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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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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라’, 결국 ‘문화재’ 대접 못받았다…‘중요출토자료’에 그친 이유 미라 하면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왕)인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61∼기원전 1352)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죠. 9살의 어린 나이로 등극한 뒤 불과 9년 만인 18살에 죽는 바람에 별다른 업적은 기록되지 않은 군주죠. 그러나 1922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1874~1939)에 의해 그의 미라가 발견됨으로써 일약 유명세를 탔죠. 그런데 이집트 미라는 모든 장기를 제거하고 방부 처리하는 인위적인 과정을 거쳤죠. 한마디로 ‘인공미라’입니다. ■얼음인간 외치가 나타났다 그러나 1991년 9월 알프스의 빙하지대에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자연 미라’가 발견됩니다. 독일인 등산객 부부가 알프스 빙하지대인 외츠탈에서 반쯤 녹아있던 빙하에 엎어져 있던 시신을 본 겁니다. 분석결과 기원전 33..
'신라 재력가' 남편은 ‘덩이쇠’ 깔고, 키큰 '공주' 부인은 ‘금동관’ 썼다 ‘1호(황오리 1호분), 98호(황남대총), 125호(봉황대), 126호(식리총), 127호(금령총), 128호(금관총), 129호(서봉총), 140호(호우총), 155호(천마총)…’. 일제가 1915년 고적조사사업을 벌이면서 경주 시내의 고분에 일련번호를 붙였습니다. 그후 몇몇은 이름을 얻었지만, 여전히 일제가 붙인 번호만 갖고 있는 고분들이 많습니다. 그중 황남동 120호분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에 조성된 왕·귀족 무덤군 가운데 가장 남쪽에 조성되어 있는데요. 해방 이후 이 120호분의 봉분을 깎아 민가가 조성되었구요. 봉분 상부와 주변의 교란이 매우 심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죠. 아무래도 ‘왕과 왕비릉’(황남대총, 서봉총, 천마총, 금관총 등)과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 고분..
명품 고려청자를 '참기름병', '꿀단지'로…침몰선, ‘900년만의 증언’ “무슨 무병장수? 농담이겠지!” 2020년 4월 충남 태안 신진도에서 이 일대 바다(안흥량)를 지키던 조선 수군의 지휘소 건물이 확인되었는데요. 폐가로 남아있던 건물에서 확인된 명문 기록 2점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벽지 형태로 발견된 한시인데요. ‘사람이 계수나무 꽃 떨어지듯 지니(人間桂花落)…’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수군지휘소의 현판 글씨(무량수각·無量壽閣)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무명장수라고? 농담이겠지” 불교에서 ‘무량수’는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수명’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무량수각은 ‘무병장수하는 집’라는 의미입니다. 대개 전란이나 재해가 심한 지역의 사찰에 주로 세워진답니다. 신진도 수군지휘소의 ‘무량수각’ 현판에는 ‘무량’ 부분에 낙관처럼 쓰인 단어가 있죠. ‘구롱(口弄·..
암각화에 새긴 ‘신석기시대 풍속화’…4000년의 삶이 조개무덤에 켜켜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고래가 인구에 회자되었죠. 고르기 힘든 것을 골라야 할 때 남들은 “산이냐 바다냐,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부먹이냐 찍먹이냐”고 했지만 우영우(박은빈 분)는 “대왕고래냐 혹등고래냐”고 고민했죠. 특히 유명세를 탄 고래가 바로 ‘혹등고래’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 등장하는 고래죠. 또 자폐 때문에 변호사 일을 더는 할 수 없어 퇴사를 결심한 우영우에게 ‘국민 섭섭남’ 이준호(강태오 분)가 대회의실에서 보여준 것도 ‘혹등고래’ 사진입니다. 그 많은 고래 중 왜 하필 ‘혹등고래’였을까요. ■이상한 변호사의 혹등고래 우선 혹등고래는 평균 몸길이가 15m, 체중이 약 30t에 달하는 대형고래이구요. 등 위에 혹 같은..
요절한 '5살' 어린 신라 왕자의 '초상'?…금령총 주인공은 왼손잡이였다 ‘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 2023년 3월5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이 열고 있는 특별전 이름은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어린 영혼의 길동무’라는 수식어와 함께 경주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연계프로그램(‘딸랑딸랑 금령총 이야기’)에 시선이 꽂히더라구요. 뭔가 연상이 되죠. ‘딸랑딸랑 금방울(금령), 어린 길동무’ 등의 단어는 모두 어린이와 관련이 깊죠. 그렇습니다. 이 금령총의 주인공은 약 1500년 전인 5세기말~6세기초에 살았던 왕자인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5~6살 무렵에 요절한 것으로 추정되구요. 이 요절한 왕자 이야기를, 그 왕자를 가슴속에 묻어야 했던 신라 마립간(왕)의 심정으로 풀어봅니다. ■혈안이 된 일제의 ‘보물찾기’ 지금으로부터 99년 전인 1924년 5월 10..
"모두 과인의 탓이다!"를 외친 왕조시대 군주들의 재난대처법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치더니 곧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깜깜해지고 메뚜기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그들이 내려앉은 곳은 잎사귀를 볼 수 없는 황무지로 돌변했다. 아낙들은 모두 손을 높이 쳐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고, 남정네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장대를 휘두르며 메뚜기 떼와 싸웠다.” 펄 벅(1892~1973)의 에 등장하는 풀무치(메뚜기) 떼의 습격 장면입니다. 1억 마리 이상의 풀무치 떼가 수확기 농촌을 휩쓸어서 순식간에 황무지로 변했다는 해외토픽이 요즘도 가끔 보이는데요. ■풀무치를 꿀꺽 삼킨 군주 역사서는 ‘풀무치’를 ‘황충(蝗蟲)’이라 했습니다. ‘황충’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는데요. 중국 역사상 위대한 명군으로 ..
태풍 '매미'가 울자 8000년전 신석기인의 배와 똥화석이 떠올랐다 혹시 ‘매미’라는 이름의 태풍을 기억하십니까. 2003년 9월 12~14일 한반도 남부에 불어닥친 슈퍼태풍입니다. 중심부 최저기압이 이전까지 태풍의 대명사였던 ‘사라’(1959년·952헥토파스칼)보다 낮은 950헥토파스칼(h㎩)로 역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상자가 130명(사망 117명·실종 13명), 재산피해가 4조 2225억원에 달한 최악의 태풍이었습니다. ‘매미’는 북한이 지은 태풍 이름이었는데요. 1999년 11월 열린 제32차 아시아 태평양 태풍위원회에서 14개국이 10개씩 제안한 태풍 이름 140개 중 하나였죠. 태풍위원회는 140개 이름을 5개조로 나눠 28개씩 차례로 쓴다고 합의했는데요. 그러나 ‘매미’는 2003년 너무나 많은 피해를 준 재수없는 이름이라 해서 ‘불명예 퇴출’됩니다. ‘..
'따비질'하는 그 남자는 왜 벗고 있었을까…청동기 노출남의 정체 ‘한반도는 금석병용기(金石倂用期)만 거쳤다.’ 1907~1934년 김해 회현동 패총 유적을 발굴한 일본학자들이 반색했습니다. 이곳에서 석기와 철기가 동시에 나오자 ‘얼씨구나!’ 했던 건데요. 이들은 ‘맞아 한반도에는 독자적인 청동기 시대가 없었어. 석기만 쓰고 있던 미개사회였는데, 중국(한나라)에서 철기로 무장한 선진문화가 밀려 들어와 석기-철기가 공존한 것일 뿐이야!’, 뭐 이렇게 단정한 겁니다. 일본학계는 한반도의 선사시대가 파행·정체되어 있었음을 강조하는 식민사관의 하나로 이 ‘금속병용기설’을 주장했는데요. ■터무니 없는 금석병용기설 그런데 1960년대 말부터 상서로운 조짐이 보입니다. 1967년 대전 괴정동에서 한 주민이 밭을 갈다가 심상치않은 청동기 유물을 수습하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의 긴급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