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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은 표절작가인가 27살에 요절한 천재 여류시인이 있습니다. 여성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뚫고 조선은 물론 중국대륙에까지 필명을 떨친 조선의 대표작가…. 허난설헌입니다. 그녀의 유고시집이 출간되자 중국대륙은 ‘난설헌앓이’에 휩싸였습니다. ‘난설헌의 시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됐다’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난설헌의 시가 출간되자 명나라 문사들이 열광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무슨 일입니까. 유고집인 이 출간(1608년)된지 44년만엔 1652년 명나라에서 표절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난설헌의 시 대부분이 당나라의 시를 베낀 것이라는 의혹이었습니다. 그러자 조선문단에서도 파문이 일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조선이 자랑했고, 그의 필명이 중국대륙에까지 떨친 허난설헌은 과연 표절작가일까요. ..
어메이징 그레이스와 오바마 “Amazing grace…That saved a wretch like me. I once was lost, but now I am found, Was blind, but now I see.”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가장 사랑받는 찬송가로 통한다. 이 곡은 한때 노예무역상인이었던 존 뉴턴(1725~1807)이 만들었다고 한다. 1748년 노예무역선을 이끌던 뉴턴의 배는 엄청난 폭풍우에 휩쓸려 전복 일보 직전에 놓였다. 뉴턴은 죽음을 맞이할 각오로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배는 기적처럼 폭풍우에서 벗어났다. 제2의 삶을 살게 된 뉴턴은 성공회 사제의 길을 택했고, 유명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썼다(1772년). “한때는 길 잃고, 한때는 장님이었던 죄인(노예무역 종사자)조차 살..
'내 탓이오'를 외친 임금 팝가수 엘튼 존의 노래 중에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가 있다. 1976년 발표된 이후 40년 가까이 사랑 받고 있는 ‘사과송(謝過頌)’이다. 말 그대로 ‘미안해’라고 한마디만 하면 될 일인데 무엇이 그렇게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라는 건가. 하지만 노래처럼 ‘사과’란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1960년 4·19 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성명은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날 것이며…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다 하니 다시 치르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죄는커녕 ‘국민이 원한다면…’, ‘많은 부정이 있다 하니…’라는 가정법에서 유체이탈 화법의 원조격임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조운선. 충청도 태안 앞바다에서 특히 배사고가 많았다. 조선조 태종 때도 조운선 34척이 침몰..
낙타를 굶겨죽인 태조 왕건의 숨은 뜻 얼마전 온라인 상에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습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거란이 보낸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인 이유’를 역사 문제에 어느 학생이 ‘메르스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겁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별의별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마냥 웃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942년(태조 25년) 일어난 ‘낙타 굶겨죽인 사건’, 즉 만부교 사건은 고려 475년 역사 가운데서도 최대 미스터리로 꼽힙니다. 물론 에는 ‘고려가 거란이 보낸 사신 30명을 절도로 유배시키고, 낙타 50필을 만부교 밑에 묶어 굶겨죽인 것은 거란이 발해를 멸망시켰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상당수 연구자들은 이 대목에서 고구려·발해의 계승자로서 고토 회복을 염두에 둔 태조 왕건의 북진정책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개고기'입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성질이 흉악한 사람을 ‘개고기’라 일컬은 때가 있었다. 살아서는 한없이 충성스럽고, 죽어서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온 개와 개고기가 왜 망나니를 뜻하는 나쁜 말로 변했을까. 어릴 적 악몽이 떠오른다. 해마다 복날이면 마을 한복판에 개를 매달아놓고 몽둥이로 매질을 가해 천천히 죽였던 그 끔찍한 기억 말이다. 온 동네 개들은 비명 속에 죽어가던 ‘동족’을 처절한 울부짖음으로 보내주었다. 개가 고통을 느껴야 호르몬이 분비돼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나 어쩐다나. 그 잔인한 의식이 끝나고 팔팔 끓는 개고기를 땀 흘려가며 먹었던 바로 그 사람들…. 망나니 같은 그들의 잔인함에서 비롯된 말이 ‘개고기’라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김준근의 '기산풍속도'. 개도살자가 복날 개를 잡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태조 왕건이 낙타를 굶겨죽인 이유 942년(태조 25년) 일어난 만부교 사건은 고려 475년 역사 가운데서도 최대 미스터리로 꼽힌다. “고려는 거란이 보낸 사신 30명을 유배시키고, 낙타 50필을 만부교 밑에 매달아 굶어죽게 했다.”() 태조는 “거란이 발해를 하루아침에 멸망시켰으니 무도함이 심하다”는 이유를 꼽았다. 이 대목에서 상당수 연구자들은 고구려·발해의 계승자로서 고토 회복을 염두에 둔 태조 왕건의 북진정책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의 만부교(낙타교) 상상도. 태조 왕건이 거란이 보내온 낙타 50마리를 굶겨 죽인 사건은 지금도 수수께끼 같은 외교분쟁으로 운위된다. 실제로 태조 왕건은 거란을 공존해서는 안될 나라로 여겼다. 태조는 이른바 ‘훈요 10조’를 남기면서 특히 거란을 겨냥한 조목을 2개나..
"여왕이여! 제발 망해라!" 이번 팟캐스트 주제는 ‘여왕이여! 제발 망해라!’입니다. 지금부터 1200년 전 신라 서울 서라벌에 진성여왕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는 길에 비방문을 던졌다고 했으니, 전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자보는 암호문처럼 알 수 없는 주문으로 일관됐는데 한마디로 “진성여왕이여! 위홍(여왕의 숙부 혹은 정부)과 같은 간신 때문에 망하리라!”는 저주문이었습니다. 신라는 대자보가 붙은 지 47년 만에 망하고 맙니다. 조선 시대 명종 때도 양재역에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명종의 어머니 문정왕후를 ‘여주(女主)’라 칭하면서 ‘그 여주와 여주를 따르는 간신들 때문에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자보가 붙은 지 12년 만에 임꺽정이라는 도적이 출현, 3년간이나 황해도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이복형을 ..
세작인가 X맨인가 간첩질이나 스파이 노릇을 뜻하는 말 중에 ‘세작(細作)’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다. 당나라 육덕명이 “첩자(諜者)의 첩은 간첩의 첩이며, 지금으로 치면 세작이다”라 풀었으니 첩자·간첩·세작은 다 같은 말이다. 세작은 절대 비겁한 전략이 아니다. ‘용간(用間)’편은 ‘백성들의 희생을 최소화해서 승리를 얻으려면 반드시 첩자를 통해 적정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이기는 법이니 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책략이라 할 수 있다. 4만근의 황금을 첩자들에게 풀어 초나라 항우와 범증의 사이를 갈라놓은 한나라 진평의 계책은 세작의 전범으로 꼽힌다. 세작인들은 초나라로 들어가 책사 범증이 항우를 배신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린다. 의심에 빠진 항우가 적정도 살필 겸 사신을 보낸다. 그러자 유방이 ‘몰래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