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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해설,편파중계의 끝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영국 대중지 ‘더선’이 6월28일 독일이 한국에 0-2로 져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예선탈락한 소식을 전하며 대문짝만하게 달아놓은 제목이다. 그러면서 “이 독일어 명사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뜻”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였다. 신문의 스포츠면은 독일이 최하위(1무2패)로 탈락한 F조 승패표와 가위를 표시해놓고는 짓궂은 설명을 붙였다. “이 표를 잘라 보관하세요, 기분이 우울할 때 이 승패표를 보면 웃음이 나올 겁니다.” 영국의 대중지 ‘더선’은 한국-독일전이 끝난 뒤 독일 탈락을 표시한 F조의 승패표를 게재한 뒤 “이 승패표를 잘라 보관했다가 기분이 우울할 때 보면 웃음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영국팬들이 독일의 패배를 얼마나 고소하게 여겼는지를..
'욕받이'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야신의 후예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공식 포스터에는 검은색 유니폼을 입은 골키퍼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사진) 러시아(구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1929~1990)이다. 야신은 소속팀(디나모 모스코바)과 대표팀(74경기)에서 출전한 400경기 중 270번의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달성했고 페널티킥도 151차례나 막아낸 ‘통곡의 벽’이었다. 큰 소리로 동료들을 다그치기도 했고,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골문을 박차고 나가 공격수에게 재빠르게 공을 던지거나 차주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야신은 골문을 지키느라 문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던 골키퍼의 페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인물이었다. 야신에게도 씻을 수 없는 흑역사가 있다. 바로 1962년 칠레 월드컵이다. 구 소련은 콜롬비아전에서 ..
조선의 소설열풍과 요지경 댓글문화 “한글 소설책을 읽어준다고? 아니야. 한문책을 읽어야 잠이 잘 와.” 1758년(영조 34년) 도제조 김상로(1702~?)가 좀체 밤잠을 이루지 못하던 영조에게 “오늘 밤 제가 읽어주는 언문(한글) 소설책을 들으시면서 잠자리에 들으시라”고 권했다. 그러자 영조는 “한글소설이 아니라 한문소설을 읽어야 잠이 올 것”이라면서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아재 개그’ 한편을 들려주었다. “예전에 어떤 아낙이 아기가 울자 한문책으로 얼굴을 덮어주었네. 이웃집 사람이 그걸 보고는 ‘아니 왜 하필 한문책으로 아이 얼굴을 덮냐’고 물었네. 그러자 그 아낙은 이렇게 말했네. ‘아이 아버지가 잠을 청할 때마다 한문책을 읽읍디다. 그래서 나도 아이를 재우려면 한문책을 얼굴에 덮어줍니다.’ 어떤가. 아이 어미 말이 맞지 않은가. ..
비무장지대엔 육체파 여배우 '제인러셀 고지'가 있다 “에리(Eerie·해발 183m)고지 제3벙커 안에 수류탄을 던져 넣자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라모스 중위는 적병이 모두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벙커 입구 4m까지 다가왔다. 그 때였다. 별안간 중공군 2명이 소총을 난사하며 뛰쳐나왔다. 라모스 중위가 칼빈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자 중공군 3명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국방부 전사편찬위, 1980년) 1952년 5월21일 새벽 4시 임진강 지류인 연천 역곡천 지류에 인접한 에리고지(Eerie·해발 183m)에서 필리핀 제20대대 수색중대 2소대의 작전이 펼쳐졌다. 에리고지는 아스널·요크·엉클과 함께 티본고지(T-bone·290m)의 전초기지였다. 1950년대 육체파 배우 제인 러셀. 비무장지대 격전지인 오성산 고지군에 제인러셀의 가슴을 ..
농구광 김정은과 남북농구경기 남북 체육교류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종목이 바로 축구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부터 서울·평양을 오가며 벌였던 이른바 경평축구전의 역사 덕분이다. 게다가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이고 선수들의 기량마저 엇비슷하기에 교류의 상징종목으로 꼽혀왔다.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도 당연히 경평축구전 재개를 염두에 두고 체육교류문제를 꺼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뜻밖에 “축구보다 농구부터 교류하자”고 수정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른국제학교 재학시절 사진. 김위원장은 “(세계 최장신이던) 리명훈 선수(2m35)가 있을 때만 해도 강했는데 은퇴하자 마자 약해졌다”고 부연설명했다. 이어 “이제 남한에 상대가 안될 것 같은데 남한에는 2m 넘는 선수들이 많죠”라고 묻기..
자살골과 자책골…전과자 양산하는 축구 실수든 뭐든 자기 골문에 공을 넣는 행위를 영어로 ‘Own Goal’이라 한다. 약자로는 ‘O.G’라고 줄이는데, 가만 보면 ‘Oh! God!’의 축약일 수도 있으니 적절한 표현이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살골(한국)이나 자살점(일본)이라 번역했다. 최악의 자살골은 1994년 미국 월드컵 축구대회 때 나왔다. 미국전에서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상대방의 크로스에 발을 갖다댄게 그만 자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다른 선수들은 고국팬들의 질책이 무서워 귀국을 꺼렸지만 에스코바르는 ‘쿨’하게 돌아왔다. 하지만 비극이 터졌다. 후반 추가시간에 자책골을 넣고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있는 모로코의 부핫도즈(가운데) 나이트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끝에 에스코바르는 총격을 받아 사망한다. 총을 쏜 범인..
끔찍한 상상…도굴왕 가루베가 무령왕릉 찾았다면 “백제문화연구의 대표 전문가다. 전문적인 훈련이 부족했지만 문헌사, 고고학, 미술사 등 다양한 제반자료를 넘나들며 총합적으로 접근하는 향토사가의 면모였다.” “아주 나쁜 놈이었다. 송산리 6호분을 완전히 파먹은 자였다. 영원히 잊지못할 악질 도굴꾼이요, 유물약탈자였다. 일본인 사회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제강점기 충남 공주를 무대로 활동한 일본인 가루베 지온(輕部慈恩·1897~1970)을 둘러싼 지역 학계와 주민들의 평가는 복잡다단하다. 그도그럴 것이 공주를 근거로 활동한 학자들은 가루베가 닦아놓은 길을 지나가지 않을 수 없었고, 따라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공주라는 공간을 학문적인 토대로 만든 최초의 근대학자라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가루베가 지나온 길을 더듬어보면 그러한 긍정 평..
지뢰지대에서 찾아낸 고려 불상 판문점 선언에 따라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예전에 답사한 뒤 기록했던 비무장지대 일원에서 찾아낸 문화유산을 재조명해보겠습니다. 관할부대 주임원사가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발견한 거대불상. 지뢰지대 속에 겨우 좁은 길을 내어 불상까지 접근했다. 「미확인 지뢰지대」라는 빨간 딱지의 표지를 스치듯 지나가노라니 왠지 꺼림칙하다. 수풀을 헤치며 다가가는 발걸음이 섬뜩하다. 6·25 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백학산 고지(해발 229미터ㆍ파주시 군내면 읍내리). 군사분계선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남방한계선에 접한 곳이다. 사방 「미확인 지뢰지대」임을 경고하는 간이철책 사이에 아슬아슬 나있는 교통호를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2005년 2월8일, 구정 전날 아침. 당시 1사단 00연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