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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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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의 언론 탄압…'100일 천하'로 끝난 조선 최초의 신문 2017년 1월이었습니다. 경북 영천 은해사 부주지였던 지봉스님(현 용화사 주지)이 한 인터넷 고서 경매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출품된 어떤 고서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스님은 영천역사문화박물관장직도 겸하고 있거든요. 스님이 본 책은 성리학을 집대성한 이었는데요. ■책표지에 인성왕후의 흔적이… 그러나 책의 표지는 이미 낡아서 떨어져 나갔고, 그래서 다른 종이를 붙여 딱딱하게 새 표제지를 만들어 놓았는데요. 이 종이에 쓰여진 글자들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중 ‘공의전’이라는 글귀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공의전’은 조선조 인종(재위 1544~1545)의 부인인 인성왕후 박씨(1514~1577)를 가리킵니다. 공의전은 지봉 스님도 잘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남편인 인종의 태실(태를 묻은 곳)이 바로 영천 은해사 뒷..
60대 의열단원은 왜 이승만에게 방아쇠를 당겼나…암살 미수사건 전모 지난 2016년 개봉된 영화 ‘밀정’을 기억하십니까. 영화에는 무장독립운동 단체인 의열단원들이 중국에서 서울로 폭탄을 반입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1923년 실제로 일어난 ‘황옥 경부 사건’이라 합니다.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인 황옥(1885~?)은 의열단원 김시현(1883~1966) 등과 중국에서 서울로 폭탄을 반입합니다. 영화에서 ‘황옥’ 역은 송강호씨가, ‘김시현’역은 공유씨가 맡아 열연했습니다. ■할아버지 테러조직 그런데 말입니다. 2015년 5월 깜짝 놀랄만한 사진 한 장이 공개됩니다. 사진은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수집가(김태진 국제지도수집가협회 한국대표)가 미군 첩보부대(CIC)가 소장한 사진을 공개한 건데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6월 25일에 찍힌 사진입니다. 한국전쟁 발발 2주년..
도난당한 안평대군·안중근 유물…돌아오지 않는 국보 보물들 지난주에는 우체국 국제특송과 공항검색대 등을 이용해서 해외로 문화재 밀반출을 시도하던 피의자들이 적발됐습니다. 덕분에 문화재 4종 92점을 찾아냈는데요. 울산에서는 보덕사에서 도난된 불상 한 구를 회수했습니다. 결국 지난 한 주에 문화재 관련 회수사건이 두 건이나 있었네요. 이번 주엔 이 도난문화재의 회수 건을 계기로 지금까지 감쪽같이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 국보와 보물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진품명품의 명암 1995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방영되는 장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KBS의 ‘TV쇼 진품명품’입니다. 문화재의 가치를 대중에게 쉽게 알려주기 위해 재미삼아 감정가를 붙인, 이름 그대로 ‘문화재 쇼’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1996년 방영된 45회에서 아주 흥미로운 숫자가 전광판에 찍혔습니다. 중종반..
‘청와대 미남불상’에서 왜 조선총독 데라우치의 망령이 떠오를까 1993~94년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각종 대형 사건 사고들이 터진 때였습니다, 구포역 열차전복(1993년 3월28일),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7월26일), 서해 페리호 침몰(10월10일), 성수대교 붕괴(1994년 10월21일), 충주호 유람선 화재(10월24일) 등 온갖 참사가 줄을 이었습니다. 그러자 흉흉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 뒤편에 있던 불상을 치워버려서 각종 사고가 줄을 잇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급기야 호주 신문인 ‘파이낸셜 리뷰’가 “사고가 잇따르자 김영삼 대통령이 치워버린 불상을 제자리로 갖다놓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자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이 불상을 공개하는 자리까지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이 불..
‘이란판 단군신화’ 속 페르시아 왕자·신라 공주의 ‘사랑’과 ‘결혼’ 벌써 13년이 훌쩍 흘렀네요. 2008년 초에 이란을 답사하고 있었는데 테헤란에서 이주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란 젊은이들이 답사단 멤버인 한국 여성들을 보고 ‘양곰이 양곰이’하고 몰려들었던 겁니다. ‘양곰이가 누구야’ 했더니 글쎄,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Janggumi)’의 이란식 발음이었습니다. ■이란과 한국의 공통적인 역사 2006~2007년 사이 이란 국영 채널 2에서 방영된 ‘대장금’이 평균 시청률 85~90%에 달할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는데요. ‘대장금’ 외에도 ‘주몽’과 ‘동이’도 6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할만큼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는데요. 왜 그렇게 한국의 사극이 이란에서 인기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라구요. 한국 사극의 서술이 이란 역사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인류이동..
신미양요 때 빼앗긴 ‘수자기’…“반환 불가능한 미군의 전리품” 임진왜란 등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린 그림을 보면 예사롭지 않은 깃발이 보인다. ‘부산진순절도’(보물 391호)와 ‘동래부순절도’(보물 392호), ‘평양성탈환도’ 등을 보라. 성루에 큼지막한 깃발이 걸려있다. 그 깃발에는 ‘지휘관’을 뜻하는 ‘수(帥)’자가 대문짝만하게 쓰여있다. 그래서 이 깃발을 ‘수자기’라 한다. 그렇지만 ‘수자기’의 실물은 강화역사박물관에 딱 한 점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깃발의 소유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미군의 전리품이 된 장군 깃발 1871년(고종 8년) 벌어진 신미양요 때 어재연(1823~1871)의 장군기였지만 미군이 빼앗아 갔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것을 2007년 10년 장기임대로 빌려왔다. 2017년 임대기간이 끝났지만 2년 단..
“이것이 조선 최초의 패션리더·키스신”…‘여성해방’ 그린 혜원 신윤복 조선시대 여인을 그린 그림은 고작 남성들의 눈요깃거리였습니다. 원래는 유교의 도덕을 선양하기 위한 그림이었고, 당나라 고종의 후비인 양귀비(719~756), 요임금의 두 딸인 아황·어영 등을 상상의 모델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여인 그림을 그린 이도 남성이요, 그것을 감상한 이도 남성이었으니 아무리 유교의 교훈용이었다지만 한낱 남성들의 눈요깃거리로도 쓰였을 것이 분명합니다. ■밤잠을 설치기 십상… 단적인 예로 풍운아 허균(1569~1618)은 화가 이징(1581~?)이 그려준 ‘아이를 씻기는 두 여성’ 그림을 보고 다음과 같이 촌평합니다. “풍성한 살결이며, 아양부리는 웃음이 그 요염함을 한껏 발산하여~아아! 아리따운 자태가 너무도 사실적이어서…오래 펴놓으면 밤잠을 설칠까(공부를 설칠까) 두렵다.”() 1..
추사 김정희는 왜 '요사스런 자식'이란 쌍욕을 들었을까 요즘 다른 이들을 무자비하게 비판함으로써 관심을 끄는, 이른바 ‘관종’들이 출몰하고 있더군요. 그나마 품위있는(?) 단어를 쓴다면 ‘독설가’ 정도는 되겠는데요. 하지만 남을 매섭게 비판할 자격을 갖출만큼 독보적인 학식과 재능을 갖추고 있는 분이라면 몰라도 단지 ‘관종’ 수준의 인간들이 짓껄이는 ‘디스’ 쯤이야 그냥 무시해버리는게 낫겠죠. ■‘요사스런 자식’ 하지만 만약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같은 분에게 인정사정 없는 독설을 들었다면 어떨까요. 그 분은 글씨 뿐 아니라 그림, 시와 문장, 그리고 고증학과 금석학, 다도(茶道)와 불교학 등 섭렵하지 않은 분야가 없는 천재가 아닙니까. ‘타의 추종을 불허할’ 그 분만의 장기가 하나 더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감상과 평론’ 이었습니다. 그런 분한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