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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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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몰카'의 원조인가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역의 영주가 가혹한 세금을 매기자 그의 아내 고다이버가 “제발 세금 좀 낮춰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영주는 실현 불가능한 조건 하나를 달았다. ‘당신이 벌거벗고 성안을 한바퀴 돌면 모를까.’ 하지만 방년 16살이었던 고다이버는 실행에 옮겼다. 다만 주민들에게 ‘내가 말을 타고 알몸으로 지날 동안 창문을 닫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세금 문제가 걸려있었으니 주민들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톰이라는 양복재단사가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견디지 못했다. 창문 틈새로 몰래 여인의 알몸 행진을 감상했다. 청년은 하늘의 벌을 받아 눈이 멀고 말았다. 관음증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이라는 여기서 말이 나왔다. 못말리는 인간의 관음 성향을 일러주는 ..
'빠라빠라빰' 수사반장의 추억 1989년 10월12일 방영된 TV드라마 의 마지막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박반장(최불암 분)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남긴 명대사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집니다.”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잉태한 빈부격차의 갈등이 흉악한 강력범죄로 체현되던 사회상을 풍자한 말이었다. 1971년 3월6일 첫 방영된 이 880회(총 18년7개월)의 대장정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사실 자발적인 출발도 아니었다. “나쁜 놈들은 반드시 죗값을 받는 드라마 하나 만들라”는 고위층의 지시로 제작한 프로그램이었다는 것이다. 1971년 첫 방영 된 의 포스터. 범죄의 생태와 인간본성을 추적하는 흥미와 긴박의 수사실화극이라 했다. 최불암 김호정 조경환 김상순 등 4형사가 보인다. 순사(일제 경찰)의 이미지 때문인지 초반 인기는 형편없었다..
우사인 볼트의 라이벌은 '낙타' 우사인 볼트(자메이카·29)는 이름 그대로 ‘번개’라 할 수 있다. 번쩍하는 사이에 100m(9초58)와 200m(19초19)를 한달음에 달려버린다. 196㎝, 95㎏의 탄탄한 몸으로 무장, 다른 선수들이 44걸음에 내달리는 100m를 41걸음으로 끝내 버린다. 최대 보폭은 243㎝나 되며 평균시속은 37.6㎞에 이른다. 60m부터 시작되는 가속구간의 순간최고속도는 시속 45㎞에 달한다. 영국 브루넬대의 크레이그 샤프 교수는 “볼트가 아킬레스건을 활용해 짧은 접지시간을 더 강하게 지면을 차버림으로써 가속을 얻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그제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는 ‘바람보다 빠르다’는 저스틴 게이틀린(미국·33)을 제치고 9초79로 우승을 차지했다. 어찌 바람이 번개를 이길 수..
원고지 6장으로 배우는 팔만대장경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하자 수행자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잔소리꾼이 죽었으니 이제 해방이다. 우린 이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외치는 젊은 수행자도 있었다. 이 소리를 들은 부처님 사후 교단을 이끌어 갈 제자들이 깜짝 놀랐다. 이들은 서둘러 라자가하 성 교외의 바위굴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생전에 부처님이 설파한 가르침을 정리하고 제대로 전할 책무가 있었다. 회의에서 부처님의 최측근이던 아난 존자가 ‘내가 들은 바는 이와같다(如是我聞)’고 부처님에게 들은 설법을 암송했다. 핵심 제자들이 아난의 증언이 진정으로 부처님 말씀인지 검증했다. 그리고 500명의 비구가 검증된 부처님의 설법을 한 목소리로 외웠다. 이것이 경장(經藏)이다. 교단의 계율(생활규범)인 율장(律藏)도 제정했고, ‘경과 ..
미적분 '통곡의 벽', 배워야 하는 이유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세상이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같은 강이라도 같은 물 속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 ‘참의 실제는 변하지 않기에 변화를 과학으로 취급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플라톤의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의 관념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만물의 이치를 왜 설명할 수 없는가. 가령 허공에 던진 공이나 발사된 로켓은 시시각각으로 속도가 변하며 난다. 1666년 무렵 영국의 아이작 뉴턴(사진)과 1674년 독일의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가 거의 동시에 인류사를 바꾼 사건을 일으킨다. ‘미적분학의 발견’이다. 이후 100여 년 간 영국과 대륙의 학파가 가세, 뜨거운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논쟁은 무..
'여성 안중근' 남자현 선생 아시나요. 광복 7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만 35년간 굴종의 역사를 견뎌온 우리네 어르신들의 고단했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니다. 이번 주 주제는 '여자 안중근, 독립투사 남자현 선생의 삶'입니다. 19살에 의병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47살에 만주망명을 결행했으며, 3번이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던 남자현 선생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사이토 총독을 암살하려다 실패한 남자현 선생은 61살이라는 나이로 중국거지 변장을 한 뒤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의 일본전권대사(부토 노부요시)를 죽이려다가 그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 때 선생은 37년 전 의병전쟁에서 전사한 남편의 피묻은 적삼을 입고 있었습니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현 선생을 기리며 팟케스트를 들어주십시요. 미리 썼던 기사내용을 팟캐스트에서..
히로히토는 '항복연설' 하지 않았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하코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 정부로 하여금 미영중고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하토록 했다. 대저 제국 신민의 강녕을 도모하고 만방공영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함은 황조황종의 유범(遺範)으로서 짐은 이를 삼가 제쳐두지 않았다. 일찍이 미·영 2개국에 선전포고를 한 까닭도 실로 제국의 자존과 동아의 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며 타국의 주권을 배격하고 영토를 침락하는 행위는 본디 짐의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 교전한 지 이미 4년이 지나 짐의 육해군 장병의 용전, 짐의 백관유사(百官有司 조정의 많은 관리)의 여정(勵精), 짐의 일억중서(일본신민)의 봉공 등 각각 최선을 다했음에도 전국(戰局)이..
루시 여인을 만지는 오바마 1974년 11월30일, 미국의 고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은 에티오피아 하다르 인근의 아와시 강가를 탐사하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요한슨은 섭씨 43도의 무더위를 뚫고 샅샅이 뒤진 끝에 강비탈에 박혀있는 수백개의 화석을 보았다. “믿을 수 없어. 이건 호미니드(사람과 사람 가까운 종)가 분명해!” 정신없이 수습해보니 한 개체 분의 40%에 이르는 엄청난 화석이었다. 발굴단은 그날 밤 맥주를 마시며 자축연을 즐겼다. 그때 카세트테이프에서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화석의 주인공에게 ‘루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분석결과 화석의 주인공은 지금부터 320만년 전에 살았던 여성으로 추정됐다. 골반과 엉치뼈를 분..