고, 인조는 왜 인조일까요. 또 있습니다. 원래 영조는 영종, 정조는 정종, 순조는 순종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영조, 정조, 순조가 되었다지요. 무슨 곡절이 있어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또 만고의 성군인 세종은 원래 문종이라는 묘호로 역사에 남을 뻔 했다지요. 이기환의 팟캐스트 28회는 ‘X조와 X종에 읽힌 비밀’을 풀어보려 합니다. 아래의 관련기사를 참조하면서, 혹은 단행본 를 읽으면서 팟캐스트 내용을 귀담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경향신문 이기환 논설위원) “예로부터 조(祖)와 종(宗..
휴전선 155마일 과연 맞나요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주도하는 ‘위민크로스 DMZ’ 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죠.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이자 대북 5·24조치 3년째인 24일 12개국 30여 명이 DMZ를 도보로 횡단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행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지요.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도, 우리 통일부도 긍정적인 반응이랍니다. 5월 말엔 DMZ(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가 새삼 전세계의 주목을 받겠네요. 마침 장이 섰으므로 필자가 세계인의 검색어로 떠오를 DMZ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한번 다뤄볼까요. 정전협정문에 첨부된 휴전선(군사분계선)의 시작점. 분명히 임진강변 육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먼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휴전선 155마일(248..
개고기 주사. 더덕정승, 잡채 판서, 참기름 연구원 조선조 중종 때 이팽수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의 별명은 ‘가장주서(家獐注書)’였다. 가장은 개고기를, 주서는 정7품의 벼슬이었다. ‘개고기 주사’라. 왜 그런 부끄러운 별명이 붙었을까. 1534년(중종 29년) 중종이 그를 승정원 주서로 임명하자 실록을 쓴 사관이 이런 논평을 했다. ■개고기 주사 “이팽수는 승정원 내부의 천거도 없었는데 김안로가 마음대로 천거했다. 김안로는 개고기를 무척 좋아했다. 이팽수가 봉상시 참봉으로 있을 때부터, 크고 살찐 개를 골라 사다가 먹여 늘 김안로의 구미를 맞추었다. 김안로가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어느 날 이팽수가 청요직에 오르자 올랐다. 사람들은 이팽수를 ‘가장주서’라 했다.” 그러니까 봉상시 참봉(지금의 9급)이던 이팽수가 당대의 권신 김안로(金安老·1481~15..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 이번 주 팟캐스트는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입니다. 서애 류성룡은 에서 충주 전투에서 대패한 신립 장군을 두고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군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폄훼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립(1546~1592)은…전투의 계책에는 부족한 인물이다.”라 했습니다. 명나라 사령관인 이여송도 “천혜의 요새지(조령)를 몰랐으니, 신립은 지모가 부족한 장수였다”고 촌평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1801년(순조 원년) 탄금대를 지나던 다산 정약용은 “신립을 깨워 ‘왜 문(조령)을 열어 왜적을 받아들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신립이 천혜의 요충지라던 조령(해발 642m) 대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대패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궁금증에 생깁니다. 과연 조선의 종묘사직이..
'시크'는 80년 전의 신어였다 ‘시크(chic)하다’는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이 2004년 펴낸 자료집은 ‘멋있고 세련되다’는 뜻의 신어(新語)라 소개했다. 그러고보니 ‘젠틀하다’ ‘스마트하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시크하다’는 그리 오래 전의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틀렸다. ‘시크하다’는 자그만치 84년 전에 등장한 신어였으니까…. “‘쉬-크’라는 신어는 멋쟁이 하이칼라다. 외형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빈틈없는 근대인이다. 내면이 빈약한 모던보이, 모던걸에 반해 쉬크보이, 쉬크걸은 훌륭한 신사숙녀이다.”(동아일보 1931년 4월13일) 사실 신어는 단순히 새롭게 생긴 말이나 뜻이 아니다. 당시 신문은 영화배우인 해리 크로스비의 언급을 인용, “신어는 낡은 어휘에서 도망나온 배암(뱀)이며, 거인(사전)의 어깨 위에 앉아..
1400년의 혈맹, 한국과 이란의 끈끈한 인연 ‘불량국가(rogue state)’, ‘악의 축(axis of evil)’. 모두 이란을 지목하는 표현입니다. 미국은 소련의 붕괴로 동서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이란을 새로운 적을 규정했죠. “대량파괴무기를 생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몹쓸 나라”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미국은 그들이 짠 새로운 국제질서를 거부한 이란과 같은 나라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최근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지만 이란에 대한 이같은 좋지않은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란은 ‘불량국가’도 아니요, 더군다나 ‘악의 축’도 아닙니다. 물론 지금 우리 사회에 미국이 끼친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이란의 관계는 1400년 동안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지난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