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72) 썸네일형 리스트형 백제와 신라 철천지 원수가 된 사연 1993년 12월12일,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엄청난 유물이 나왔다. 백제예술의 정수 금동대향로였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신라유물이 단 한점도 출토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노릇이었다. 이 유적은 고구려는 물론 중국·서역의 문물이 엿보이는 국제문화교류의 창구였는데도 유독 인접국인 신라의 유물만 없는 것이다. 왜일까. 알다시피 이 능산리 절터는 백제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재위 523~554년)을 기리기 위해 만든 절이었다. 역사적으로 백제와 신라는 총 66회(백제멸망 이후 부흥군과 싸운 8회의 전쟁 포함)를 싸우며 패권을 다퉜지만 밀월관계를 유지한 적도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국익에 따라 협력과 배신을 밥 먹듯 하는 게 외교가 아닌가. 백제·신라는 고구려 남하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삼년산.. 누가 '몰카'의 원조인가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가 가혹한 세금을 매기자 그의 아내 고다이버가 “제발 세금 좀 낮춰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영주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 하나를 달았다. ‘당신이 벌거벗고 성안을 한바퀴 돌면 모를까.’ 하지만 방년 16살이었던 고다이버는 실행에 옮겼다. 다만 주민들에게 ‘내가 말을 타고 알몸으로 지날 동안 창문을 닫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세금 문제가 걸려있었으니 주민들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톰이라는 양복재단사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했다. 창문 틈새로 몰래 여인의 알몸 행진을 감상했다. 청년은 하늘의 벌을 받아 눈이 멀고 말았다. 관음증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이라는 여기서 말이 나왔다. 못말리는 인간의 관음 성향을 일러주는 .. 이색의 굴욕과 이순신 가문의 중국어 교육법 예나 지금이나 외국어는 ‘통곡의 벽’입니다. 천부적인 언어능력을 자랑하면 모르되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옛날의 기록을 살펴보면 외국어 때문에 절명하고 망신당한 사람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고려말의 대학자이자 신진사대부의 스승으로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목은 이색이 바로 굴욕의 대표주자입니다. 조기중국어교육에, 유학은 물론 북경에서 관리로까지 일했던 이색이 황제를 알현하는 자리에서 ‘그대의 중국어는 꼭 오랑캐 같다’는 핀잔을 들었으니까 말입니다. 반면 이순신의 5대조 할아버지인 이변은 서른이 넘어 급제했지만 그야말로 불철주야 중국어를 공부한 덕분에 역사에 남는 문신 출신 통역관이 됐습니다. 그 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증조할아버지(이거)도 그 어렵다는 외교문서를 줄줄 읽을 정도로 .. '빠라빠라빰' 수사반장의 추억 1989년 10월12일 방영된 TV드라마 의 마지막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박반장(최불암 분)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남긴 명대사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잉태한 빈부격차의 갈등이 흉악한 강력범죄로 체현되던 사회상을 풍자한 말이었다. 1971년 3월6일 첫 방영된 이 880회(총 18년7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사실 자발적인 출발도 아니었다. “나쁜 놈들은 반드시 죗값을 받는 드라마 하나 만들라”는 고위층의 지시로 제작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1971년 첫 방영 된 의 포스터. 범죄의 생태와 인간본성을 추적하는 흥미와 긴박의 수사실화극이라 했다. 최불암 김호정 조경환 김상순 등 4형사가 보인다. 순사(일제 경찰)의 이미지 때문인지 초반 인기는 형편없었다.. 우사인 볼트의 라이벌은 '낙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29)는 이름 그대로 ‘번개’라 할 수 있다. 번쩍하는 사이에 100m(9초58)와 200m(19초19)를 한달음에 달려버린다. 196㎝, 95㎏의 탄탄한 몸으로 무장, 다른 선수들이 44걸음에 내달리는 100m를 41걸음으로 끝내 버린다. 최대 보폭은 243㎝나 되며 평균시속은 37.6㎞에 이른다. 60m부터 시작되는 가속구간의 순간최고속도는 시속 45㎞에 달한다. 영국 브루넬대의 크레이그 샤프 교수는 “볼트가 아킬레스건을 활용해 짧은 접지시간을 더 강하게 지면을 차버림으로써 가속을 얻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그제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는 ‘바람보다 빠르다’는 저스틴 게이틀린(미국·33)을 제치고 9초79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찌 바람이 번개를 이길 수.. 원고지 6장으로 배우는 팔만대장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자 수행자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잔소리꾼이 죽었으니 이제 해방이다. 우린 이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외치는 젊은 수행자도 있었다. 이 소리를 들은 부처님 사후 교단을 이끌어 갈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이들은 서둘러 라자가하 성 교외의 바위굴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생전에 부처님이 설파한 가르침을 정리하고 제대로 전할 책무가 있었다. 회의에서 부처님의 최측근이던 아난 존자가 ‘내가 들은 바는 이와같다(如是我聞)’고 부처님에게 들은 설법을 암송했다. 핵심 제자들이 아난의 증언이 진정으로 부처님 말씀인지 검증했다. 그리고 500명의 비구가 검증된 부처님의 설법을 한 목소리로 외웠다. 이것이 경장(經藏)이다. 교단의 계율(생활규범)인 율장(律藏)도 제정했고, ‘경과 .. 미적분 '통곡의 벽', 배워야 하는 이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강이라도 같은 물 속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참의 실제는 변하지 않기에 변화를 과학으로 취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플라톤의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의 관념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만물의 이치를 왜 설명할 수 없는가. 가령 허공에 던진 공이나 발사된 로켓은 시시각각으로 속도가 변하며 난다. 1666년 무렵 영국의 아이작 뉴턴(사진)과 1674년 독일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거의 동시에 인류사를 바꾼 사건을 일으킨다. ‘미적분학의 발견’이다. 이후 100여 년 간 영국과 대륙의 학파가 가세, 뜨거운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논쟁은 무.. '침략의 속죄양' 조선 호랑이 절멸 사건 아프리카 국민사자 ‘세실’의 비참한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조선호랑이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트로피 사냥’은 인간의 야만성을 비난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조선호랑이 멸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조선 호랑이의 멸종을 주도한 것은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예로부터 호랑이 사냥은 일본인들에게 ‘로망’이었다. 섬나라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창칼로 호랑이를 잡아 죽인 일은 대륙침략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료로 활용됐습니다. 침략의 수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보양식으로 조선 호랑이의 고기를 먹었답니다. 그 후 300년 뒤 조선을 집어삼킨 일제는 호랑이와 표범·곰 등.. 이전 1 ··· 123 124 125 126 127 128 129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