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72) 썸네일형 리스트형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 이번 주 팟캐스트는 ‘패장 신립을 위한 변명’입니다. 서애 류성룡은 에서 충주 전투에서 대패한 신립 장군을 두고 “장수가 군사를 쓸 줄 모르면 그 나라를 적군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폄훼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립(1546~1592)은…전투의 계책에는 부족한 인물이다.”라 했습니다. 명나라 사령관인 이여송도 “천혜의 요새지(조령)를 몰랐으니, 신립은 지모가 부족한 장수였다”고 촌평했습니다. 그 뿐인가요. 1801년(순조 원년) 탄금대를 지나던 다산 정약용은 “신립을 깨워 ‘왜 문(조령)을 열어 왜적을 받아들였는지 묻고 싶다”고 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신립이 천혜의 요충지라던 조령(해발 642m) 대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대패한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궁금증에 생깁니다. 과연 조선의 종묘사직이.. '시크'는 80년 전의 신어였다 ‘시크(chic)하다’는 표현이 있다. 국립국어원이 2004년 펴낸 자료집은 ‘멋있고 세련되다’는 뜻의 신어(新語)라 소개했다. 그러고보니 ‘젠틀하다’ ‘스마트하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시크하다’는 그리 오래 전의 표현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틀렸다. ‘시크하다’는 자그만치 84년 전에 등장한 신어였으니까…. “‘쉬-크’라는 신어는 멋쟁이 하이칼라다. 외형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이해하는 빈틈없는 근대인이다. 내면이 빈약한 모던보이, 모던걸에 반해 쉬크보이, 쉬크걸은 훌륭한 신사숙녀이다.”(동아일보 1931년 4월13일) 사실 신어는 단순히 새롭게 생긴 말이나 뜻이 아니다. 당시 신문은 영화배우인 해리 크로스비의 언급을 인용, “신어는 낡은 어휘에서 도망나온 배암(뱀)이며, 거인(사전)의 어깨 위에 앉아.. 1400년의 혈맹, 한국과 이란의 끈끈한 인연 ‘불량국가(rogue state)’, ‘악의 축(axis of evil)’. 모두 이란을 지목하는 표현입니다. 미국은 소련의 붕괴로 동서냉전 체제가 무너지자 이란을 새로운 적을 규정했죠. “대량파괴무기를 생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몹쓸 나라”라는 이유로 말입니다. 미국은 그들이 짠 새로운 국제질서를 거부한 이란과 같은 나라를 타도의 대상으로 삼은 겁니다. 최근 미국-이란 간 핵협상이 사실상 타결됐지만 이란에 대한 이같은 좋지않은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이란은 ‘불량국가’도 아니요, 더군다나 ‘악의 축’도 아닙니다. 물론 지금 우리 사회에 미국이 끼친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이란의 관계는 1400년 동안 질기디 질긴 인연의 끈을 부여잡고 있습니다. 지난 주.. 쓰러진 자격루의 교훈 주나라 시대에 계인(鷄人)이라는 벼슬아치가 있었다. 닭을 관장하면서 새벽을 알리는 관리였다.( 춘관) 이렇듯 ‘하늘을 공경하여 백성에게 때를 알려주는(欽若昊天 敬授人時)’() 직책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농사철 때 ‘때(인시·人時)’를 잘못 일러주면 농사를 천하의 근본으로 여기는 백성들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세종 임금이 자격루의 제작을 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지난 2007년 각계 전문가 30여명이 모여 23년만에 겨우 복원한 자격루. “시각을 잘못 알리면 중벌을 받았다. 장영실에게 명해 시각을 알릴 목각인형을 만들었다. 사람의 힘이 들지 않았다.”() 장영실의 자격루(自擊漏)는 물시계와 자동시보장치를 겸비한 조선의 표준시계다. 물시계(아날로그)의 물 흐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다시 일정한 시차로.. 내 안의 학살본능, 제노사이드 1941년 8월 24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BBC 생방송 연설에서 나치독일의 만행을 규탄했다. 그는 나치의 민간인 대량 학살을 두고 “우리는 ‘이름없는 범죄(a crime without a name)’에 직면해 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조직적이고 잔혹한 살육은 없었습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독일의 살인특무무대가 빨치산 소탕을 명목으로 소련땅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지칭한 것이었다. 나치독일의 만행은 300만 명의 유대인이 한 줌의 재로 변할 때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이어졌다. 뭐라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없었다. 군대간 전쟁이 아니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전쟁(war against peoples)’이었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4년은 나치 독일의 유태인 집시 학살 60..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과 결혼 이번 주 팟캐스트 주제는 ‘신라공주와 페르시아 왕자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아니 머나먼 나라의 왕자 공주가, 그것도 1500년 전에 사랑을 나눴고, 혼인까지 했다는 거냐. 그걸 믿으라는 거냐 하고 말씀하실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판 단군신화라 할 수 있는 ‘쿠쉬나메’라는 서사시에 나오는 내용이라니 어쩝니까. 그 서사시에 따르면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왕자가 중국을 거쳐 신라로 망명합니다. 이란 왕자는 엄청 환대를 받습니다. 양국 선수들끼리 선수를 섞어 이란의 전통 스포츠인 폴로경기까지 벌였답니다. 그리고 이란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라 공주와 혼인을 하게 됩니다. 양국은 신라-페르시아 연합군을 결성해서 때마침 침략해온 중국군대를 대파하고, 그 여세를 몰아 중국대륙까지 진출합니다. 왕자와 .. 일본은 '임나일본부' 폐기 안했다 1930년대 말 ‘임나일본부’를 강의하던 스에마쓰 야스까즈(末松保和) 교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학생이 있었다. 경성제대생 김석형(金錫亨)이었다. 해방 후 월북한 그는 1963년 스에마쓰의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는 논문(‘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진출’)을 발표한다. 일본학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논문을 소개한 하타다 다카시(旗田巍)는 “자는 사람 귀에 물을 붓는 것 같은 기상천외한 견해”라 했다. 북한의 김석형은 1963년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에 맞서 이른바 '삼한 삼국의 일본열도 진출' 논문을 발표했다. 임나일본부가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본열도로 건너간 삼한 삼국인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이른바 분국을 세웠다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가야인들이 오사카 지역에 세운 분국이 바로 임나라는 것이었다. .. 신라의 성문화는 '여성상위'였다. “신라의 경우 같은 성씨는 물론 형제의 자식이나 고종·이종 자매까지 아내로 삼았다.” 를 쓴 김부식은 “중국의 예속을 따진다면 도리에 크게 어긋난다”면서 신라의 풍습을 평했다. 신라의 자유분방한 성풍속을 웅변하는 고고학·역사학 자료는 많다. 예컨대 보량이라는 여인은 제22대 풍월주(화랑도의 수장·재임 637~640)인 양도공을 사랑했다. 그러나 둘은 어버지는 다르지만 어머니(양명공주)가 같은 남매사이였다. 양도공이 남매간의 혼인을 ‘오랑캐의 풍습’이라며 꺼렸다. 그러자 어머니가 아들을 껴앉고 말했다. “신국(神國·신라)에는 ‘신국의 도(道)’가 있다. 어찌 중국의 예로 하겠느냐.”() 경주 미추 왕릉 지구 계림로 30호분에서 출토된 토우장식 장경호. 다양한 성풍속이 보인다. 신라의 자유로운 성풍습을 ‘신.. 이전 1 ··· 130 131 132 133 134 135 136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