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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무문의 참뜻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징어는 뭐니뭐니 해도 ‘대도무문(大道無門)’이다. 1979년 5월 신민당 총재직에 복귀한 김 전 대통령은 “대도무문, 정직하게 나가면 문이 열린다”고 밝혔다. “신의와 지조를 가진 사람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독했던 독재정권 시절 선명 야당의 기치를 걸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운 김 전 대통령은 당시엔 나름 ‘대도무문’의 길을 걸었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그러나 1990년의 ‘3당 합당’을 야합으로 규정한 야권으로부터 ‘대권무문(大權無門)’이라는 욕을 먹기도 했다. 1993년 방한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 앞에서 대도무문 휘호를 써보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 또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도무문’ 글자를 새긴 시계가 대량 제작됐을 때는 ‘대도무문(大盜無門)’이라고..
마한인들의 지하주택단지(2) 지난 2008년 고고학자 조유전 선생과 천하를 주유하며 한국사여행을 떠난 때가 떠오릅니다. 전국에 흩어진 고고학 발굴 자료를 중심으로 떠난 여행입니다. 당시 조유전 선생은 토지박물관장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공직을 떠나셨습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조유전 선생과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그 전에 필자와 조유전 선생이 떠났던 추억여행을 반추해 보려 합니다. 매주 1회씩 게재하오니 많은 사랑 바랍니다. 이번 주는 2000년전 마한인들의 삶의 터전이 확인된 충남 공주 탄천면의 장선리 유적을 찾아봅니다(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 “선생님은 ‘발굴복(福)’이 있으셨나요?”(기자) “허허, ‘발굴복’이라. 글쎄…. 그저 ‘소소(So So)’라 할 수 있지.”(조유전 선생) “하기야 천하의 김원룡 선생도 생전에 ‘..
금수저 아닌 책을 물고 태어난 아이-조선의 왕자 이번 주 팟 캐스트 주제는 ‘금수저 아닌 책 들고 태어난 아이-조선의 왕자들’입니다. 흔히들 임금의 자리를 지존이라 합니다. 지극히 존귀하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지존’의 자리만 누렸던 것은 아닙니다. 임금이 될 자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공부, 또 공부 해야 했습니다. 무슨 공부였느냐. 바로 백성을 사랑하고, 또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공부였습니다. 그러니 늘 몸가짐을 갖추고 늘 책을 펴서 도덕이 숨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해도 조선이 꿈꿨던 태평성대, 즉 ‘요순의 시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요순 시대’를 지향하는 마음가짐 몸가짐으로 공부하고,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원자가 태어나 세자 책봉을 받으면 성균관에 가서 공자를 비롯한 유교 성인들에게 술잔을 ..
'책벌레' 나폴레옹과 독서전쟁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나설 때 대포와 함께 ‘책마차’를 끌었다. 이집트 원정 때는 책 1000권과 수백명의 사서, 그리고 고고학자들까지 망라한 원정대를 꾸렸다. 나폴레옹의 사서(司書)는 신간을 늘 준비하고 있다가 명을 받으면 곧바로 대령했다. 외딴 섬인 세인트헬레나 유배 당시 나폴레옹의 재산목록에는 8000여 권의 장서가 들어있었다. 죽은 뒤 유배지 서재엔 2700권이 꽂혀있었다. 나폴레옹 뿐 아니라 그 휘하 병사들의 배낭 속에도 와 같은 책이 들어있었다. 그 때문인지 철학자 헤겔은 독일을 침공한 나폴레옹을 바라보며 ‘저기 백마 탄 세계정신이 지나가고 있다’고 감탄했다. 나폴레옹과 같은 독서광들은 책벌레(종이벌레·두魚子)니,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看書癡)니, 책을 지나치게 탐한다는 서음(書淫)이니 하는 ..
3개의 허파를 가진 사나이 1953년 5월 29일 오전 11시30분 뉴질랜드 출신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함께 발을 내디뎠다. 첫 발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두고 참새들의 입방아가 계속됐다. 30분 전에 도착한 텐징이 숨을 헐떡이며 따라온 힐러리에게 양보했다느니, 힐러리가 ‘당신네 땅이니 당신(텐징)이 먼저 밟으라’고 했다느니 쉼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15분 간 정상에 머물며 찍은 사진에 텐징만 등장한다는게 흥미롭다. 힐러리만 카메라 작동법을 알았기 때문이란다. 에베레스트 첫등정에 성공한 힐러리, 텐징 콤비 어쨌든 두 사람은 ‘그런 쓸데없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둘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함께 오른 마당에 이 무슨 부질없는 논쟁인가. 아무튼 등반전문가인 셰르파(텐..
엿장수가 찾아낸 청동신기(1) 예전에 고고학자 조유전 선생과 천하를 주유하며 한국사여행을 떠난 때가 떠오릅니다. 전국에 흩어진 고고학 발굴 자료를 중심으로 떠난 여행입니다. 당시 조유전 선생은 토지박물관장이었는데, 지금은 모든 공직을 떠나셨습니다. 시간이 되면 다시 한 번 조유전 선생과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그 전에 필자와 조유전 선생이 떠났던 추억여행을 반추해 보려 합니다. 매주 금요일 게재하오니 많은 사랑 바랍니다. 2400년 전 어느날. 전남 화순 대곡리에 큰 일이 터졌다. 이 일대를 다스리던 소국의 왕이 붕어(崩御)한 것이었다. 제정일치의 시대, 즉 세상을 다스리면서 천지를 농단하여 사람과 하늘을 이어준 일인독존의 왕이 거한 것이다. 제사장이자 왕이 돌아가시자 나라 사람들이 장례를 의논한다. 왕은 본향, 즉 천신이 되어 다시..
빼빼로데이 말고 젓가락데이 어떨까 차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인들에게 젓가락은 생명의 상징이다. 1998년 충북 청주 명암동의 고려시대 석관묘에서 먹(墨)과 철제 젓가락, 중국 동전 등 3종 세트가 발굴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죽어서도 밥은 굶지 말고(젓가락), 공부는 계속해야 하며(먹), 부자가 되라(동전)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중국에서 죽은 이가 사용했던 젓가락을 대문에 걸어두고, 일본에서 1877년 야마가타현(山形縣)에 젓가락무덤(御箸陵)을 세워 제사까지 지내며 신성시한 이치와 다를 바 없다. 젓가락을 부모의 신체와 동일시하는 풍습은 비슷하다. 상 위의 차려진 젓가락의 길이가 다르면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죽는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지금도 식당에서 가장 먼저 상 위에 놓은 젓가락의 키를 재보지 않는가. 또 젓가락이 부러지면 불..
그 혹독했던 조선의 왕세자 교육 이번 주 팟캐스트는 '그 혹독했던 조선의 왕세자 교육'입니다. 흔히 군주를 가리켜 '지존'이라 합니다. 지극히 존귀한 존자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왕조시대의 군주는 그리 편안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하늘의 뜻, 즉 천명을 받아 만백성의 어버이 노릇을 제대로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극히 존귀한 지위만 생각해서 자리만을 보전하는 임금이라면 그것은 곧 역성혁명의 대상 될 수도 있었습니다. 순자나 맹자는 한목소리로 '민심을 잃은 군주는 곧 쫓겨나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니 조선의 임금이 되려는 이는 혹독한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아버지(부왕)와 어머니는 태어날 왕자를 위해 합궁일까지 받아야 했으며, 임신 후에는 철저한 태교에 돌입해야 했습니다. 모두 '뱃속의 10개월 공부가 태어난 후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