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의 역사 (341) 썸네일형 리스트형 구마모토성에 서린 조선의 한 최근 규수지방을 강타한 지진으로 40여명이 사망하는 가하면 구마모토성(熊本城) 일부도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특히나 규슈 지방과, 특히 이 구마모토 지역, 그것도 이 구마모토성이 우리 역사와 친연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규수지방은 옛날 백제인들이 이주 혹은 망명해서 터전을 잡고 살았던 곳입니다. 지금도 직역하면 ‘백제(くだら) 없다(なぃ)’는 ‘구다라 나이(くだら なぃ)’는 ‘쓸모없다’ ‘재미없다’ ‘시시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말입니다. ‘백제없다’는 말이 ‘시시하다, 쓸모없다, 재미없다’는 뜻이면 ‘백제있다’는 말은 얼마나 근사하고 멋지고 재미있다는 뜻이었을까요. 일본열도에 도착한 백제인들이 얼마나 근사했는지 짐작할 수도 있겠습니다. 비단 백제인들 .. 설탕 한스푼에 담긴 흑인의 역사 6~7세기 인도 동부 벵골인들은 찐 사탕수수에서 채취한 당즙을 조려내어 결정체를 만들었다. 이 정제 설탕은 삽시간에 세계각지로 퍼졌다. 조선의 실학자 이규경(1788~1856)까지 ‘점입가경의 맛’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할 정도였다. 설탕은 만병통치약으로도 여겨졌다.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단식 중에 설탕을 먹는 것이 율법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벌어지자 “설탕은 식품이 아니라 소화촉진용 약품”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차와 커피, 담배 같은 유럽 대륙에 유입된 다른 식품들은 건강상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설탕만큼은 아퀴나스의 ‘보증’ 덕분에 아무 걸림돌없이 세계상품으로 발돋움했다. 설탕은 값비싸고 맛좋은 건강식품으로서 왕후장상의 신분과시용 상품이 됐다. 11세기 이집트 술탄은 7만㎏의 설탕으로 거.. 인공지능과 바둑을 둬서는 절대 안되는 이유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뜨거웠던 5번기가 끝난 지금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대체 인간은 왜 바둑을 두는 것일까. 정답은 바둑의 역사에 오롯이 담겨있다. 우선 바둑을 두고, 바둑을 보는 첫번째 이유는 ‘들고 있던 도끼자루(柯)가 썩어도(爛)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둑을 다른 말로 난가(爛柯)라 하는 것이다. 더 근원적인 해답이 있다. 4300년 전 요 임금이 바둑을 만든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부덕하고 싸움만 좋아하는 맏아들 단주(丹朱)를 가르치기 위해서’( 등)였다. 하지만 불초한 단주는 끝내 바둑의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다. 요임금은 결국 단주 대신 덕으로 가득찬 순(임금)에게 왕위를 물려줬다. 요임금은 ‘한사람(단주)만을 위한 천하가 되서는 안된다. 만백성을 위한 군주(순.. '오징어' 남편의 절규와 송중기 요즘 남편들은 ‘오징어’라는 소리를 곧잘 듣습니다. 그래서 뭐냐고 물었더니 ‘못생긴 남자’라는 뜻이랍니다. 왜 하필 ‘오징어냐’고 또 물으니 평면적이고 윤곽도 뚜렷하지 않는 오징어를 닮았으니 그런 소리를 들어도 싸다는 것입니다. 하기야 고금을 통틀어 오징어 이미지는 좋지 않습니다. 그 어원이 ‘까마귀 도적’ 즉 오적어(烏賊魚)에서 비롯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게다가 먹물로 바다를 흐리게 해서 먹이를 잡는다는 비열한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뿐이 아니라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면 처음엔 선명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그 흔적이 떨어져나가 나중엔 빈종이로 변한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징어 먹물은 ‘사기계약’ ‘거짓약속’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하지만 오징어는 억울합니다. 그렇게까지 폄훼될 동물이 아니기 때.. 축구영웅 크루이프의 죽음 네덜란드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68)는 스포츠계의 상식을 초월한 인물이다. 하루 80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체인스모커였다. 경기 중 전반이 끝나고 하프타임 때가 되면 잽싸게 담배를 피워댔으니 말이다. 훈련도 빼먹기 일쑤였다. 시건방도 무진장 떨었다. 줄담배를 피워대고 훈련에 관심도 없으면서 “축구는 몸이 아니라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게으른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 축구를 시청하느냐는 질문에 “없다. 날 TV 앞에 앉혀놓을 유능한 선수가 없으니까…”라 너스레를 떨었다. 슈퍼스타의 상징인 9번이나 10번 대신 14번을 단 이유를 두고도 “9번은 디 스테파노, 10번은 펠레가 이미 달고 있으니까 헷갈릴까봐”라며 으쓱댔다. 그의 자부심 대로 그의 이름은 디 스테파노-펠레-크루.. 고려시대 개경 8학군은 어디였을까 최근 중국발로 흥미로운 뉴스가 있었습니다. 베이징 뒷골목 원창(문창·文昌) 지역의 쪽방(11.4㎡)이 10억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는 소식입니다. 3.3㎡당 2억8000만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집값이었습니다. 왜 일까요. 학군 때문입니다. 이 동네 이름이 우리 말로 ‘문창(文昌)’이라는 것도 ‘맹모삼천’을 부추겼습니다. 도교에서 ‘문창’은 ‘학문의 신’, ‘공부의 신’으로 추앙을 받고 있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문창’을 모신 사당에 기도한 뒤 과거를 치렀답니다. 베이징의 문창, 강남의 대치동 같은 이른바 ‘교육특구’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도 있었습니다. 해동공자의 별명을 갖고 있는 최충의 사립학교, 즉 문헌공도가 있었던 곳입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지금의 대치동처럼 고려시대 유수 학원이 있었던 동네도.. 아하! 문외한도 이해하는 중력파 얼마전 아인슈타인이 100년 전 예견한 중력파가 마침내 검출됐다. 세계과학계는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다고 흥분했다. 이후 수많은 전문가들이 중력파 검출의 의미를 열심히 설명했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눈에 침침하도록 들여다봐도 역불급이었다. 필자도 머리나쁨을 한탄하면서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러다 어떤 책에서 다소간 위안이 되는 구절을 찾았다. 아인슈타인도 중력이론(일반상대성 이론)을 체계화하는데 8년 이상 걸렸으며, 그 이론을 이해한 과학자가 전세계를 통틀어 12명도 안된다는 대목이었다. 무릎을 쳤다. 그래, 연작이 홍곡의 뜻을 그리 쉽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게 고차원의 이야기를 고작 원고지 몇 장으로 정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래도 중력파를 필자 같은 문외한의 눈높이에서 설명할 수는 있지.. 국민MC 유재석이 SNS 안하는 이유 “내가 어디서 훈련하는 지 알지? 기다릴테니 당장 뛰어와. 내가 10초 안에 기절시켜줄게.” 2011년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간판 스타 웨인 루니가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라이벌인 리버풀의 축구팬이 트위터에 지속적으로 비난글을 달자 맞대응 끝에 그만 폭발해버린 것이다. 루니는 “농담이었다”고 진화했지만 전세계로 퍼진 뒤였다. 그러자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나서 루니를 꾸짖었다. “그것(SNS) 아니라도 인생에서 할 일이 태산같아. 차라리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 퍼거슨 감독의 다음 한마디가 의미심장하다. “I’m serious. What a waste of time” ‘진심인데, SNS는 정말 시간 낭비야’로 해석될 이 말은 국내에서 ‘인생의 낭비’로 의역되면서 디지털 시대 최고의 명언 반열에 ..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