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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왈' 판결의 두 얼굴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 斯害也已)’ 얼마 전 서울고법 형사 6부 김상환 부장판사가 국정원의 대선개입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매우 흥미로운 판결문을 썼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유명한 ‘자왈(子曰·공자님 말씀)’을 인용한 것이다. 즉 ‘위정’에 나오는 ‘공호이단 사해야이’, 즉 ‘나와 다른 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배척한다면 자신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김 판사는 이어 “이단(異端)에 대한 공격과 강요가 결국 심각한 갈등과 분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세상을 등진채 밭을 갈고 있는 은자에게 길을 묻는 공자와 제자들을 그린 그림. 공자는 끊임없이 세상에서 쓰임받기를 원했다. 도가는 그런 공자에게 세상의 미련을 끊으리고 했다..
최치원, 발해를 향해 쌍욕을 퍼부은 까닭 팟캐스트 19회는 ‘최치원이 발해를 향해 쌍욕을 퍼부은 까닭’입니다. 9세기 말 만고의 명문장가라는 최치원이 막말을 퍼붓습니다. 발해를 겨냥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갈과 모래같은 무식한 놈들’, ‘추한 오랑캐’, ‘떼강도’, ‘군더더기 같은 부락민’…. 그뿐 아니라 멸망한 고구려를 두고도 ‘고구려의 미친바람’이라고 합니다. 최치원은 과연 왜 발해를 향해 쌍욕을 해댔을까요. 새삼 북한이 남측 정부와 인사, 미국정부와 인사들에게 퍼붓는 막말이 떠오릅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이 회고록을 내자 ‘정치 무능아’, ‘못난이 하는 짓마다 사달’, ‘돌부처도 낯을 붉힐 노릇’, ‘역사의 시궁창에 처박힌 산송장’이라 표현했지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시집못간 노처녀의 술주정’ ‘유신군사깡패의 더러운 핏줄’, ‘살인마 악..
진시황의 분서와 IS의 문명파괴 기원전 213년, 진시황제가 6국을 통일한 뒤 주연을 베풀었다. 이 때 제나라 출신 박사인 순우월이 나서 간언했다. “이제 폐하께서 천하를 소유하셨습니다. 그런데 자제분들은 평민으로 사십니다. 만약 세력을 키운 신하들이 나타나면 폐하를 보필하기 어렵습니다. 은나라, 주나라 처럼 폐하의 자제들을 제후로 분봉해서 폐하를 보위하셔야 합니다.” 이슬람국가(IS)가 파괴한 기독교 유적지 ‘요나의 무덤’ 잔해를 주민들이 옮기고 있다. ■진시황의 분서사건 무슨 말이냐. 은나라나 주나라 처럼 황제의 아들이나 친척, 혹은 공신들을 제후로 보내 다스리는 이른바 봉건제를 채택해야지, 중앙집권제로는 천하를 다스리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시황제는 순우월의 주청을 공론에 붙였다. 그러나 시황제를 도와 통일 진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
국보 보물 사적 1호의 불편한 진실 “포차 왕래에도 지장이 있는 문이다. 그런 낡아빠진 문은 파괴해버려야 한다.” “한성부(서울시)에 예산이 없어 이전은 너무도 곤란한 것이었다. 그래서 포병대의 도움으로 대포의 탄환으로 문을 포격해서 파괴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남대문(승례문) 이야기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조선이 일본의 보호국으로 전락했을 즈음, 남대문의 운명도 풍전등화 격이었다. 일본인 연구자인 오타 히데하루는 2002년 제출한 서울대 석사논문() 에서 그 사연을 풀어놓는다. 즉 을사늑약의 결과로 통감부가 개설되자 서울 거주 일본인들의 모임인 일본거류민회는 대대적인 ‘도시개조’를 계획했다. 핵심은 용산을 포함한 지역에 40~50만명을 수용할 신시가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1934년 8월27일자 총독부 관보에 오른 보물 목록. 보..
'국보 1호', 정녕 어찌하오리까. 팟 캐스트 18회는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겠습니다. 국보 1호 논쟁입니다. 국보 뿐 아니라 보물 1호, 사적 1호도 논쟁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논쟁은 10년마다 재연되어 왔습니다. 1995·2005년 광복 50·60주년을 맞아 10년 주기로 불거졌지요.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도 재연될 것 같습니다. 문화재청이 2월 말까지 문화재에 부여되는 관리번호지정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다니 말입니다. 여기에 광복 후 고희(古稀)를 맞는 해니만큼 ‘국보 1호(숭례문)’의 지위를 둘러싼 가열찬 논쟁이 재연되겠네요. 1934년 8월27일 조선총독부 관보에 나온 사상 첫 지정문화재 목록. 경성 남대문(숭례문)과 경성 동대문(흥인지문)을 보물 1호와 2호로 등재했음을 알 수 있다. ..
프롤로그-코리안루트의 비밀 지난 2007년 필자는 경향신문 탐사단의 일원으로 중국 동북방과 러시아 일대를 23박24일동안 탐사했습니다. 이름하여 ‘코리안루트를 찾아서’였습니다. 한국 언론사상 처음 있는 역사대탐험이었습니다. 러시아 연해주-바이칼호-울란우데-훌룬부이르-하일라얼-오룬춘-건허-하얼빈-선양-츠펑-링위안-차오양까지. 까마득한 선사시대부터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를 더듬어보았습니다. 한반도, 아니 한반도 남부에 갇혀있는 역사를 이제는 넓은 시야로 바라보자는 뜻이었습니다. 우리 역사는 결코 한반도에서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녀와서 이미 단행본으로도 출간했습니다. 성안당에서 출간한 (2008년)입니다. 블로그를 보는 분들을 위해 당시의 연재물을 프롤로그서부터 소개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랴오허[요하ㆍ遼河]유역..
진국의 수수께끼와 세형동검 “마한·진한·변진 등 삼한의 땅을 합하면 사방 한 변에 4000리인데 모두 옛 진국(辰國)이다. 마한이 가장 강대해서….” “진국이 천자(한무제)를 알현하고자 했지만 조선의 우거왕이 가로막았다.” ‘동이전’과 ‘조선열전’ 등에는 기원전 3~2세기에 존재했다는 ‘진국(辰國)’의 이름이 보인다. 진국이 한반도 남부에 광활한 영역을 차지했으며, 중국과도 통교를 원할 만큼 강력한 국가의 형태를 갖췄다는 얘기다. 를 보면 “조선상(朝鮮相) 역계경이 우거왕에게 간언했으나 채택되지 않자 주민 2000호를 이끌고 진국으로 피했고, 이후 결코 조선과 왕래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위서·동이전’) 진국의 국력이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역사가들은 반신반의한다. 동시대 기록인 는 판본에 따라 ‘진국’..
마천루의 저주 ‘마천루(摩天樓)’는 문자 그대로 ‘하늘(天)에 닿을(摩) 만큼 높은 빌딩(樓)’을 뜻한다. 흔히들 하늘과 똑같아지려는 인간의 헛된 욕망을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에 비유한다. 그러니 ‘바벨탑’처럼 ‘마천루’라는 명사도 ‘인간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1870년대 이후 미국 시카고에서 건설하기 시작한 마천루는 이제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구치고 있다. 1885년 55m(10층·시카고 홈보험 빌딩)로 시작됐던 마천루는 이제 828m(163층·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 빌딩)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권불십년(權不十年)’일 듯싶다. 2018년 완공 목표로 건설 중인 킹덤 타워(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높이가 무려 1007m나 된다니 말이다. 인간이 1㎞ 위 공중에서 사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