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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빠라빰' 수사반장의 추억 1989년 10월12일 방영된 TV드라마 의 마지막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박반장(최불암 분)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남긴 명대사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잉태한 빈부격차의 갈등이 흉악한 강력범죄로 체현되던 사회상을 풍자한 말이었다. 1971년 3월6일 첫 방영된 이 880회(총 18년7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사실 자발적인 출발도 아니었다. “나쁜 놈들은 반드시 죗값을 받는 드라마 하나 만들라”는 고위층의 지시로 제작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1971년 첫 방영 된 의 포스터. 범죄의 생태와 인간본성을 추적하는 흥미와 긴박의 수사실화극이라 했다. 최불암 김호정 조경환 김상순 등 4형사가 보인다. 순사(일제 경찰)의 이미지 때문인지 초반 인기는 형편없었다..
우사인 볼트의 라이벌은 '낙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29)는 이름 그대로 ‘번개’라 할 수 있다. 번쩍하는 사이에 100m(9초58)와 200m(19초19)를 한달음에 달려버린다. 196㎝, 95㎏의 탄탄한 몸으로 무장, 다른 선수들이 44걸음에 내달리는 100m를 41걸음으로 끝내 버린다. 최대 보폭은 243㎝나 되며 평균시속은 37.6㎞에 이른다. 60m부터 시작되는 가속구간의 순간최고속도는 시속 45㎞에 달한다. 영국 브루넬대의 크레이그 샤프 교수는 “볼트가 아킬레스건을 활용해 짧은 접지시간을 더 강하게 지면을 차버림으로써 가속을 얻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그제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는 ‘바람보다 빠르다’는 저스틴 게이틀린(미국·33)을 제치고 9초79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찌 바람이 번개를 이길 수..
원고지 6장으로 배우는 팔만대장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자 수행자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잔소리꾼이 죽었으니 이제 해방이다. 우린 이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외치는 젊은 수행자도 있었다. 이 소리를 들은 부처님 사후 교단을 이끌어 갈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이들은 서둘러 라자가하 성 교외의 바위굴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생전에 부처님이 설파한 가르침을 정리하고 제대로 전할 책무가 있었다. 회의에서 부처님의 최측근이던 아난 존자가 ‘내가 들은 바는 이와같다(如是我聞)’고 부처님에게 들은 설법을 암송했다. 핵심 제자들이 아난의 증언이 진정으로 부처님 말씀인지 검증했다. 그리고 500명의 비구가 검증된 부처님의 설법을 한 목소리로 외웠다. 이것이 경장(經藏)이다. 교단의 계율(생활규범)인 율장(律藏)도 제정했고, ‘경과 ..
미적분 '통곡의 벽', 배워야 하는 이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강이라도 같은 물 속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참의 실제는 변하지 않기에 변화를 과학으로 취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플라톤의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의 관념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만물의 이치를 왜 설명할 수 없는가. 가령 허공에 던진 공이나 발사된 로켓은 시시각각으로 속도가 변하며 난다. 1666년 무렵 영국의 아이작 뉴턴(사진)과 1674년 독일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거의 동시에 인류사를 바꾼 사건을 일으킨다. ‘미적분학의 발견’이다. 이후 100여 년 간 영국과 대륙의 학파가 가세, 뜨거운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논쟁은 무..
'침략의 속죄양' 조선 호랑이 절멸 사건 아프리카 국민사자 ‘세실’의 비참한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조선호랑이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트로피 사냥’은 인간의 야만성을 비난하고 대책을 마련하면 됩니다. 하지만 한반도에서의 조선호랑이 멸종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조선 호랑이의 멸종을 주도한 것은 일본인들이었습니다. 예로부터 호랑이 사냥은 일본인들에게 ‘로망’이었다. 섬나라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창칼로 호랑이를 잡아 죽인 일은 대륙침략의 향수를 자극하는 자료로 활용됐습니다. 침략의 수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보양식으로 조선 호랑이의 고기를 먹었답니다. 그 후 300년 뒤 조선을 집어삼킨 일제는 호랑이와 표범·곰 등..
'여성 안중근' 남자현 선생 아시나요.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만 35년간 굴종의 역사를 견뎌온 우리네 어르신들의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니다. 이번 주 주제는 '여자 안중근, 독립투사 남자현 선생의 삶'입니다. 19살에 의병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47살에 만주망명을 결행했으며, 3번이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던 남자현 선생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남자현 선생은 61살이라는 나이로 중국거지 변장을 한 뒤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의 일본전권대사(부토 노부요시)를 죽이려다가 그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때 선생은 37년 전 의병전쟁에서 전사한 남편의 피묻은 적삼을 입고 있었습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현 선생을 기리며 팟케스트를 들어주십시요. 미리 썼던 기사내용을 팟캐스트에서..
'고려자기 장물'을 싹쓸이 쇼핑한 이토 히로부미 광복 70주년입니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고, 와신상담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는 일제강점기 때 일제에 의해 무자비하게 도굴된 문화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는 고려청자 이야기입니다. 특히 초대 조선통감을 지냈고, 안중근 의사에게 처단된 이토 히로부미가 도굴품, 그러니까 개성과 강화도, 파주 장단 일대에서 마구 파헤친 고려자기들을 닥치는대로 사들인 장물아비라는 것을 소개할까 합니다. 동방예의지국에서는 무덤에 함부로 손대는 것은 오랑캐나 하는 짓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무덤 속 부장품들이 완벽한 상태로 남아있었습니다. 특히나 최상급의 고려청자가 안장돼있는 고려시대 무덤들은 오죽했겠습니까. 일제의 고굴범들은 바로 그걸 노렸습니다. 백주대낮에 총검을 들이대고 100여..
지뢰, 눈없는 초병, 침묵의 살인자 ‘비무장지대 일대의 땅을 사려면 지뢰 표지판이 붙은 땅을 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뢰는 사람들이 드나들기 쉬운, 목 좋은 곳에 매설하기 마련이기에 통일 후의 땅 가치가 그만큼 급상승한다는 것이다. 객적인 소리지만 그만큼 인명살상에 안성맞춤인 곳에 뿌려졌다는 이야기이다. 비무장지대 일원을 답사한 바 있는 필자가 미확인지뢰지대에 빠진 적이 있다. 문화재 발굴을 위해 10여 년 전에 개척된 코스를 밟다가 길을 잃었던 탓이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지뢰가 쓸려내려온다는 계곡의 수풀을 헤맸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지뢰는 흔히 ‘눈없는 초병’이라 한다. 피아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의 살상무기이기 때문이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지뢰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제1차 대전 때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