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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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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에서도 욕 먹었다…공부 지옥에 빠진 조선의 왕세자들 “세자(양녕대군)가 주상(태종)을 모시고 식사를 하는데 예에 맞지 않는 일이 많았다. 주상(태종)이 세자를 꾸짖었다… ‘세자는 어째서 언행에 절도가 없느냐. 스승(서연관)이 가르치지 않더냐.’ 그 말을 들은 세자가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했다.” 1405년(태종 5) 10월 21일 실록 기사입니다. 평소 세자의 행동거지에 불만을 품고 있던 태종이 이날 작심을 했던 것 같습니다. 세자를 불러 함께 수라를 들면서 “밥상 예절이 어찌 그 모양이냐”고 꾸짖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태종은 이날 공부를 소홀히 하는 세자의 내관인 노분의 볼기를 때렸습니다. 심상치않은 임금의 심기에 세자의 스승들이 세자궁에 모여서 “학문에 힘쓰지 않으면 이것은 불효”라고 진땀을 흘리며 세자를 타일렀습니다. 실록은 “세자가 임금이 ‘읽은..
임금과 대통령 수명이 짧다고…스트레스에도 더 오래 사는 이유 몇 해 전 아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미 하버드대 아누팜 제나 교수팀이 1722~2015년 사이 서방 17개국 지도자(대통령+총리) 279명과, 낙선한 후보자 261명의 수명을 연구 비교한 자료인데요. 당선자가 낙선자에 비해 2년8개월 이상 수명이 짧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연구와 함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2009)과, 2015년의 사진을 비교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대통령의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노화가 아니냐는 기사가 줄을 이었답니다. ■‘공신’(공부의 신), ‘워커홀릭’ 임금들 저는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미국 역대 대통령의 비교사진을 보면서 기사를 떠올렸는데요. “만기(萬機·정사)를 주관하면서 노심초사하는 바람에 수염이 다 셌다. 식사도 거르는 바람에 몸이 초췌해졌다.”(..
'여자 안중근', '안사람 의병대장'…꽃이로되 불꽃으로 살았다 재방, 삼방, 사방, 아니 십수방을 봐도 눈물이 나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미스터 션샤인’인데요. 그 중 기억에 남는 대사가 몇 줄 있습니다. 그중 유진 초이(이병헌)가 의병인 고애신(김태리)과 나누는 대화가 있죠. “…(당신은) 수나 놓으며 꽃으로만 살 수 있을텐데…조선 사대부 여인들은 그렇게 살던데….”(유진 초이) “나도…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불꽃이오. 그렇게 환하게 뜨거웠다 지려하오.”(고애신) 고애신이 일본군의 무차별 구타에 위험에 빠진 조선 여성을 구하려고 “총을 빌려달라”고 하자 유진초이가 말리는 장면은 또 어떻구요. “저 여인 하나 구한다고 조선이 구해지는 것이 아니오.”(유진 초이) “구해야 하오. 저 여인이 언젠가 내가 될 수도 있으니까….”(고애신) ■61살 할머니 독립투사 ..
K93…대원군이 불태웠다던 대동여지도는 왜 박물관 수장고에 있었나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는 ‘K93’라는 임시번호(가·假)가 붙은 목판 유물(11매)이 있었습니다. 이 목판은 일제강점기에 작성한 유물목록에 ‘본관 9739’(조선총독부 소장품)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총독부박물관은 어찌된 일인지 유물 자체에는 번호를 표시하지 않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목판은 해방 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다른 박물관 소장품과 함께 부산-경주 등지로 피란했다가 1970년대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유물번호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돌아온 목판’의 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박물관측은 이 목판에 임시번호인 ‘K93’을 부여하고 목제품 수장고에 보관해놓았습니다. ■K93 유물의 정체는? 1995년 전국의 고지도 목록을 작성중이던 한국역사문화지리학회 회원들이 국..
'문화재 독립투사'가 모은 간송컬렉션…이젠 국가가 맡아야 하나 일제강점기에 벌어진 다윗과 골리앗간 ‘문화재 전쟁’을 아십니까. 그것도 한번도 아니라 3차례 전쟁을 벌였는데요. 골리앗은 일본 야마나카(山中) 상회라는 고미술 무역상이었습니다. 19세기 이후 미국 뉴욕·보스턴·시카고와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北京) 등에 지사를 둔 세계적인 골동품 거상이었는데요. 도자기류와 온갖 석물 등 엄청난 조선 문화재를 서구와 일본에 반출하기도 했죠. 상회를 이끈 이는 야마나카 사다지로(山中定次郞·1866~1936)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야마나카는 야마토(大和) 민족의 문화적 진출에 발군의 성적을 세운 걸물”로 인정받고 있었는데요. 그런 골리앗에게 도전장을 내민 다윗은 간송 전형필(1906~1962)선생이었습니다. 간송 역시 당대 한국에서 알아주는 부자였지만 세계적인 골동품상인 야..
‘99818972’…백제 '구구단' 목간의 8가지 패턴 2011년 6월 충남 부여 쌍북리 주택 신축공사장에서 수수께끼 같은 목간이 확인됐습니다. 숫자가 잔뜩 기록된 명문목간(6~7세기 백제)이었습니다. 발굴단인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적외선 촬영으로 목간의 정체를 분석했지만 확실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관청에서 문서나 물건 등을 운송하면서 사용한 것으로 짐작했을 뿐이죠. 목간 중에는 운송할 물품의 포장이나 문서꾸러미 윗부분에 올려놓거나 목간의 구멍에 끈을 꿰어 고정시킨 상태로 사용한 것들이 제법 되거든요. 그러던 5년 뒤인 2016년 1월 16일이었습니다. ■구구단 목간의 출현 정훈진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조사연구팀장이 한국목간학회가 주최한 ‘최신 목간자료 발표회’에서 이 목간을 공개했습니다. 그런데 목간 사진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던 발표회장이 술렁거렸습니다..
“세밀가귀!”…0.3㎜ 극초정밀 예술에 중국이 열광했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칠-아시아를 칠하다’ 특별전(~3월20일)에 출품된 ‘나전칠 국화넝쿨 무늬합’을 보고 유명한 사자성어를 떠올렸습니다. ‘세밀가귀(細密可貴)’입니다. 그것은 1123년(인종 원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의 나전솜씨는 세밀하여 귀하다(螺鈿之工 細密可貴)”()고 찬사를 보낸 것에서 비롯된 성어입니다. ‘나전’이란 무엇일까요. 조개와 전복, 소라 등의 속껍데기를 다양한 모양으로 얇게 가공한 뒤 그릇 등에 붙여 장식하는 공예기술입니다. 보통 칠을 한 기물 위에 나전을 붙이므로 ‘나전칠기’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서긍은 대국의 자존심을 지킨 탓인지 “옻을 칠하는 기술은 그리 잘하지는 못한다(漆作不甚工)”고 전제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고려 나전의 정밀한 기술을..
조선의 화약은 왜 '똥천지' 길가의 흙에서 뽑아냈을까 ‘화약(火藥)은 원래 약(藥)이었다’는 말은 그렇다칩시다. ‘화약이 똥에서 나왔다’는 게 무슨 소리일까요. 국립진주박물관이 3월 22일까지 ‘화력조선’을 주제로 조선무기 특별전을 열고 있는데요. 그런데 발간을 앞두고 있는 특별전 도록 원고를 받아본 제 눈길을 끈 소재가 몇 있었습니다. 먼저 ‘화약(火藥)’이 당초에는 ‘약(藥)’으로 쓰였다는 게 눈에 띄더라구요. 화약은 9~10세기 무렵부터 중국 송나라 때부터 무기로 활용되었는데요. 그러나 그 이전에도 화약은 제조되었답니다. 화약은 염초(초석 혹은 질산칼륨·KNO3)와 숯, 유황을 혼합해서 만들죠. ■약재로 쓰인 화약 화약은 도교사상이 유행한 중국 한나라와 위진남북조 시대에 연단술(煉丹術)의 하나로 사용되었는데요. 연단술은 금단(광물로 만든 약)을 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