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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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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삼전도비문' 누가 썼나…"오랑캐 아부" 비난 너무 억울 지난 1월 30일 저는 매우 유서깊은 곳을 다녀왔는데요. 아주 좋은 곳은 아니구요. 바로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현장의 유물 중 하나인 삼전도비를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고 나니까 1월 30일이더라구요. 그 날이 1637년 1월30일이 바로 삼전도의 굴욕사건이 있던 날이잖아요. 물론 당시엔 음력이었으니까 양력으로 따지면 1637년 2월24일로 환산되더군요.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음력 1월30일로 기억되니까 뭐 겸사겸사해서 답사한거라구 저는 생각했습니다. ■수난당한 삼전도비 비문을 보면 맨 윗부분에 ‘대청황제공덕비’라는 글자가 보이는데요. 비석 앞뒷면에 만주어와 몽골어, 한자어 등으로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한 과정과 청 태종의 공덕을 칭송하는 글을 새겼다는 데요. 세부 글자는 잘 보이지 않더군요. 비석 옆에는 다소..
정조는 백발백중의 활쏘기 명수였다…워커홀릭의 반전매력 “한 발은 쏘지 않는게 군자의 도리니라.” 지금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조선왕실의 군사적 노력과 군사의례를 소개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3월1일까지 열린다는데요. 저도 다녀왔습니다. 흔히 조선을 ‘문치의 나라’여서 ‘문약’에 빠졌다고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조선은 무치도 겸했다, 뭐 이런 사실을 알려주는 특별전이라는데요. ■신궁의 솜씨를 자랑한 정조 전 전시품 중 특히 눈에 띄는 유물 한 점을 소개하려 합니다. ‘고풍(古風)’이라는 유물인데요. 조선의 중흥군주라는 정조(재위 1776~1800)가 1792년(정조 16년) 12월 16일 활쏘기를 한 뒤 그 기념으로 함께 참가한 검교제학 오재순(1727~1792)에게 상을 내린 공식문서입니다. 그런데 고풍을 보면 정조의 활쏘기 성적이 나와있는데요. 점수가..
조미조약 1조가 뭔데…배신과 조롱으로 끝난 고종의 미국 짝사랑 “제3국이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 다른 한쪽 정부가 원만한 타결을 위해 주선한다.” 1882년 5월22일 제물포 바닷가의 임시장막에서 조선과 미국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조인식이 열렸습니다. 조약에 서명한 이들은 조선의 전권대사 신헌(1810~1888)과 미국전권대표인 해군제독 로버트 슈펠트(1822~1895)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해괴한 국가간 수교협정이었습니다. 1882년 조선과 미국이 맺은 수호통상조약문. 제1조는 3국이 조선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키면 미국이 자동개입해서 조선을 도울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조미수호통상 조약 1조 도장은 신헌에 찍었지만 조약의 교섭권은 청나라 북양대신 이홍장(1823~1901)이었으니까요. 그렇게 체결된 조미수호통상 조약의 제1조 또한 흥..
불에 타 그을린 임금 초상화는 왜 보물 문화재 되었나 지난해 8월 아주 특이한 문화재 4점이 국가등록문화재 제792호로 등록되었습니다. 조선 임금 4명의 초상화, 즉 어진이었는데요. 등록문화재란 개화기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건설·제작·형성된 이른바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조선 임금의 초상화가 근대유산이라는 것도 그렇고, 또 그렇게 등록문화재가 된 4점의 임금 초상화를 보면 하나도 온전한 것이 없었다는 것도 그랬습니다. 예를 들자면 태조의 어진은 매서운 눈과 귀만 보이고, 원종(인조의 아버지·추존왕)은 왼쪽 뺨과 귀 부분이 없어졌으며, 순조는 귀밑머리와 귀만 보이고, 순종은 왼쪽 뺨과 코, 눈이 싹 다 날아가습니다. 뭐 이렇게 불에 타버린 어진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문화재로 대접해주었을까요. 1954년 한국전쟁 직후 부..
"고려 임금 초상화, 싹 다 불태워라"…세종대왕의 '분영갱상' 만행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이 누구입니까. 중국 역사에는 요순이 있다면 한국 역사에는 바로 세종대왕이라는 성군이 계시죠. 그 분의 업적을 언급하라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겠죠. ‘훈민정음 창제’, ‘대마도 정벌’, ‘4군6진 개척’, ‘앙부일구(해시계)’, ‘자격루’(물시계)·측우기 등 과학기술의 발명, 신기전 등 각종 화약무기의 개량 개발, 조선의 풍토에 맞는 농서 편찬, 한양을 기준으로 한 역법 ‘칠정산’의 편찬, 17만명을 대상으로 한 백성 여론조사를 실시해서 확립한 조세제도(공법)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죠.1992년 개성 왕건릉(현릉) 곁 땅밑에서 출토된 태조 왕건 동상의 출토당시(오른쪽)과 정비된 모스(왼쪽). 어진이라면 실물처럼 사실적으로 그렸을테지만 동상이기 때문에 출가자인 부처와..
'죽음의 구덩이'…조선시대 병역에서 면제혜택 받은 사람들은 누구? 2002년의 ‘유승준 사건’에서 보듯 다른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도 있지만 병역 관련 의혹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사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이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는 언행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지만 말입니다. 병역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난 이 땅 남자들이 결코 헤어날 수 없는 굴레인 것 같아요. 1697년(숙종 23년) 작성된 병적기록부. 거주지와 신장, 나이 얼굴생김새, 신체적 특징 등의 신상정보를 자세하게 담겨있다. 마맛자국과 얼굴흉터, 수염유무 등까지 기록되어 있다. |토지주택박물관 제공■16~60세까지 감당한 군역아마 조선시대 사람들은 ‘라떼’를 외쳤을 것 같아요. 요즘은 육군을 기준으로 ‘18개월 복무’로 깔끔하게 ..
뼈도 못추린 조선시대 성범죄범…교수형, 능지처참형, 곤장형, 유배형 극악한 아동성범죄자인 조두순이 12년형을 살고 만기출소했습니다. 영원한 사회 격리도 아니고, 이런 인면수심한 사람이 너무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요. 조두순의 집 근처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또 무슨 죄냐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라면 조두순 같은 사람에게 어떤 처벌을 내렸을까요. 뼈도 못추린 조선시대 성범죄 처벌사례를 일러드립니다. 혜원 신윤복의 ‘소년전홍’. 젊은이가 앳된 여성의 손목을 잡고 있다.|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12세 이하와의 성관계는 무조건 간음 조선시대 형법은 주로 명·청나라 형률서인 을 따랐습니다. 이들 형률서의 성범죄 처벌 조항은 무시무시합니다. “무릇 화간(和姦)은 장 80대, 남편이 있으면 장 90대이다. 조간(勺姦·여성을 유혹한 뒤 간음)은 장 ..
왜 멀쩡한 남녀를 경주 월성의 성벽 바닥에 죽여 묻었을까 경주 월성은 신라 1000년 사직을 지킨 궁성인데요. 2016년부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장기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해마다 굵직굵직한 발굴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월성 해자(침입을 막으려고 만든 연못이나 도랑)가 두차례에 걸쳐 조성됐다는 올해 발굴성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뭐 그렇게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만한 내용은 아니어서 심드렁하게 보도자료를 살폈는데요. 그러다 자료 중에 3년 전(2017년)의 발굴내용이 첨가되어 있어서 다시금 저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서성벽 기단부에서 확인된 인골 두 구. 성벽의 기저부 밑에 정연한 모습으로 누워있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성벽 맨 밑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 그것은 바로 월성의 서벽 기단부에서 발견된 2구의 인골이었답니다. 이 인골은 다름아닌 사람을 제사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