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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와 백자대호', 이름만 바꿨을 뿐인데… “세벌대기단, 굴도리, 겹처마, 팔작지붕, 오량가구…도종환 (문화부)장관님, 뜻을 한번 설명하실 수 있겠습니까.” 5월2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청와대 안의 누각(침류각·시유형문화재 103호) 안내판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하여 필자가 ‘오량가구’를 포털사이트에서 찾아보았더니 ‘종단면상에 도리가 5줄로 걸리는 가구형식’이라 했다. 갑자기 멘붕에 빠졌다. 종단면은 무엇이고, 도리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도리’를 찾아봤다. 청와대 안에 조성된 침류각의 안내판, 어려운 전문용어들로 가득차 있다. ‘기둥과 기둥 위에 건너 얹어 그 위에 서까래를 놓는 나무’라 했다. ‘오량가구’를 설명하는 그림을 아무리 쳐다봐도 이해불능이었다. 이번에는 ‘세벌대기단’을 찾았다. ‘장대석을 세켜로 쌓아 만든 지반’..
구르칸 용병과 북미정상회담 2010년 9월 인도-네팔행 기차에서 ‘40대 1’의 격투가 벌어진다. 퇴역 군인(당시 35살)이 총칼로 무장한 떼강도 40명과 활극을 벌인 것이다. 처음엔 그저 푼돈이나 뜯어가는 좀도둑떼이겠거니 하고 참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강도 두목이 18살 소녀를 부모 앞에서 강간하려고 하자 분연히 일어섰다. 품에서 휘어진 칼 한자루를 뽑아든 퇴역군인은 순식간에 두목을 포함 3명을 죽이고 8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나머지 강도는 줄행랑치고 말았다. 이 퇴역군인은 전설적인 ‘구르카 용병’ 출신이었다. 구르카 용병의 역사는 뿌리깊다. 1816년 영국-네팔 전쟁에서 적군이었던 몽골계 구르카 부족 전사의 용맹을 높이 산 영국이 포로 일부를 동인도회사의 사병으로 편입한 것에서 시작됐다. 넘치는 폐활량 덕분에 지구력이 뛰어나고..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은 귀환할 수 있을까 1907년 충남 부여 규암면 규암리에 살던 농부가 희한한 유물을 하나 발견했다. 뚜껑을 갖춘 쇠솥 안에 7세기대 불상 2점이 들어 있었다. 쇠솥에 불상이라니 이 무슨 뜬금없는 유물조합인가. 먼 훗날의 발굴에서 실마리를 찾아냈다. 즉 1992년 부여 능산리 절터의 수조 유구에서 찾아낸 백제금동대향로와, 2003년 경남 창녕 말흘리 절터의 원형구덩이 속 대형솥에서 발견된 9세기대 불교공예품 500여점…. 1907년 충남 부여군 규암면 규암리에서 쇠솥에서 발견된 백제금동불상 두 점 중 일본인 이치다 지로가 일본으로 반출했던 한 점(위 사진). 일본인 소장자가 지난해 말 국내학계에 공개했다. |최응천 동국대 교수 제공 백제멸망기(부여)와 후삼국 혼란기(창녕)에 해당 사찰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불교용품들을 솥이..
"기생들이냐" 박정양 초대주미공사의 '워싱턴' 데뷔기 “미국은 유럽의 압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세운 나라다.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지 않으려는 대인배의 나라다.” 청나라 외교관으로 주일청국참찬관이었던 황준헌(1848~1905)은 에서 미국을 ‘대인배의 나라’라 평했다. 이 책자를 읽은 조선 조야의 반향은 엄청났다. 재야에서는 보수유생들을 중심으로 거센 위정척사운동이 일어났지만 고종을 비롯한 집권층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막연한 기대감을 품게 됐다. 고종 역시 ‘영토의 야심이 없는 대양인(大洋人)’으로 철석같이 믿었다. 훗날 제2대 주미공사를 지낸 이하영(1858~1929)의 글을 보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1888년 1월 초대 주미공사로 내정된 박정양 등 사절단 일행이 스티븐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출하려고 백악관을 방문한 모습을 ..
달의 두 얼굴과 오작교 위성 달(月)은 두 얼굴이다. 루나틱(lunatic·광기)의 단어가 보여주듯 불운의 별로 알려져왔다. 반면 낭만적인 이야기의 소재이기도 했다. 서왕모에게서 빼앗은 남편(예)의 불사약을 훔친 부인(상아)이 달로 도망쳐 토끼(혹은 두꺼비)로 변했다는 설화가 있다. 훗날 이 설화는 계수나무와 토끼의 떡방아 이야기 등으로 변했다. 한국에서는 호랑이에 쫓긴 남매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 오빠는 해가 되고, 동생은 달이 됐다는 ‘해님 오 빠, 달님 동생’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두 얼굴의 달’은 관념속, 신화속 이야기가 아니다. 천지개벽 이래 인류는 달의 한쪽 면, 즉 앞면만 줄기차게 보았지 뒷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달의 자전주기(27.32일)와 지구에 대한 공전주기(27.32일)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왜 이럴..
비무장지대에 지하만리장성이 있다 “여러분은 운이 좋은 겁니다. 오전에 오신 분들은 비 때문에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소나기가 막 그친 5월 어느날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승리전망대(해발 495m)에서 바라본 오성산은 그야말로 한폭의 동양화 같았다. 철원군청에서 나온 해설사가 “저렇게 맑고 깨끗한 오성산 주변과 북한 지역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의 음덕”이라고 했다. ■오성산의 봄날 저 멀리 해발 1062m의 오성산이 손에 잡힐 듯 하고 그 앞으로는 이른바 저격능선(Sniper ridge) 이 이어졌다. 오성산 정상에서 볼 때 저격하기 딱 좋은 능선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저격능선 뿐이 아니다. 오성산을 중심으로 한국전쟁 때 치열한 접전의 장소였던 고지가 줄줄이 이어진다. 오성산 남방에 있는 봉우리가 해발 598m인 삼각고지이며..
천사표 음이온의 가면 음이온은 중성의 입자가 전자를 얻어 만들어지는 음전하를 띠는 물질이다. 물론 반대는 양이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시중에서 ‘유익한 음이온’, ‘해로운 양이온’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즉 양이온이 체내에 들어가면 혈액 흐름이 나빠지며 신진대사가 둔화되어 질병에 잘 노출되고, 노화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반면 음이온이 들어가면 혈액을 맑게 해줌으로써 상쾌한 느낌을 안기고, 질병 억제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이온이 풍부한 산림·폭포 부근에서 기분이 상쾌해지고 마음도 안정되지만, 양이온이 많은 대도시에서는 기분도 나빠지고 쉬이 피곤해진다는 것이다. 16일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의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른바 ‘라돈 침대’의 리콜확대와 취약계층 이용자의 건강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
버킨백 총리부인을 위한 '일말의 변명' 1981년 비행기 여행 중이던 영국의 배우·모델인 제인 버킨이 실수로 가방 속 물건을 다 쏟아버리고는 불평을 터뜨렸다. “가죽으로 된 작은 여행가방을 찾을 수 없어!” 때마침 옆에 있던 에르메스의 회장 장 루이 뒤마가 “수납이 잘되는 가방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가방 에르메스 버킨백이다. 그런데 2015년 7월 제인 버킨이 “제품명에서 내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가방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악어 2~3마리의 가죽을 산채로 벗기는 잔인한 관행이 부각되자 질색한 것이다. 그렇다고 에르메스를 향한 상류사회 여성의 허영이 진정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개당 1800만~2억원을 호가하는 버킨백을 구입하려면 4~5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단다. 부패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